여담이긴 한데, 단발모리 계정을 운영하면서 만화 댓글이나 DM으로 (혹은 만나서) 내 콘텐츠 덕분에 용기가 생겼다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 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셔서 신기했었어.
나는 SNS 속의 사람들처럼 전문성이 엄청 뛰어난 것도 아니고, 또 엄청 외모가 뛰어거나 한 달에 천만 원을 버는 그런 화려한 사람이 아니거든. 그런데 어떻게 사람들이 나를 보고 힘을 얻을 수 있었을까 궁금해지더라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내가 인스타를 2019년도에 시작했거든. 그때 나를 팔로워 했던 분들은 내가 신규 간호사에서 중간 연차가 되고, 병원을 나와 마케터 일을 하고, 프리랜서를 도전하는 지금의 순간까지 모두 함께해 주셨어. 내 성장의 전 과정을 나의 콘텐츠를 통해 지켜봐 주신 거지. 그 과정 속에서 결국 사람들은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딛고 용기 내어 한 발자국 나아가는 모습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싶더라.
사실 2021년까지만 해도, 나는 그냥 평범한 간호사였거든. 일이 익숙해지고 연차가 쌓이면서 병원의 부조리를 보며 불만만 많아지고, 일이 끝나면 동기들과 만나 못된 선임을 욕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에는 출근하기 싫어 이불 속에서 몸부림 치던...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어.
그러다 문득 '내가 내일 당장 죽는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아무래도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간호사로 일을 하면서 20살에 암으로 항암치료를 하는 친구를 보면서 삶이란 무엇일까, 종종 생각하곤 했거든)
세상에, 그렇게 생각하니까 당장 하고 싶은 걸 해야겠더라. 이대로 죽기엔 아쉬운 게 너무너무 많은 거야. 그래서 몇 개월간의 고민 끝에 병원을 나오게 되었고, 인스타그램에서 꾸준히 간호사 만화를 그리던 것이 기회가 되어 간호사 회사의 마케터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인스타툰으로 나의 생각과 경험을 전하는 툰을 더욱더 많이 그리기 시작했고, 덕분에 나의 꿈을 찾고 더 나아가 나와 같이 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많은 공주 왕자들을 만나게 되었지.
그 뒤로 나도 정말 많이 변했어. 삶을 좀 더 능동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내가 되고 싶은 모습에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했달까. 조금 오글거리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자신을 많이 사랑하게 된 것 같아.
돌이켜보면 이게 다 내가 그때의 나를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 것 같아. 간호사 일을 하면서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를 찾기 위해 시작했던 인스타툰이 쌓이고 쌓이면서 나의 스토리를 만들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꿔준 거지.
그래서 혹시 내가 지금 너무 가진 게 없고 부족하다면 생각하는 공주가 있다면, 오늘의 나의 생각과 감정을 꼭 기록해 두었으면 좋겠어. 나처럼 만화도 좋고 글도 좋고. 기록을 하다 보면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나를 잘 알게 되고, 더 나아가 그게 나를 성장시키는 발판이 되기도 하거든.
서론이 길었네. 아무튼!
그래서 내가 독립 일기를 시작하게 된 거야. 인스타에서는 많이 표현하진 않았지만 사실 나도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스스로 일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처음인지라 많이 두렵고 떨리거든. (몇 날 며칠 원인 모를 우울이 찾아와서 갑자기 눈물이 나기도 하고,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아 좀 힘들었지 뭐야 후우..😭) 가야 할 길이 정해져 있지 않고, 내가 발로 뛰지 않는 이상 혼자일 수밖에 없어서 정말 사막 한가운데에 똑떨어져 있는 기분이 들곤 했어.
지금까지 이럴 때 기록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곤 했거든. 그래서 독립 일기를 통해 마음을 다잡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 생각, 그리고 경험하는 것들을 적어 내가 성장하는 과정을 어딘가에 남겨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보기 위해. 나의 반짝이는 꿈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언젠간 내가 엄청 엄청 유명한 사람이 되어서(?) 혹은 자식에게 '내가 이렇게 멋진 사람이었단다', '나 처럼 살아라' 이렇게 말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ㅎㅎㅎ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의 성장 과정이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 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주와 함께 공유하게 된 거지. (공주랑 나는 앞으로도 같이 성장할 사람이니까!) 10년 뒤, 20년 뒤 내가 어떤 모습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잔뜩 하며 사는 삶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한 새로운 것들을 많이 시도해 보려고 해. 사실 아직도 많이 불안하긴 하지만, 마음 잘 다잡고 열심히 나아가 볼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