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어제 내가 그렸던 만화(클릭) 주제로 이야기를 좀 더 풀어보고 싶어서, 오늘은 '애매한 재능'에 대한 나의 생각을 나눠볼까 해.
내가 요즘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고 했잖아? 이 다양한 일이 어찌보면 내가 가진 여럿의 애매한 재능들을 조금씩 다 풀어서 활용하고 있는거나 다름 없거든.
나의 애매한 재능에 대해 조금 더 풀어서 이야기 해 볼게.
첫 번째 애매한 재능은 '그림'이야. 나는 어릴 적부터 만화를 정말 좋아했었어. 라떼는(?) 학생들 사이에서 한창 만화가 유행할 시절이라 (투니버스 시절), 만화방에서 한 권에 300-400원 주고 만화책을 빌려보기도 하고 학교에 만화책이나 만화 잡지를 가져와 친구들끼리 돌려보기도 했었거든. (행복했던 시절) 나는 단순히 만화를 보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었어. 직접 그리는 걸 좋아했지. 초딩 시절부터 예쁜 그림체의 만화책을 보면 따라 그려보기도 하고, 직접 스토리를 짜서 만화를 그려 친구들과 돌려보기도 했었어. 공부 빼고는 다 재미있던 시절이긴 했지만, 그냥 만화를 통해 다른 세계 속으로 빠지는 느낌이 너무 좋았거든. 만화가가 되면 어떨까? 내 만화를 좋아해주고, 팬이 생기고.. 생각만해도 너무 설레더라.
하지만 어쩜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이 많았는지. 일반고에서도 나보다 더 잘 그리는 친구들이 많은데, 예고는 또 어떻겠어? 어린 시절부터 '예체능은 재능있는 사람들이나 성공하는 거야.'라는 말을 워낙 많이 들었기도 했고.. 그렇게 나는 꿈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어. (중딩 때 이미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는 쓴 맛을 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끈을 놓을 수 없어서 학생 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시간 날 때면 틈틈이 그림을 그렸지. (만화로 UCC를 만들어 상도 타보기도 하고, - 아, 다들 공부하느라 참여자가 거의 없었어...^^* - 고등학생 때 그렸던 연습장은 버리기 아쉬워서 집에 묵혀두고 있는데, 그게 30권이더라.) 재능이 충만하진 않았지만, (완~전 아마추어였지만!) 꾸준하게 그린 덕분에 지금 내가 인스타툰 작가를 하며, 공주를 만나 이렇게 편지도 쓰고 있는 거겠지.ㅎㅎ.
두 번째 재능은 '말하기'야. 평상시에 나는 말을 조리있게 하거나, 재미있는 입담꾼은 아니야. 근데 마이크 잡는 걸 좋아하지. 마이크를 잡을 때는, 어떤 이야기를 할 건지 준비해 가잖아. 주어진 시간에 맞춰 PPT를 준비하고, 해야 할 이야기를 치밀하게(?) 짜 둔 상태에서 보통 발표를 하니까, 그게 재미있더라고. (꽤 수월하기도 했고.) 그래서 학생 때부터 발표하는 일을 많이 했어. (대학생 때 조별과제 발표 담당, 밴드부, 조별 논문 발표, 성당 중고등부 교사 등등)
나는 사실 이게 재능인지 잘 몰랐거든? 근데 직장을 다니면서, 환자랑 소통하거나 PT나 행사 MC를 무리없이 소화해내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면서 '생각보다 내가 이걸 잘 하는구나.' 싶은거야. 그래서 회사 다니면서 말하는 거에 조금 더 자신이 붙기 시작했어. 그래서 지금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도,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이크를 잡는 업(커뮤니티, MC, 강사 등등)도 열심히 하고 있는거고!
세 번째 재능은 '아이디어'야. 만화 그린거 보면 알겠지만, 나는 파워 N이라서 없던 것을 창조해 내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일을 사랑하거든. 그래서 무언가를 할 때 아이디어를 내서 새로운 것을 기획하는 걸 좋아하고, 학생 때도 그리고 지금도 그런 일을 하고 있어. (테마형 독서모임, 랑랑독서클럽. 커뮤니티 매니저로 프로그램 기획, 인스타툰 자가.)
크게 나의 애매한 재능을 보자면 이렇게 3개가 있어. (그 외에도 쫌쫌따리 작은 것들도 있고!) 학생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강점으로 활용하는 것들이 다 쓸모없는 거라고 생각했었어. 왜냐? 공부를 못 했거든. 왜 해야하는지 몰라서 안하기도 했었고, 재수에 실패하는 경험을 하면서 공부를 잘 하는 것보다 가치있는 재능은 없다고 생각을 했던 거 같아. 바보 같은 생각이지?
1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한 가지에 특출난 사람일 필요 없더라. 지금까지 여러가지를 경험 해 보면서 내가 잘하는 것들을 찾고, 그 잘 하는 걸 더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다니며 강점을 쓰다보면, 어느 순간 그것도 조금조금씩 실력이 늘기 시작하고 이 여러가지 애매한 재능들이 모여 또 새로운 나를 만들더라고. 공주가 가진 애매한 재능은 뭐야? 크지 않아도 돼. 다른 사람하고 비교하지 않아도 돼.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서 조금이라도 뛰어난 것을 찾아봐. 아직 모르겠다면, 내 능력치를 시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환경에 나를 던져놓았으면 좋겠어. 경험만치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게 잘 도와주는 것이 없거든. 그리고 그 경험은 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줘.
간호사를 하면서 내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생각보다 잘하고, 일하면서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걸 생각보다 더 힘들어 한다는 걸 꺠달았고, 마케터를 하면서 프로그램 기획이나 스피커를 잘 하는 걸 알았고, 프리랜서를 하면서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일을 많이 해도 금세 지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나는 그림 그리는 간호사 마케터에서 프리랜서 N잡러'까지 될 수 있었고, '평범한 간호사'로 남을 수 있었던 단발모리를 간호사, 마케터, 그리고 프리랜서 인스타툰 작가로 만들어 줬지. 다양하게 경험할 수록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특별한 스토리가 생기는 거야. 내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고 생각하고, 한 페이지를 어떻게 채워야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거지.
저번 주 한 주 쉬었다고 아주 엄청 주저리 주저리지? 허헣헣. 이게 바로 휴식이 필요한 이유...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필요한 만큼 쉬고 나면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거든. 조금 지친 일은 쉴 수 있다는 것. 프리랜서 N잡러의 좋은 점이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