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일정 부분은 맞는 것 같아. 3월에 퇴사를 하고 혼자 돈을 벌기 위해 이것 저것 많이 시도해 봤는데 항상 어느 구간에서 한계가 생겼거든. 무언가의 상품을 만드는 것까지는 되는데 모객하는 과정이나 판을 키우는 방법을 잘 모르겠더라고. 물론 혼자 일을 하면서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하거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스킬도 많이 부족했었어.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목표한 만큼은 돈을 벌었지만 돈을 번 방법이 원하는 방법이 아니었어. 한 달에 500만원, 600만원을 벌어도 성장 없이 계속 똑같은 방법으로 버는 건 나에게 무의미했거든. 나는 그 한계를 부수고 이상으로 나아가고 싶었어. 그래서 그때 부터 '얼마나 벌 것이냐'보다 '어떻게 벌 것이냐' 고민하게 된 것 같아.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하다가 이전 회사들의 경험을 떠올려 봤어. 나는 간호사 할 때나, 마케터로 일할 때 굉장히 주체적으로 일했다고 생각했거든. 시켜서 하는 일보다 스스로 벌리는 일들을 좋아했었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내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경험을 하면서 제법 회사 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 근데 돌이켜보면 그것도 회사에서 문제를 던져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더라고. 대표가 원하는 방향과 목표가 있고 그걸 이뤄나가기 위해 멤버들에게 새로운 문제들을 끊임 없이 제시했고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본 것일 뿐이었어.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가 되었을 때 뭘 해야할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 여지껏 회사에서 배운 것들을 가져와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울타리가 없어진거야. 그래서 프리랜서로 잘 살고 있는 사람들, 사업을 하는 사람들, 공부를 하는 사람들 등등 다양하게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 맞는 길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지. 거기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제외해 나갔어.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린 결론은 '내가 아직 시야가 참 좁구나.' 였어. 아직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너무나도 좁아서, 분명 나에게 꼭 맞는 일이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내 세상을 넓히기로 한거야.
그 첫 번째가 커뮤니티였어. 일과 성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라니, 근데 또 사업가/크리에이터/프리랜서/직장인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있거든. 이 환경을 레버리지 해 보자. 처음에는 그런 생각으로 들어왔어. 주변에 간호사 밖에 없는 삶을 살았던지라 다른 세계가 정말 궁금했거든. 그렇게 들어와 보니 내가 원하는 환경에 원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더라고. 2개월 커뮤니티 멤버로 있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커뮤니티 리더들의 철학이었어. 가영님이 언제 그런 말을 했거든. 자기는 이미 완성된 사람보다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고. 성장할 환경을 만날 기회가 없었던 사람. 언더독. 그런 사람들이 딱 맞는 환경을 만났을 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이 참 좋다고 하더라고. 그 말을 듣고, '와 이사람 진짜 찐이다.' 했었어.
보통 사람들은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하잖아. 일을 해도 더 뛰어난 사람들을 뽑으려고 하고. 이런 사회 속에서 '언더독을 좋아한다.'라니. 기수 멤버로 두 달을 보내면서도 여기서 하고 싶은 일들이 몽글 몽글 피어올랐는데, 그 말을 들으니까 뭔가 마음에 확신이 섰던 것 같아. '아, 나 여기서 일 해야겠다.'
결론은 대만족하면서 지내고 있어. 가장 좋은 것은 모든 멤버가 일 얘기할 때 눈이 가장 빛난다는 거야. 단 한 명도 '왜 그렇게 까지 해?' 하는 사람이 없어. 뭘 해보고 싶다고 하면 일단 해 보라고 하고 모든 멤버들이 그걸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마련해 줘. 그리고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 착착 해 오고. 개인의 일에 대한 욕심도 프라이드도 많은 편이야. 변태스럽지만 그런 환경이 너무 좋은 것 있지. 모든 멤버들이 'HOC의 성장이 곧 내 성장이다'라는 마인드로 일을 하고, 리더는 '팀원의 성장이 곧 HOC의 성장이다' 마인드로 우리를 대해.
나는 지금까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불만인 게 '일 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왜 이렇게 사람의 감정 하나 하나까지 신경써야 하는가' 였거든. 말 한 번 할 때도 그 사람의 표정과 기분을 신경 써야 하는 것도 싫었고, 우리는 한 팀임에도 불구하고 신뢰 관계가 자주 흔들리는 상황이 참 싫었어. (나는 워낙 사람들 감정에 잘 말리는 사람이라 이런 것들을 신경쓰고 싶지 않아도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거든. 그래서 여지껏 모든 멤버들이 재미있게 일하는 환경을 꿈 꾸고 살아왔었어.) 근데 지금 일하는 곳은 그런 것도 없어. 그냥 마인드 자체가 '문제가 생겼다.' 👉 '해결한다' 마인드라..ㅎ.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서로 비슷한 태도의 사람들이 모였다보니 신뢰 관계는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고.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해 출/퇴근을 극혐하고, 회사가 정해 준 시간에 맞춰 내 하루를 스케줄링 하는 게 싫어서 회사를 그만뒀는데 여기는 출근도 자율이고 일하는 시간도 자율이야. 그리고 문화 자체가 '네가 알아서 쉬는 타임을 갖도록 해. 그리고 얘기해 줘. 눈치 보지 마.' 이런 분위기라, 조금 더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지.
사실 초반에 이 문화에 적응을 잘 못해서 멘탈이 바사삭 되었는데, 조금씩 적응하니까 이보다 재미있을 수 없더라. 회사를 다니면서도 주체적인 삶이 가능하다니. 그냥 일 하는 게 재미있는 조별과제 하는 너낌이라 가끔 너무 재미있어서 새벽까지 일 얘기 할 때도 있엏ㅎㅎㅎㅎ 괴상한 곳이지?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더 확실하게 느끼는 것 같아. 나는 회사가 싫었던 게 아니라, 그 회사의 환경이 싫었다는 것을. 나는 그냥 내가 일을 제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 '일 = 생계 수단'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진짜 찐으로 재미있어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다녔던 거지. 자율성이 거의 없었던 간호사에서, 회사 안에서도 주체적으로 일하는 지금이 되기까지 나의 여정들이 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그리고 끊임 없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나기 위해 달려온 게 아닐까 싶어.
물론 앞으로 1년 뒤, 2년 뒤 또 어디서 일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때도 지금처럼 좋아하는 환경 속에서 재미있게 즐기며 일 하고 있을 거라고 믿어. 근데 이렇게 즐기면서 일을 하려면 '일을 잘하는 법'을 알아야겠더라. 그래서 요즘 시간관리/업무 스킬 적인 면에 좀 더 관심이 많아졌어. (이런 거 보면 참 재미있는게 내 행동의 WHY를 따라가다보면 내 마음이 본질이 나온다? 내가 찐으로 원하는 것들. 이래서 생각 & 기록이 참 좋다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