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욱기게도.. 어느 순간부터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는데 단발모리 계정에서 일하기 싫다고 얘기하는 게 좋아하는 일하면서 배 부른 소리하는 모순덩어리(?)처럼 보일까봐 못하게 되더라고. 하지만 나도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 아무리 좋아하는 일일지라도 누워있는 것보다 편안한 게 이 세상에 어디있겠어. 이번 주에 날이 좋아서 그런지 나가서 산책도 하고 싶고, 집에 재료 잔뜩 사놓은 양모 펠트도 하고 싶고, 일만 하려면 몸이 뒤틀리는 거야. 허헣. 돌이켜보면 많은 일을 한 주도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럴까?
아무래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모든 일들이 사람을 만나는 일인데다가, (커뮤니티 매니저, 셀프디깅 진행자, 강의 등등..) 요즘 이상하게 온/오프라인 약속도 많다보니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일이 없더라고. 사람들에게는 '나와 친해지세요. 나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세요. 나를 위해 시간을 쓰세요!' 하면서 정작 나는 어느순간부터 남들에게 전할 메시지만 던지는 사람이 되어있더라고.
그래서 이번 주 부터는 약속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업무 루틴을 만들어 보려고 해. 하는 일이 저녁 때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낮에 자꾸 허송세월을 보내서 빡센 일과 휴식같은 일을 적절히 분배해서 배치해 보려고!
그리고 마인드를 바꾸기로 했어. 재미있는 건,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개인의 마음가짐 차이에 따라 다르더라고. 원래 만화를 그리는 게 취미생활이고 힐링하는 타임이었는데 이걸 '일'이라고 받아들이니까 밤까지 툰을 그리고 나면 내 시간을 하나도 못 가졌다고 생각하는 거야. 근데 2주 전 부터였나? 초심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단발모리가 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고, ( 인스타툰 작가의 속사정) 그때 부터는 남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좀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어. 그러다보니 부담이 사라진거야. 그림 그리는 건 별로 '일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어. 새로 시작한 일들도 마찬가지고! - 책 중에 '일놀놀일' 이라는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딱 그런 느낌이었어. 이전에는 놀이가 일이 되었다면, 요즘에는 일이 다시 놀이가 된 기분.
마음가짐 하나 바꿨다고 이렇게 달라질 일인가? 새삼 놀랍더라고. 그냥 내가 이걸 몇 시간 일했으니, 얼마를 벌어야 하고.. 이런 관점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 행위자체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거지.
그게 나는 만화를 그리는 일처럼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었어. 그래서 단발.. 또 일 벌렸지. 요즘 양모펠트를 너모 하고 싶은데, 일 때문에 자꾸 미루게 되니까 아예 양모펠트를 일로 만들어 버리려고 해. 무슨 말이냐구? 열심히 만들어서 팔아보려고! ㅋㅋㅋㅋㅋ (뜬금) 10/7(토)에 서울에서 플리 마켓을 하는데, 원래는 그냥 공주들 보러가는 거라 캐리커쳐만 하러 가려 했고동. 근데 양모펠트 키링도 한번 팔아보려곻ㅎㅎㅎ 또 이렇게 일을 벌리는 구나.. 싶지만 - . 호홓. 벌써 플리마켓 준비할 생각에 설레는 것 있찌. (자기만족)
앞으로의 일들도 이런 식으로 생각하려고. 하던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내가 더이상 좋아하는 일이 아닐테니 좋아하는 일들을 해 볼 방법을 더 찾아보는 거지. (일이 질린 건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인 건지.. 일할 때 마음이 무겁다면 그 원인을 찾아내는 거야.)
마음가는 대로. 끌리는 대로 그렇게 행복을 좇으며 살고 싶어. 누군가는 나를 보고 하고 싶은 일만 골라서 하는 일 편식쟁이 어린애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일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순수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며 구냥 어린애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해. 어린 애면 어때, 자신의 삶을 사랑할 줄 알고, 작은 일에도 행복할 줄 안다면, 평생 아이로 살아가도 좋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