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의 아침 단발모리.. feat. 이불밖은 위험해)
너무 조용하면 힘들어 하는 타입이라, 잔잔한 피아노 음악을 틀어두고 가볍게 아침을 준비하고 멍 때리며 밥을 먹는거야. 그렇게 30분 정도 아침 시간을 보내고 나면 머리가 정말 맑아지더라. 밥을 다 먹으면 모닝페이지 만남을 가지고, 끝나면 또 노래 틀고 가볍게 집안일하고. 이렇게 지금 내가하고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있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아.
앞에 실패한 루틴들은 하루, 이틀 만에 바로 포기했는데 아침 차려먹기는 인증에 성공했어. 무슨 차이가 있었던 걸까? 우선 즉각적으로 도움이 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며칠 이 모닝 루틴을 하고 나니 이걸 했을 때와 안했을 때 마음의 상태가 다르단 걸 느꼈거든. 그 이후의 시간들도 꽤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 이런 미묘한 변화를 느끼니까 꾸준히 유지할 수 있게 되더라.
오늘 와이파이 챌린지를 운영하는 하묭님과 일주일 회고를 함께 했는데, 그때 이런 이야기를 했어. 편리함과 주변 소음이 우리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것 같다고.
불안은 두 가지 종류가 있대. 현재 상황(발표를 해야한다거나, 무서운 걸 봤다거나)에 즉각적으로 생기는 불안과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는 보통 후자의 불안을 많이 안고 살잖아. 내가 느끼는 감각과 시선이 모두 미래를 향해 있는거야. '나 지금 괜찮나?' '이제 뭐 해먹고 살지?' '저축은?' '앞으로 어떻게 살지?'
이런 불안은 타인으로부터 만들어지기도, 또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부족해 더 커지기도 하는 것 같아. 내 기준이 없는 상태로 남들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야. (내가 자주 그러는 사람이거덩..^^*ㅎ)
그럴 때일수록 '지금'에 집중할 수 있는 행위를 해야하는 것 같아. 다른 사람의 소음을 차단하고 내가 하는 행위에 집중하는 거야. 그리고 복잡한 내 생각을 하나 둘 정리해 가는 거지. 이러다보면 아까 말한 것 처럼 나를 발견하게 돼. 나 이럴 때 행복감을 느끼는구나. 오늘 꽤 마음이 평온하네? 왜지? 하면서.
여기서 극한의 효율과 편리함은 현재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아. (like 배달...ㅎ) 한 단계 한 단계 과정을 겪으며 결과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바로 결과가 띡! 나오잖아. 그러니 이 결과에 대한 만족감이 약할 수 밖에 없지.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하면 아침 루틴을 꾸준히 가져갈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어. 백수로 지내보니 아침과 밤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건강한 오늘과 내일을 만들더라구. ㅎㅎㅎ 일에 꽂혀있었을 때는 이런 걸 몰라 쉽게 무리하고, 하기로 계획했던 것을 못해 자책하곤 했는데 말야.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끝까지 해내기 위해서는 우선 나를 알아야 하는 것 같아. 나는 어떨 때 힘들어하고 어떨 때 만족감을 느끼는지. 실패에 대한 자책보다 실패로부터 나를 알아가는 거야. 그리고 아주 작은 계단부터 올라보는거지. 여러 높이의 계단을 오르 내리다보면 지금 내 상황에 딱 맞는 계단 높이를 찾게 되는 것 같아. 그러면서 차차 만들어지는 거지.
이렇게 또 하나 새로운 나를 발견해 간다! ㅎㅎ 확실히 올해 목표가 '심신 안정'이다보니 웃기게도 나 좀 힘든데..? 하면 바로 도망가는 것 같앜ㅋㅋㅋㅋㅋ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 어린 애 같아 한심하게 느껴지곤 했는데, 어린 애가 아니라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더라구. 나의 생각과 감정을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보는 태도. 이또한 건강하게 나이를 먹는 한 단계이지 않을까 싶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