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왕자 : 단발모리 팔로워 애칭
안녕, 공주! 단발이야. 잘 지내고 있어? 나는 지금 독일 베를린에서 드레스덴으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편지를 쓰고 있어. 원래는 보내는 당일인 일요일에 편지를 쓰지만, 독일에서는 시차도 있고 여행 중이라 제때 시간을 못 지킬 것 같아서 시간 날 때 틈틈이 작성하려고 해. (이전 여행 때 일정 소화하고 당일날 무리하게 쓰려다가 한 두시간 늦게 보낸 전적이 있어서.. 허허헣)
이 편지도 지금은 기차에서 적고 있지만 마지막은 숙소나 숙소 근처 카페에서 쓰고 있을지도 몰라 ㅎㅎ
왜 독일 가냐고? 저번 주에도 이야기 하긴 했는데, 다시 한번 정리하고 싶어 몇 마디 더 적어볼게! 퇴사 이후 앞으로의 나날을 기획하기 위한 시간이 좀 필요했어. 퇴사를 하면 내 개인 일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도장깨기 하듯 이것 저것 다 해보기 시작했어. 새로운 일을 많이 하다보니 돈은 목표만치 벌긴 하더라고. 초반에는 쌓여가는 수입에 일하는 게 재미있었는데, 그것도 잠시. 정신차려 보니, 벌려 놓은 일들을 수습하기 위해 일만 하고 있더라. 소중한 사람을 만날 시간이 없어 주변에서 서운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기도 했고, 어깨도 허리도 손목도 골반도 몸이 하나 둘씩 아파오기 시작했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반짝이던 머리는 딱딱하게 굳어갔고, 멍~ 해지는 순간이 점점 많아졌어. 인스타도 숙제처럼 게시물을 올리다보니, 콘텐츠 하나 올리는데도 힘이 참 많이 들어가더라. (편지가 제일 부담 없이 솔직하게 쓰는 편인듯!)
이렇게 문제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는데도 일을 끊어내지 못했어. 돈을 못 벌면 내가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았거든. 통장에 찍히는 돈을 보며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분이랄까. 초반에는 내가 '재미있어서' 하던 것들이 나중에는 점점 '돈' 때문에 하고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이 이런 모습이었나?' 열심히 무언가를 하긴 하는데, 방향을 잃은거지.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삶'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기분. 그래서 잠시 멈출 시간이 필요했어. 지금 당장 돈을 못 벌더라도, 하는 일들을 최소한으로 하고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한거야. 나는 많은 일을 하다보면 금새 머리가 고장나는 사람인지라, 이렇게 머리가 쉴 시간을 주어야 더욱 더 생산성이 올라가더라고. 그래서 3주 간 하루에 4시간 정도만 일하며, 산책도 하고 책도 읽고 진짜 그리고 싶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려고 해. ㅎㅎ 여행기도 슬쩍 그려봐야징. (계획 1도 없는 무계획 여행이라, 사실 여행이라고 하기도 뭐한.. 컨셉은 '현지인 체험'이야! 스토리로 많이 많이 공유 할겡.)
그러고 보니, 일본 여행부터 독일 여행까지, 올해 다녀왔던 해외 여행 모두 편지를 통해 소식을 알리게 되었네!ㅎㅎ 편지 쓴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참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아. 올해 연말에는 또 어떤 삶의 모습을 전하고 있으려나.. 😙 회사 그만두고 나서 삶이 매번 버라이어티하게 바뀌어서, (적응하기 힘들긴 하지만) 편지 보내는 맛이 있는 것 같아. 공주의 일주일은 어땠어? 공주도 이번 년도 리프레시 기간이 있는지도, 뭘 할 건지도 궁금하당! (혹은 리프레시 기간을 보냈다면 어떻게 보냈는지 공유해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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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유럽. 비행기부터 순탄하지 않았어. 딱 출발하기로 한 당일에 태풍이 와서 비행기가 다음 날로 지연이 되었고, 항공사에서 지원해준 숙소에서 점심, 저녁을 먹으며 나홀로 인천에서 시간을 보냈지. 그리고 다음 날, 새벽에 출발하기로 했던 비행기가 또 4시간 지연이 되었고, 비행기를 타고 나서도 1시간 가까이 출발이 지연되었어. 그렇게 겨우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서 경유 비행기를 탔는데, 갑자기 내 자리가 중복 예약이 되었다는거야. 독일 승무원과 잘 못하는 영어로 버벅거리며 소통을 마치고 안내에 따라 복도를 몇 번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빈 자리에 앉았어. 독일에 도착해서는 친구가 예약해 둔 숙소가 예약 번호가 잘못된건지 계속 체크인이 안돼서 난항을 겪다가,, 집 나온지 거진 43시간 만에 숙소에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어.
독일 도착도 전에 다양한 일을 겪고 나서 보니, 여행이 참 인생과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인간은 본성 자체가 답이 없는 모호함을 두려워 해. 그러다보니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선택을 하기보단 안정적인 직장, 환경, 보장된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하지만 인생도, 여행도 매번 내 생각만치 흘러가지 않잖아. 이런 인생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불확실한 환경을 택하고 이걸 극복해 내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
미래가 보장된 간호사에서, 직업 없는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지금의 나처럼. 막막한 미래로 힘든 순간은 물론 많지만, 그 순간들을 극복하며 사람은 또 성장하는 것 같아. 거기서 오는 성취도 굉장히 크고! 이런 면에서 여행도 어찌보면 작은 인생과 같다고생각해. 계획한 일정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그 순간을 그냥 받아들이고 내일을 준비하는 것. (결국 이 모든 것은 개인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이번 경험을 통해 나 자신도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꼈어. 원래 그렇게 계획적인 성향은 아니긴 했지만, 만약 내가 직장인이었을 때였으면, 비행기 하루 지연된 것 - 정말 정말 속상하고 하늘이 원망스러웠을 것 같거든. 근데 휴식을 하러 가는 거기도 했고, 여행 날짜도 꽤 길어서 그런지 그렇게 까지 짜증이 나지 않더라고. '그럴 수도 있지', '오히려 좋아' 마인드 장착하고 세상을 바라보니 인생 뭐 있나, 지금 당장 짜증내서 좋을 게 무엇이 있나.. 그냥 받아들이자 싶더라고. (물론 궁금해서 물어보는 질문에 자꾸 변명하는 듯이, 대충 설명해 준 건 조금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점점 더 '오늘'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것 같아. 예전에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의 행복과 만족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오늘을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시선으로 보낼 것인지가 더욱 더 중요해졌어. 내일 내가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과연 어떻게 살 것인가. 그렇게 생각을 하다보면 작은 것 하나 하나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되더라고. (내가 만만한 사람이라서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화를 잘 안내게 되더라고. - 그리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끊어내는 편이야.)
그렇게 내 마음의 그릇을 점점 키워나가는 것 같아. 사사로운 것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것. 좋은 것만 보고 행복하게 살기도 짧은 인생인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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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뚜루마뚜루 고민상담
안녕 단발모리! 나는 고민을 고민으로만 담아두다가 어디든 털어놓으면 해결이 될까 싶어서 글을 써보려고 해.
지금 20대 후반인데, 지금까지 목표해오던 직업들이 많이 바뀌었어. 흥미가 있고 멋져보이던 것들이 실제로 다가가면 내가 생각한 것과 너무나 다르게 느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배움이 아니라 뒤쳐지고 버겁게만 느껴져서 포기하고, 또 다른 관심사를 찾아 공부하고 도전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4번째인데 지금도 앞이 컴컴하고 막막해.
물론 어떤 일이든 힘든 일도 있고 버거운 일도 있다는 걸 알지만, 그 안에서 성장이라던지 성취감이라던지 다시 툴툴 일어날 무언가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 이런 감정이 현실로 느껴질때마다 내가 너무 한심하고.. 끈기없고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사람처럼 생각돼서 우울해. 어떤게 정답인지도 모르겠고... 반대로 어떤게 오답인지도 이젠 모르겠어..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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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공주! 고민이 많았겠다. 이럴 때는, 나는 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나는 간호사 일을 하면서 일 자체는 괜찮았어. 여기서 조금 더 뜯어보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괜찮았지만 신속 정확하게 꼼꼼히 일을 처리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는 일이 나에게 맞지 않았던 것 같아.
하지만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부정적인 환경'이었어. 처음 일을 배울 때 일을 잘하는 것은 당연한 거고, 일을 못하는 건 '잘못'인 환경, 잘하는 사람들에게 일을 더 시키는 시스템 (그에 따른 마땅한 대우도 없기도 했고), 선후배 간의 존중 없는 문화, 위치에 따라 받는 차별 대우 등 나에게 너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당연하게 치부되는 경우가 많은 곳이었거든. 근데 그 속에서 절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나도 물 들더라. 그래서 나왔어. 일을 잘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간호사 일은 내가 잘하는 일과 거리가 멀었고 부정적인 환경도 퇴사에 한 몫 크게 했지.
두 번째 일은 마케터였는데, 사실 마케터 하기 전에 다른 일이 주어졌었어. 그 일도 꼼꼼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콘텐츠 검수) 환경이 긍정적이고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저어어엉말 맞지 않더라고. 그래서 직무를 마케터로 바꾸었고,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내가 창의적인 일 - 그 중에서 기획, 그리고 발표를 잘 하고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어. 브랜딩에도 관심이 엄청 많은 것도 알았고!
그래서 나에게 더 맞는 일을 찾기 위해 지금은 커뮤니티에서 매니저로 일을 하고,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도전하고 있어. 그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그리고 '못하는 것'을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아. (상황까지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해.) 그럼 다음 일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되더라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아. 공주가 아직 딱 공주에게 맞는 일을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으니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 보석을 꼭 찾아보길 바래.
갤럽의 강점 테스트도 일할 때 굉장히 도움이 되니, 추천! (책 강점 혁명을 사서 테스트 하고 👉 나온 결과값 부분 읽어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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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휘뚜루 마뚜루 고민 상담은 여기까지! 혹시 나의 미래와 관련하여 단발쓰와 고민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아래에 적어줘! 일주일에 한 사연씩 가지고 와 볼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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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하며
레터를 거의 다 썼는데, 마무리를 못한 채 일정을 시작했고.. 오늘 일 시작하기 전 아침에 마무리를 했어야 했는데, 시차 계산을 잘못해서 오늘 레터가 늦었지 모야...?!🥹 참내, 위에다 이제 틈틈이 쓰려고~ 해 놓고 이번에도 여지 없이 늦어버렸지 모야..^^* 다음 주 레터는 토욜에 다 써 놔야겠어. 아직 나에겐 독일에서의 두 번의 레터가 남았으니까. 허허헣.
확실히 환경이 바뀌니까 일하는 것도 즐거운 거 있찌. 머리가 휘리릭 돌아가는 너낌이야. 위에서 말한 것 처럼 요새 진짜 일에 끌려다니는 기분을 많이 느꼈는데, 독일에서 아침에 산책하고, 조식 뷔페에서 맛있는 아점 먹고, 또 산책하며 유럽의 멋진 건물들 보고.. 그렇게 아침 일정을 마무리 하고 일을 시작하니까 같은 일인데도 다른 일을 하는 느낌이 나는 거 있지? 헤헿. 어제는 일정 없이 발길 가는 대로 산책도 하고, 밥도 먹고, 미술관도 가고, 관람차에서 멋진 유럽 풍경도 보고.. 행복해서 눈물 날 뻔했지 모야. 따흑. 자세한 독일 여행 후기는 다음 주 레터에 좀 더 자세히 풀어볼게! 오늘 편지도 기다려줘서 넘 고마워. 다음 편지는 진짜루 10시에 딱 보낸다. 약속..!!!!
그럼 다음 주에 봐, 울 공주 >____<💞
p.s. 행복해서 얼굴 활짝 편 단발쓰 보고 가세요...^///^* 허허헣
FROM. 단발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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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마워, 단발모리!'
혹시 단발의 이야기가 공주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커피 한 잔 선물해 주기! 희희. 울 공주, 왕자들의 응원은 단발쓰를 춤추게 한답미다.
지선, 민선 공주 커피 고마오! 좋은 연으로 함께 할 수 있어서 나도 진심으로 기뻐. 커피 마시고 으쌰으쌰 또 힘내서 달려나가 볼게. 고마오! (답글도 달아놨어^////^)
그럼 다음에도 힘나는 이야기로 찾아올게. 그럼 앙뇽!❤️
FROM. 단발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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