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왕자 : 단발모리 팔로워 애칭
안녕, 공주! 단발이야. 기다려 줘서 고마오! 나는 곧 한국으로 떠나. 흑흑. 처음 떠난 유럽 여행이긴 했지만, 여행지를 잔뜩 다니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잔뜩 여유롭게 (독일에서 사는 사람처럼) 하루 하루를 보냈어. 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완전 놀고 먹고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보다는 훠~얼씬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지.
독일에서 일하는 친구한테 독일은 어떤 곳이냐고 물어보니, 워라밸이 좋은 곳이라고 하더라고. '적당히' 문화가 있어서, 한국만치 일을 엄청 빡세게 하지 않고 퇴근 후 & 주말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보낸다고 해. 취미 생활도 정말 많이 하는 편인데, 친구도 집에서 양모 펠트, 레고, 마크라메, 뜨개질 등등.. 취미 도구가 엄청 많더라고. 친구들이랑 같이 살 때는 토마토 재배해서 케찹 만들고 그랬대. 기차를 타면 인터넷이 잘 안 터져서 책 보는 사람들도 엄청 많았어. 독일 여름은 굉장히 선선한 편인데, 퇴근하면 테라스에 앉아 맥주 한 잔 하기도 하고 맑은 날엔 강가에 앉아 또 맥주 한 잔을... ㅎ.. 집 근처에 큰 공원도 많아서 돋자리 펴 놓고 사람들이랑 수다 떨기도 하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
여기서 인상 깊었던 건, 생각보다 사람들이 핸드폰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거야. 식당에서도, 카페에서도, 길가에서도.. 핸드폰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 그리고 장바구니 물가가 정말 싸서 (크로와상이 1,000원도 안해... 진짜 맛있는데..) 다들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해 먹는다는 거야. 몰랐는데 친구도 독일 와서 완전 요리사가 되었더라고. 그런 모습들이 어찌나 좋게 보였는지 몰라. 내가 꿈 꾸는 삶이 이런 삶이었나?
친구 말이 치열하게 사는 것에 대한 환상이 적은 곳이라 누구에게는 잘 맞을 수도 있지만, 지루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고 해. 나는 3주 밖에 있진 않았지만, 전자 ^___^*. 일에 얽매여 있는 상태로 독일에 와서 그런지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쉬는 이 라이프가 너무 좋더라고. 정해진 시간 동안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는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나를 아는 시간을 갖는 것. 강제적으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편하게 느껴지고, 내일은 또 뭘 할까 고민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잠이드는 이 삶... 한국에 돌아가도 너무 일, 일 하지 말고 지금 독일에서 보낸 것 처럼 조금은 여유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생각했어.
친구랑 일과 삶,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도 갖고 여유를 되찾아 보니, 항상 치열하게 사는 것만이 답이 아니더라. 현재를 사랑할 줄 알고 작은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태도가 평생 내가 행복하게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여행이었어. 이런 식으로 다양한 국가를 다니며 어떤 나라가 나와 가장 잘 맞을까 생각해 보면 좋겠다 싶기도 했고! ㅎㅎ 역시 경험은 많이 할 수록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 다음에는 또 어떤 경험을 해 볼까나~
공주의 일주일은 어땠어? 나는 한국 돌아가려니 아쉬운 마음이 너모 크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가도 독일처럼 살기.. 도전해 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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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빌려준 친구가 출장으로 집을 비웠었는데, 개인 사정으로 잠시 돌아와 주말을 같이 보내고 있어. 같이 밥도 먹고 나들이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때 나눴던 이야기 중 하나를 기억하고 싶어서 적어보려고 해.
공주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 나는 사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어. 한국에서 있을 때는.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돈이 내가 일하는 목적이 되기 시작했고, 일에서 느끼는 재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어. 돈을 많이 버는데도 행복하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고민들이 커지기 시작했지. 그럼 나는 왜 돈을 많이 벌고 싶을까?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기로 헀어. 내가 원하는 일을 잔뜩 하며 내 삶에 만족하며 살고 싶으니까. 근데 지금은 돈을 많이 벌긴 하는데 삶에 만족하지 않잖아. 왜지? 일을 돈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무의식 중에 돈이 곧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거야. 돈을 많이 벌려면 매일 매일 일만 생각해야하고, 나를 찾는 시간은 부족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해 지고, 건강은 점점 잃어가고.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다 보니 뭔가 잘못 되었다고 느꼈던 거고. '좋아하는 일로 잘 먹고 잘 사는 삶.'이 내 최종 목적인데, 돈을 많이 벌지만 잘 먹고 잘 사는 삶과는 멀어지고 있었던거지. 그래서 지금은 돈보다 더욱 더 가치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어.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이런 이야기를 친구랑 했는데, 친구도 많은 부분 공감하더라. 돈을 많이 벌고 싶다? 그렇다면 왜? 결국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그 본질적인 이유인거야. '나 이런 행동하고 싶어.'👉'왜?'👉'나는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내 가치관은 이거니까!) 마냥 무언가를 하고 싶다! 로 생각을 끝내는 게 아니라 나는 왜 이걸 하고 싶은걸까? 한층 더 깊게 생각해 보는 거지. 나는 항상 멋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어찌보면 나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멋진 사람' 이런 사회적인 통념? 과 비슷한 생각 속에 갖혀있던 것일지도 몰라. 근데 그건 내 기준이 아니더라고. 그럼 내 기준은 뭘까? 이런 식으로 꼬리 물기 생각들을 통해 나의 중심을 좀 더 명확하게 하는 시간을 가졌어.
더불어 친구랑 나는 좀 반골 기질이 있는 성격이라, 누군가가 '~~ 이렇게 해!' 하면 '왜?!'를 외치는 스타일이거든. 그래서 우린 왜 그럴까 (ㅎ)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랑 이런 말을 했어.
👩🦰친구 : 나는 너무 어른스러운 사람을 보면 슬퍼져.
👩🦱단발 : 그럼 너가 생각하는 어른은 어떤 사람인데?
👩🦰친구 : 막 그런 거. 사회가 암묵적으로 정한 룰을 받아들이는 것. 결혼한 사람은 이렇게 해야 해. 나는 장녀니까 좀 더 배려해야 해. 같은... 누가 뭐라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에게 부담을 지잖아.
👩🦱단발 : 아, 너가 말하는 어른이라는 표현은 '자신의 기준보다 사회가 정한 기준을 수용하는 사람'일 수 있겠다. 본인만의 기준이 없는 사람.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다 그렇게 하는거야. 하는.
나이가 들어갈 수록 잃을 것들이 많다 보니 나만의 기준으로 행동하기가 어렵고,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지 않으면 그게 옳지 않은 것, 틀린 것으로 생각하게 되잖아. 그게 참 짠 한거야. 나에게 남은 삶은 많고, 내 삶은 결국 내 것인데 평생을 내가 아닌 남의 생각에 끌려 다녀야 한다니. 너무 속상하잖아. 그럼 내 중심을 잘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 모든 선택을 스스로 내리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어떻게 느꼈나 돌아보는 것. (결과가 어떻든.) 나를 아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 내가 지금 하는 일을 끝내고 또 다른 일을 하게 된다해도 이 중심에 의해서 결정할 일이니까. 그것 또한 나다운 선택이고, 나는 또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데 최선을 다 할거야.
친구랑 대화하면서 나도 내가 삶을 바라보는 기준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어. 이런 이야기를 친구랑 할 수 있다는 게 참 복인 것 같아.
맞다! 오늘의 친구는 저번 주에 말했던 그 친구인데, 간호학과👉독일 대학원생 (인구학 공부 중)의 조금은 독특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친구야. 참 똑똑하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굉장히 주체적으로 인생을 사는 친구거든. 그래서 (조굼 민망하긴 했지만) 공주들에게 친구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까 해서 인터뷰를 따 왔어. 궁금한 사람은 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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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뚜루마뚜루 고민상담
안녕하세요 단발모리님! 저는 20대 초반, 대학을 다니면서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졸업을 하면 취업을 해야하는데 어디에, 어떤 부서에 취업을 해야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더라구요. 저의 세계가 정말 좁기도 했고..총무과, 회계, 인사과 이런게 있다는건 알았지만 정말 가고싶지 않았어요 재미없어 보였달까...
그러다가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그 때 라떼아트에 정말 흥미를 느껴서 바리스타가 되어야겠다! 바리스타가 될거면 카페 사장도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중학생때 선도부하려다 이왕 선도부장이 돼야지 했던..뭔가 항상 짱이 되고싶은가봐요^^;;) 24살부터 29살까지 바리스타를 하고 30살에 창업을 하게되었어요. 가게는 잘 됐어요. 근데 정말 즐겁지가 않고 힘들기만 하더라구요. 주6일 14시간 일을 하니 번아웃이 안올수도 없었구요. 그래서 부동산 2년만기를 채우고 가게를 접었습니다. 저는 카페사장만을 바라보고 살아와서 경험한게 별로 없어요. 그래서 지금부터 좋아하는 일, 내가 정말 흥미를 느낄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자 하는데 길을 잃은 느낌이에요ㅠㅠ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클래스101 1년권을 끊어서 수업도 몇개 들어보고, 가게 관련 유튜브도 하고, 맛집 블로그도 도전해보고 했지만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ㅠㅠ 남들이 많은 경험을 해봐라 하는데 그것도 어떻게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좋아하는 일로 즐겁게 먹고살고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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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공주! 고민이 많았겠다.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될까 해서 몇 자 적어볼게.
나는 '나 뭐해 먹고 살지?' 고민을 하기 싫어서 간호학과에 입학했었어. 그래서 대학이 시킨대로 공부를 하고, 실습을 하고, (덕분에 적응은 제대로 못했지만) 졸업하고 간호사가 되었어. 막상 간호사 일을 하다보니까 생각보다 나에게 잘 맞는거야. 간호사에 대한 환상이 전혀 없었거든. 그러다 보니 모든 일이 '생각보다' 괜찮게 느껴지더라고. 그래서 일단 열심히 했어. 일 욕심이 있어서 '일 잘하는, 열심히 하는 신규'로 비춰지길 바랬고, 물론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열심히 하다보니 내가 소통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그리고 생각보다 잘 한다는 걸) 알게 된 거 같아. 마케터 일을 할 때는 내가 소통+ 기획 + 진행을 잘 하는 사람이란 걸 알았고 인스타툰 작가로 활동하며 이야기를 쉽게 전달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의 장점을 잘 발견한다는 것 알았지. 커뮤니티 매니저를 하면서는, 내가 생각보다 내가 하는 일을 빛낼 줄 아는 사람이란 걸 또 알았고.
이런 식으로 나는 한 가지 경험을 하면 그 속에서 나의 장점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어떤 경험을 해야할까? 고민하기 보단 '일단 어떤 경험이든 하자.' 하고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거지. 그렇게 20대 후반을 보내고 나니까, 내가 적어도 '이 경험을 통해 이런 걸 잘 하더라고요!' 말할 수 있는 몇 가지가 생겼어. 간호사로, 마케터로, 인스타툰 작가로, 커뮤니티 매니저로 활동하면서도 사실 지금도 나는 내가 앞으로 뭐 해 먹고 살아야 할지 잘 몰라. 가끔 (아니 자주) 불안하기도 하고, 막막한 기분도 많이 느껴. 근데 중요한 건, 이 기분을 느끼고 가만히만 있으면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거야. 불안하긴 하지만, 일단 현재에 최선을 다 해 보자. 그럼 뭐든 얻어가겠지. - 여기서 돈은 어떻게 벌 수 있을까? 나는 지금 당장 뭘 해 볼 수 있을까? 끊임 없이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보는 거야.
나는 공주가 카페 일을 하고 싶어서 바리스타 알바를 하고 창업까지 했다는 게 정말 정말 대단하고, 잘 되던 가게를 접고 다시 새 미래를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참 멋져 보였어. 쉽지 않은 결정이잖아.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배웠을까. 정말 귀한 경험이다. 이런 생각도 들고. 그래서 내가 제안하고 싶은 건, 지금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아. 내가 독일에 온 것 처럼! 어떤 일도 (그게 좋아하는 일일지라도) 과하면 독이 되더라고. 내가 일이 많고 바빠서 힘들었던 건지, 그냥 그 일 자체가 질린 건지. 나는 지금 쉬고 싶은 건지,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건지, 다른 일이라면 어떤 일? 나 예전에 뭐 좋아했더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또 뭐가 있더라? 이렇게 나를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마음이 지치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시기가 오거든. 그래서 그 마음을 보듬어 주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아. 그래야 움직일 힘이 생기더라고! 공주에게도 충전의 시기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 그간 정말 정말 고생 많았고! 앞으로도 뭐든 잘 해낼거라고 믿어. 화이탱!
(+ 추가적으로, 공주의 스토리가 궁금해. 블로그든, 인스타든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을 꼭 어딘가에 정리해서 적어두었으면 좋겠어. 기록은 나의 자산이 되거든. 공주의 빛나는 이야기를, 공주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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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휘뚜루 마뚜루 고민 상담은 여기까지! 혹시 나의 미래와 관련하여 단발쓰와 고민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아래에 적어줘! 일주일에 한 사연씩 가지고 와 볼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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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하며
아직도 안 믿겨. 이제 곧 독일 여행이 끝나다니.... 🥲 이번에 느낀 건데, 이런 식으로 일년에 한달 정도는 나에게 휴식 기간을 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돈도 돈이지만, 이 시간이 나를 리프레시 하게 만들어 주더라고. (친구랑 내년 여름에는 덴마크 여행 가기로 했어 희힇) 다음에는 치앙마이도 한 번 가보려고 하는데, 혹시 가게 되면 또 편지로 알려줄게. 이번 편지가 조금 많이 늦었는데 (하핳) 다시 한번 기다려 줘서 넘넘 고맙고, 우리는 또 일요일에 만나! (다음 편지는 한국에서 쓰고 있겠구만..! 시차 적응 잘 할 수 있겠지? 따흐흑)
p.s. 내가 만든 양모 펠트 인형들이야. 넘 귀엽지 않아? 친구가 손재주 좋다고 칭찬해 줬엉...호호 (와중에 단발 너무 심술통처럼 만들어졌엉)
FROM. 단발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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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마워, 단발모리!'
혹시 단발의 이야기가 공주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커피 한 잔 선물해 주기! 희희. 울 공주, 왕자들의 응원은 단발쓰를 춤추게 한답미다.
JUNA, 장기 공주 커피 고마오! 응원 글도 갬동 ㅠㅠㅠ 커피 마시고 으쌰으쌰 또 힘내서 달려나가 볼게. 고마오! (답글도 달아놨어^////^)
그럼 다음에도 힘나는 이야기로 찾아올게. 그럼 앙뇽!❤️
FROM. 단발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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