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혼했다는 거 알고 있으려나? ( 오늘의 이야기는 조금 TMI가 될 수도 있겠다. )남편과 나는 굉장히 다른 성향이거든. 나는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안정보단 도전을 택하는 편. 한 곳에 머무는 것 / 안주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이야. 실행력도 강해서 일단 행동하고 보는 편이고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잘 해. 반면 남편은 도전 보다 안정이고 (성장 욕구가 강해서, 본인 커리어에서는 아닌 것 같지만, 모험을 그닥 좋아하진 않더라고.) 책임감이 갱장히 강해. 말을 한 마디 할 때도 굉장히 신중한 성격이고, 일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지. 그리고 나는 맥시멀 리스트고, 남편은 미니멀 리스트야...^-^ 강점도 정반대, MBTI도 정반대. 조금만 들어도 얼마나 다른지 알겠지?
이렇게 다른 사람이 어떻게 만나서 같이 살고 있는지 나조차도 정말 신기하긴 한데, 돌이켜 보면 다르기 때문에 만난 것 같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남편이 가지고 있고, 남편이 가지지 못한 것을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근데 이 장점들이 결국 단점이 되더라고. 예를 들어 남편이 말을 할 때 항상 신중한 게 좋았는데, 막상 만나보니까 말을 너무 안해서 답답한거야. 자기 통제를 잘 하는 편이라 어른스러워 보여 좋아했는데, 일을 할 때는 절대 핸드폰을 안 보고, 가끔 나보다 자기 일이 먼저인 것 같아서 서운한 적도 참 많았어. 그래서 매번 삐지고, 서운해 하고,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바꾸려도 하고, 바뀌지 않는 모습을 보고 속상해 하기도 하고.. 그랬지. (그때는 어렸으니까 허허)
근데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더라. 내가 이런 점이 좋아서 이 친구를 만나는 건데 이걸 바꾸려고 하는 게 이상한 거라고. 모든 사람은 장점/단점을 가지고 있잖아. 물론 나도 가지고 있지. 내 주변에 나와 오래 관계를 맺는 지인들을 보면 신기하게도 거의 성향이 비슷해. 근데 이 사람들이 장점만 있을까? 아니지. (저번 주에 소개한 내 친구도 나랑 정말 달라섷ㅎㅎ 진짜 많이 싸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가 유지되는 이유는 나에게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야. 그 장점 덕분에 단점을 커버(이해) 할 수 있는거지. 사람의 '성향' 자체는 쉽게 안 바뀌잖아. 내가 이해할 수밖에! ㅎㅎㅎ.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은 - 대화의 부재로 인한 오해로 부터 시작되는 것 같았어. 대화를 별로 안하니까 지레짐작하는 거야. '얘는 왜 나한테 전화를 별로 안 할까?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거야. 맨날 자기 일이 더 먼저잖아.' 이런 식으로. 처음에는 그렇게 꽁해 있으면서 '쟤는 왜 저럴까' 마인드로 살아왔는데, 오래 만나다 보니 (나도 그간 으~른이 되기도 했고!)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감정부터 꺼내는 게 아니라 물어보게 되더라고. 왜 이렇게 행동했는지 물어보고 그 뒤에 '너가 ~~해서 사실 나 조금 속상했었어' 하는 거지.
내가 남편이랑 9년을 연애하고 결혼한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오래 만나면서 터득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나만의 몇 가지 방법이 있어.
1. 탓 하지 말기.
나는 문제가 생기면, 이미 벌어진 문제. 탓하기 보단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까?' 고민하는 편이야. 간호사로 일하면서 이미 벌어진 일에 무슨 범인 취조하듯 집에서 쉬고 있는 사람한테까지 전화해서 뭐라고 하는 상황을 굉장히 많이 겪었기 때문에 진짜 절대 나는 그러지 말자. 했거든. 이미 벌어진 일에 탓해서 뭐하리. 상대방의 잘못이라면, 일단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는 그 문제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거지. 그래야 내 마음이 더 편하더라고.
2. 서운한 일이 있어도, 감정 빼고 얘기하기.
집에 딱 들어왔는데, 남편이 화가 나 있는 거야. 시차적응을 아직 제대로 하지 못하기도 했고, 일 하느라 11시가 다 돼서 들어와 녹초가 되었는데, 남편의 모습을 보고 나도 화가 올라오더라. 뭐 때문에 화난지는 대충 짐작이 가는데, 그냥 그 상황이 짜증났어. (나도 사람이니까. 허허.) 그리고 쓰레기를 버리러 갔는데, 그때 밖에 있었던 10분 동안, '왤까. 화를 안 나는 남편이 웬일로 화가 났지. 그 정도로 화낼 사람이 아닌데.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나도 좀 가라앉더라고. 그러고 집에 들어와서 남편한테 '혹시 무슨 일 있었어?' 물어보니 회사에서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집에 와 보니 택배 박스가 쌓여 있는 걸 보며, (내 양모펠트... 허허..) 짜증이 났다고 해. 원래는 그냥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인데, 이미 회사에서 감정이 많이 상한 상태로 집에 온 거지. 그 얘기를 듣고 물어보길 잘 했다 싶더라. 나도 짜증냈으면 분명 둘이 싸웠을거야.
보통 사람은 자기가 잘못해도 상대방이 '너 왜 이렇게 했어!!!' 확 안 좋은 어투로 내뱉으면 내 잘못보다 상한 감정에 더욱 초점을 맞추거든. 당연한거야. 인간이니까. 그래서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는 최대한 침착하게 화를 내지 않고 말을 하려고 해. 그리고 깊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3.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예전에는 없었는데 생긴 마인드 - '그럴 수도 있지.' 위에서 말한 것 처럼 사람의 본질, 성향은 바꾸기가 쉽지 않아. 그럼 계속 평생 서운해하며 살아야 할까? 그러기엔 나는 남편을 너무 좋아하고, 서운해 하는 것 자체가 내 멘탈을 갉아먹더라고. 그래서 남편을 바꾸려 하기 보다는 이해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노력들에 집중하고 있어.
남편이 말수가 없어서 답답해. 얘는 나한테 관심이 없나? 👉 일단 물어봄. 혹시 나에게 관심이 없니?(ㅎ) '아니' 오해 풀기 👉 ~~해서 속상했어 감정 이야기 하기. 👉 함께 해결책 찾기. 그래서 난 남편을 위한 질문봇이 되었지. 남편의 말 하나 하나 끄집어 내는 게 나름 재밌곻ㅎㅎㅎ 10년을 만나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게 넘 신기한거 있지. 생각해 보면 나도 나를 잘 모를 때가 많은데, 완전 다른 환경에서 자란 누군가를 온전히 알 수는 없겠지. 그래서 그냥 이해하기로 했어.
4. 대화 많이 많이 하기!
모든 오해는.. 대화가 없어서 생기는 것 같아. 그리고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기 때문도 있고, 말투가 문제일 때도 있고. 너무 너무 다른 사람이라, 서로 이해가 필요한데 행동만으로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꼭! 필요해. 남편이 말수가 없지만... 나랑은 대화 코드가 참 잘 통하거든 ㅎ. (10년의 노력 끝에...)
남편 이야기는 거의 꺼내 본 적이 없어서 조금 쑥스럽긴 한데, ㅎㅎㅎ 허허. 그래도 내 인생의 동반자이자 제일 친한 친구, 그리고 내가 되게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한번 남겨보고 싶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