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공주? 단발이야. 요즘 자꾸 레터가 점점 늦어지고, 레터를 뭘 써야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어. 그래서 저번주도 펑크냈구.... 🥲 기다려주는 공주들에게 정말루 미안한 마음이야. 콘텐츠도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 레터 뿐만아니라 만화도 잘 안 그리게 되더라고. 요즘 왜 이렇게 글을 쓰는 게 어려울까 고민을 많이 해 봤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에 대해 솔직하게 나눠보려고 해.
2월에 취미였던 그림으로 먹고 살겠다는 다짐 하에 퇴사를 하고, 그 기록을 남기기 위해 5월부터 지금까지 총 26편의 편지를 썼어. 처음의 시작은 간호사에서 마케터, 그리고 프리랜서의 길을 걸으며 '나만의 일을 하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정작 퇴사하고 나서 보니 생각보다 나의 역량이 혼자 무언가를 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더라고. 경험적으로나, 마음적으로. 예를 들어, 누군가가 주어진 일을 시스템 속에서 살아왔던 나였기에 시작 단계부터 하나 하나 내가 스스로 판단하고 일을 일구어 나간다는 게 나한테는 정말 쉽지 않았거든. 독립이란게 이런 거구나. 뼈져리게 느끼기도 했고.
그래서 하이아웃풋에서 매니저 일을 하게 된 것 같아. 처음에는 내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 같고, 동경하는 사람이 만든 커뮤니티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커뮤니티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있다보니까 내가 이전부터 해 보고 싶었던 일인거야. 사람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간호사도 아픈 사람을 낫게 하는 일이고, 근무했던 간호사 회사도 신규 간호사들이 임상에 잘 적응해 멋진 간호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고, 단발모리 계정도 좋아하는 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심어주는 일이고... 결국 내가 20대 간 살아 온 족적을 돌아보면 누군가를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만드는 일이었더라고. 사람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행복하고, 그 속에서 나도 삶의 의미를 찾아왔던 것 같아.
갑자기 왠 일 이야기냐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처음 레터의 목적이 '회사 밖 단발의 독립 일기'였잖아. 하지만 요즘은 회사 밖에서 독립하고 있다고 말하기엔 지금도 하이아웃풋이라는 곳에 소속된 몸인지라, 뭔가 방향성이 틀어졌다고 해야하나? 그렇더라고. 그래서 내가 요즘 레터를 쓰는 것을 어려워 하는 것 같아. 요즘 나의 캘린더를 뜯어보면 거진 매일 매일이 하이아웃풋클럽 일로 채워져있거든. 오늘 스토리에도 올렸지만 요즘 HOC 덕분에(?) 이게 일인지 휴식인지 분간이 안되는 순간들이 많아. (물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지. 쉬려고 했는데 일 생각으로 못 쉬는 경우도... 호호)
사실 지금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많고, 내 일을 하면 돈을 좀 더 잘 벌겠지만 (HOC의 기수 멤버로 참여하면서 내가 해 보고 싶은 것들 다 해 봤거든.) 그 때 시도해 보고 느낀 건 스스로의 역량을 더 키우지 않으면 계속 제자리겠구나 싶었어. 광고툰을 그리고, 강의를 하고, 소모임을 운영하면서 내가 지금 당장 돈을 500만원 600만원을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일을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하게 그리고 그 판을 더 크게 키우는 방법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단 걸 깨달은거지. 그리고 부끄럽게도 나에게는 일단 부딪혀보면서 성공이든 실패든 쌓을 배짱도 없었거든. 그래서 독립을 위해 또 새로운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꼈어.
그래서 모든 협업을 중단하고, 현재는 하이아웃풋클럽 매니저 일에 좀 더 몰두하고 있어.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커뮤니티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을지, 그리고 내가 이 곳에서 무엇을 테스트해 보고 얻어갈 수 있을지 등등 말이야. 근데 이게 내 일을 하면서 동시에 진행하기란 쉽지 않아서 (에너지가 분산 되더라고.) 지금은 HOC일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편이야.
그래서 회사 밖 독립일기를 쓰는 게 어느 순간 부터 쉽지 않게 느껴졌나봐. 언제 어디서든 내 스스로 선택해 업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나는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 상태니까! 그러다보니 이 레터에도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더라고. 회사 밖이라고 해놓고 회사 이야기 잔뜩 할 수는 없으니까. ㅎㅎㅎㅎ.
그럼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걸까 생각해 봤어. 요즘 나의 고민은 '어떻게 같은 시간 안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다 채워 넣을 수 있을까' 거든. 일의 효율성이나, 업무 커뮤니케이션 스킬, 그리고 내가 하고자 다짐한 것들을 이뤄나가는 끈기, 태도 등등 일 적인 측면 뿐만아니라 운동, 영어, 취미 활동, 정신건강 등등 삶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도 관심이 많아졌어.
'일을 잘 하고 싶다.', '시간관리를 잘 하고 싶다.', '영어를 잘 하고 싶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싶다.', '취미 한 개를 짱 잘하고 싶다.', '마인드가 탄탄한 어른이 되고 싶다.',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되고 싶다.'...
부끄럽지만 이것들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계속 꿈만 꿔 오던 소망들이었어. 죽을 때까지 과연 이것들을 다 이룰 수 있을까? 이전에는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인생을 잘 관리한 사람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 나는 이미 늦었고, 그런 건 대단하고 똑똑한 애들이나 가능한 거니까. 정말 바보같은.. ^^*
막상 퇴사를 하고 내가 꿈 꾸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엄청 많이 만나니까, 이 사람들도 인간이고 부족한 것들이 있고 그리고 그것들을 만들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걸 깨달았어. 나는 뭐 하나 제대로 노력해 보지도 않아놓고 그냥 그 사람들이 원래 잘났으니까, 되도 않는 핑계들을 대면서 신세 한탄이나 하고 있었던거지. 그래서 나도 이제 하나 둘 씩 내가 해내고 싶은 것들의 리스트를 부숴나가보려고 해. 그 첫 번째 단계가 하이아웃풋클럽 매니저 일인거고! 멋진 동료들과 다양한 시도와 도전들을 통해 나의 쫄보같은 마음을 깨 부수고 어떻게든 되게 만드는 힘을 길러보려고. (하이아웃풋클럽 슬로건이 '결국 해 내는 사람들'이거든.)
쓰고 나니까 속이 후련하네! 역시 사람은 머리로만 생각해서는 절대 해결되는 게 없는 것 같아. ㅋㅋㅋㅋ. 매번 내가 강조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지. 회사 밖 독립 일기는 이제 여기서 막을 내리고, SEASON 2 성장 일지를 시작해 보려고 해. '단발모리의 멋진 어른 되기 프로젝트!' 앞으로는 안주하는 삶을 포기한 단발모리가 주체적인 삶을 살기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들을 닮아보려고 해. 사실 많은 변화는 없지 않을까 싶엏ㅎㅎ. 그냥 내가 글을 쓰기 위한 목적이나 잣대가 조금 달라진 것일뿐!
초심을 되찾아, 나의 삶을 회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또 다시 열심히 꾸준히 써 볼게! 내가 하는 일들에서 재미있는 소식들이 있으면 레터에서도 가져올테니 공주랑 지금처럼 편지 주고 받는 사이로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