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에 몰두하면서 사실 휴식이랄게 제대로 없었던 것 같아. 그냥 매일 이렇게 달리는 게 너무 당연하게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데, 돌이켜 보면 그냥 그 행위가 불안에서부터 비롯된 게 아닐까 싶더라고. 지금 당장 좀 더 해야할 것 같고, 지금 쉬면 내가 원하는 성과를 못 낼 것 같고, 또 망하면 쪽팔리니까 그건 못 참겠고.. 성장을 해야한다는 압박에 스스로를 옮아맨거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쉬면 죄책감이 들었거든. 머리 속은 일로만 가득 채워져서 정작 내가 사랑하는 행위(그림, 독서, 글쓰기 등등)에 쓸 에너지가 전혀 생기지 않았어. 휴식 타임을 정해두긴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더라고. 일이 생기면 자꾸 들여다보게 되고, 휴식은 너무나도 쉽게 나의 우선순위에서 밀렸거든.
근데 요즘따라 이렇게 제대로 쉬지 못하는 행위가 독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머리가 계속 멍한거야. 가슴이 답답하고, 혼자 있으면 불안하고. 일을 할 때 외에는 텐션이 쉬이 올라가지 않았어. 쉬면서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누워서 영상만 잔뜩 봄..)
단발모리 계정을 하면서, 셀프 디깅 프로그램, 독서모임 등등.. 남들에게는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만들도록 도우면서 정작 내 스스로는 돌아보지 못했던 것 같아. 그래서 자꾸 콘텐츠도 잘 안 만들게 된걸지도. 항상 진심을 다해 콘텐츠를 만드는 편인데, 그 진심을 담을 힘이 없는 기분이랄까. 콘텐츠에서도 에너지가 빠진 게 스스로에게도 너무나도 느껴져서 더 올리기가 싫었어. 힘이 없는데 콘텐츠에서는 힘을 내야 하니까. 원래는 스스로에게 힘을 주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이제는 그럴 기력도 없는 건가봐.
그리고 그냥 스스로 나약한 모습이 보기 싫었던 것 같아. 왜 나는 이것도 버티지 못할까, 왜 나는 멘탈이 이렇게 약할까, 왜 나는 스스로 시간 하나 컨트롤 하지 못할까, 왜 나는 왜 나는... 왜 나는.. 요즘 내 상태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거든.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다 몸도 하나 둘씩 아프고, 약속한 일정들도 다 펑크내는 상황을 보면서 내가 너무 욕심부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왜 우선순위를 이렇게 잘 챙기지 못할까 자책하는 날들이 많았어.
근데 정말 웃기게도, 그런 상황일 때 마다 버팀목이 되주던 단발모리 계정이 이제는 숙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더라.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솔직해 지기가 참 힘들어지는 것 같아. 좋은 모습만 담으려고 하고, 뭔가 교훈을 줘야 할 것만 같고. 이런 고민을 이야기 하는 주변 자기계발 크리에이터 분들에게 항상 '사람들은 당신의 솔직한 모습을 원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었어. (그래서 스스로 입만 산 것 같아서 또 자책함 ㅠ)
그나마 레터를 시작해서 을마나 다행인지 몰라. 공주가 길고 긴 답장을 나에게 보내주는 것과 같은 기분이려나? 물론 레터도 몇 명이 봤나, 몇 명이 클릭했나 이런 걸 확인할 수 있긴 하지만, 좀 더 신경이 덜 쓰이거든. 프라이빗하기도 하고. 그래서 레터는 좀 더 솔직하게 쓸 수 있나봐. 괜히 쓰면서 눈물 찔끔 나는 거 있지.
이전에 이런 고민으로 지인분께 상담 요청을 드린 적이 있는데, 그 분이 나에게 '연예인 병'이라고 말씀하셨어ㅋㅋㅋㅋ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히 여기고 진짜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할 줄 알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라고! 여기서 '솔직해지기'란 결국 스스로의 부족한 모습도 드러낼 수 있느냐 없느냐인 거 같아. 나의 치부를 드러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잖아. 인간이라면 누구든 멋진 모습, 잘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을테니까.
아직도 그게 참 어려워. 퇴사를 하고 나서 내가 원하는 길을 걸으며 살아가면서 사람들에게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거든.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안정을 버리고 좋아하는 일을 택해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란듯이 보여주고 싶었어.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남들이 정해 준 길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용기를 주고 싶었거든. 잘 사는 걸 가장 쉽게 보여주는 척도가 '돈'이었기 때문에 퇴사하고 나서 목표를 한달 수입으로 잡기도 했고. - 지금은 좀 더 장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돈 앞에서는 작아지는 내 모습을 보며... 흔들릴 떄가 많지. 이런 모습들이 결국 나에게도 가면을 쓰게 만들었나봐.
HOC 8기를 하면서 콘텐츠에 대해 그런 피드백을 받았어. 단발모리님 콘텐츠는 진정성이 넘쳐서 좋았는데, 요즘은 광고를 위한 콘텐츠로 보여질 때가 많다고. 가슴에 푹 박히긴 했지만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던 부분인지라 별다른 말을 못하겠더라. 그래서 멤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콘텐츠에 대한 조언과 아이디어를 많이 받았어. 결론은, 다시 원점. 초심으로 돌아가자. 나는 광고를 하나 해도 직접 체험해 보고 최대한 광고 속에서도 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는데, 내가 좀 조급했나봐. 그게 콘텐츠로 다 들어난다니 참 신기해 그치?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나에게도 지금은 셀프 디깅이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싶어. 11월은 사실 ... 일정이 거의 가득가득 차서 쉴 틈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나를 위해 보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싶었어. 기대되는 아침을 맞이 할 수 있도록 ! 그럼 내가 하는 일들에 있어서 가지치기가 좀 필요할 것 같아. (- 가능한 부분이 있으려나 몰라 🥲) 돌이켜보면 내가 가장 사랑했던 시간은, 콘텐츠를 만드는 순간이었거든. '어?! 이 내용 콘텐츠로 만들어야겠다. 이 내용 꼭 기록하고 싶다.' 영감이 팍 튀면 그 자리에서 글을 뚝딱 써 내리고, 콘텐츠를 올리고, 공주들이랑 소통하고.....
일도 좋지만 앞으로는 일하는 것들을 조금은 덜어내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시간들을 조금씩 마련해야 할 것 같아. 나는 오래오래 내 일을 사랑하며 살고 싶거든! 그리고 어렵겠지만, 레터든 만화든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잘 전달해 볼게. 수치에 흔들리지 않고, 지조를 지키며. 내 중심, 흔들리지 말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