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공주! 단발모리야. 이번 레터도 여지없이 늦었지.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어. (코쓱)

오늘 남편하고 레터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모르겠어서 레터 쓰는 게 어려운 것 같아.' 얘기했더니 휴재를 해 보면 어떠냐고 얘기하더라고. 잠깐 마음이 혹 하긴 했지만, 과연 휴재를 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까? 오히려 한번 쉬고 나면 힘들게 들여놨던 나의 루틴이 깨지지 않을까 싶은거야. 왠지 다시는 쓰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 기록이란게 그렇잖아. (기록 뿐만아니라 모든 창의적인 활동들이 다 그런 것 같아.) 한번 물고를 틀면 또 후루룩 쓰는데 그 물고 트는 게 어렵지. 흰 백지에 무언가를 채워 나가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 왜 창작에 '고통'이라는 키워드가 붙는지 이해가 되는 것 같아. 인스타툰을 그리고, 글을 쓰고. 완성이 되고 나면 후련하긴 하지만 또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 때 그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 (도자기 장인이 도자기를 깨는 심정이랄까.)

 오늘 도대체 무슨 얘기를 써야할지 모르겠어서 스토리에 올려 공주들에게 물어봤더니 한 공주가 '왜 레터를 쓰는 게 힘든지' 적어달라고 답변이 왔어. 그러게. (고민 중) 앞의 편지에서도 얘기했지만 그냥 스스로의 방향을 조금 잃은 상태인 것 같다고 느껴서 인 것 같아. 아무도 나에게 강요한 적은 없었지만, 스스로 나는 '퇴사', '독립', '회사 없이 홀로서기', '돈' 이런 키워드에 꽂혀 있었거든. 근데 요즘은 그런 생각들이 많이 바뀌었어. '퇴사를 하자.'에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은 과연 무엇일까?', '단순 회사 독립'에서 '삶을 주체적으로, 독립적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돈을 많이 버는 것'에서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 이렇게 좀 더 본질적인 것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하더라고.

 요즘 SNS를 보면 비슷한 이야기가 많잖아. 팔로워를 많이 모으는 법, 돈을 많이 버는 법, 쏟아지는 각종 정보들... 그런 콘텐츠를 보면서 나는 과연 나다운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걸까? 싶었어. 아직까지도 숫자에 휘청이는 경험을 많이 하거든. 그러고 싶지 않은데, 그냥 나는 행복하게 내 생각들을 쏟아내고 싶은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쉽지 않아졌어. (물론 숫자도 당연히 봐야 해. 숫자는 나의 WHY를 실현시켜 줄 지표거든. 내가 잘 나아가고 있나 보여주는. - 숫자가 목표가 되면 절대 안 되지만..!)

 나는 단단한 사람이 아니라 단단해지고 싶은 사람이거든. 여리고 여려서 주변 환경에 영향도 정말 많이 받고 남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면 배도 아프기도 하고, 왜 나는 아직도 이럴까 자책도 많이 해. 요즘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싹 바뀌면서 숏폼 콘텐츠가 급부상 하고 있잖아, 트렌드에 따라서 나의 콘텐츠도 변화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새롭게 무언가를 시도하는 게 참 어렵더라고.(ex. 릴스) 왜 어려울까 생각해보면 그냥 내 결과물이 부족해 보이는 게 싫었던거야. 이제 제법 콘텐츠 좀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영상은 너무 어렵고 콘텐츠는 또 많이 보는 사람인지라 내 결과물에도 기준이 갱장히 엄하거든. 왜이렇게 못 만들었나 짜증도 나고. ㅎ.. 나는 그냥 처음이라 서툰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기가 싫었던거야.

 건강을 위해 PT를 받고 있는데, PT는 매번 해도너무 재미없는거야. (테니스는 재미있었는데 말이지.) 오래 하면 나아질까 싶었는데 절대 아니더라. 2년 전에 바디프로필을 찍는다고 거진 6~7개월을 PT를 받았는데 몸을 만들고 나서도 운동은 여전히 싫었어. 그냥 PT는 원래 재미없으니까,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요즘 PT를 하면서 깨달은 건 나는 PT를 받을 때 후덜거리고 휘청거리는 내 모습이 싫었던게 아닐까 싶었어. 내가 사람들 앞에서 영어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도 유창하게 영어를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 쪽팔려서. 바보같은 내 모습을 보는 게 싫어서 였고.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이런 이유로 누군가가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해도 주변 사람들이 그걸 다 아는 것 같으면 궁금해도 그냥 아는 척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거든. ㅎ... 나만 모르는 걸까봐, 사람들 앞에서 바보되고 싶지 않아서. (간호사 때도 몰라서 물어봤다가 아직도 이걸 모르냐 혼난적이 많아서 더 쭈구러든 것 같아...ㅋㅋ)

 그래서 그것도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어. 이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내 문제가 어떤 것에 처음인 내 모습을 부끄러워하는 것이란 걸 알았거든. 의식하는 것 만으로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더라고. 아직은 완전하게 바뀌진 못했지만 서서히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

 왜 이렇게 행동을 할까? 생각해 보면 자라오면서 생긴 내 머릿속에 편견 때문이 아닐까 싶어. 나에겐 '모를 수도 있지'가 아니라 '모르면 어떻게!' 인거야. 무의식 중에 남들이 다 아는 상황에서 모르는 것이 바보같다고, 내가 그걸 모르면 사람들이 나를 무시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근데 보통 사람이라면 그렇게 깊게 생각 안하잖아.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나는 남들이 질문하는 태도를 보면서 용기 있다, 멋지다 응원하면서 스스로한테는 한없이 엄했던 것 같아.

 사실 지금 일하는 곳은 스타트업 문화적인 요소(like 판교..)가 많아서 간호사 출신이 내가 잘 모르는 영역들이 많거든. 물어보면 참 좋을텐데 싶으면서도 너무 많아서 그냥 조용히 있다가 집에 가서 검색해 보는 편이야. ㅋ. (물어볼 타이밍 놓쳐서 그냥 흐린 눈 하고 고개 끄덕이다 넘어감..ㅎ) 이전에는 괜히 위축되고 그랬는데 요즘은 뭐 어쩌겠어, 나한테는 새로운 세상인걸. 허헣. ^///^ 하면서 넘어가고 있어. 모르면 구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하고... ㅋㅋㅋㅋㅋ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들에 대해서 요즘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 내가 생각보다 편견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어서 부끄러운 순간도 많고 스스로의 편견 안에 갇혀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경우도 많고. 남에게도 그런 잣대를 들이밀고 있진 않을까 내 행동과 태도도 많이 돌아보게 되고. 그러다보니 겸손해 지더라. 별개의 얘기이긴 한데 이런 생각들로 고개가 절로 숙여지다 보니 요즘 강연을 따로 못하겠더라고. 내 말이 과연 정답일까? 각자의 정답이 있는데 내가 나의 정답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나는 멋지게 나이를 먹고 싶거든. 좀 더 세상을 긍정적이고 여유롭고, 지혜롭게 살아가고 싶어. 편견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항상 아이같은 시선으로 넓은 세상을 품고 싶어. 그래서 스스로에 대해서도 많이 돌아보게 되고, 주변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사회적 통념에서 (ex. 20대에는 취직을 해야한다. 30대에는 결혼을 해야한다.) 자유로워지려고 있어. '남들은 다 그런데 넌 왜 그래?' 자신의 정답을 강요하며 내 삶을 존중해 주지 않는 사람들이 이야기는 듣지 않으려 거리를 두기도 하고.

 그렇게 보면 뭐든 영원한 건 없는 것 같아. 삶도 사고(thought)도 주변 환경도 관계도 시간이 흐르면 변하기 마련이잖아. 결국 그 변화 속에서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가 중요하고, 변화에 잘 적응하려면 내 중심을 잘 지켜야 하는 것 같아. 요즘 이렇게 철학적이고 재미없는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글쓰기도 만화그리기도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하넿ㅎㅎ... (이 많은 생각들을 10컷으로 줄이기가 쉽지 않은..)

 이번 주의 하이라이트는 현재 몸 담고 있는 하이아웃풋클럽에서 연말파티를 진행했어. 기획단으로 참여한 건 아니지만, 2부 MC진행을 맡아서 (레크레이션 타임 ~) 이번에도 신나게 무대 뒤집고(?) 왔지! ㅋㅋㅋㅋ 깔깔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 재미있는 진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진행을 맡은 두 시간 남짓 되는 시간동안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어..! 나는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볼 때 (+반짝이는 눈) 거기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 진짜 카타르시스 제대로 느끼고 왔다!

 

 만족스럽게 공식 행사를 마무리 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진행 너무 재미있었다고 - 진짜 행사 전문 MC인 것 같았다, 왜 할 때마다 실력이 느냐고 엄청 칭찬해 주셔서 더 기분이 좋더라고. 업으로 해봐도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래 나중에 할 수 있는 직업이 또 하나 생겼다 싶었어. 이것도 회사에서 발견한 숨은 재능 + HOC에서 다져진 MC 스킬 덕분인지라, 정말 뭐든 하면 실력이 늘고 좋아하고 재능있는 일을 할 때 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구나 싶더라. 뭐든 굶어 죽을 일은 없을 듯!ㅋㅋ

 기분 좋아서 새벽 다섯시까지 놀다가 반쯤 눈 감긴 상태로 첫차타고 들어왔는데, 아니 에너지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건지. 대학생 때도 안했는데 난생 처음 밤 새고 놀았지 모야. 아직까지도 생각하면 설렌다. 희희. 사람들에게 행복한 기억을 선물하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야. 이 편지를 보고 있는 공주도 이번 한 주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번 주는 행복한 일들 많이 발견하는 일주일이 되었으면 좋겠어! 오늘도 주절주절 말이 정말 많았는데, 우리는 또 다음 주에 보자. 늦어도 꼭 돌아올게! 안뇽❤️ 

P.S. 아래는 멤버가 찍어준 내 진행 사진, 애정하는 내 HOC 팀원들 사진 투척 ! ^///^

혹시 단발의 이야기가 공주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커피 한 잔 선물해 주기! 울 공주, 왕자들의 응원들은 단발이 오래오래 레터를 쓸 수 있게 도와준답미다 >_< 헤헤헿💞

그럼 다음에도 솔직 담백한 이야기로 찾아올게. 그럼 앙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