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하다가도 항상 힘든 순간이 찾아 올 수 밖에 없는 것 같아. 해야하는 일이 너무 많아지다 보면 그 일들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이 때 나의 부족한 점들이 여실히 들어나거든.
이번 주 동안 정말 열심히 일을 했는데도 막상 한 것을 돌아보면 몇 개 없는거야. 매번 이만큼 걸릴 시간이 아닌 것 같은데 한 가지 일을 하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시간 예측이 안 되니 자꾸 해야 하는 일들이 딜레이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사람들 간의 약속이 틀어지며 신뢰를 잃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이런 내가 너무 답답한거야. 일이 얼마나 걸리는지 체크해 보고 싶은데 그것도 잘 안 되고, 일을 줄여보려고 해도 욕심이 많아서 그것도 잘 안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어디부터 어떻게 말 해야 할지 몰라서 해야 하는 일들을 다 가져오고, 처리할 수 없는 일들에 정신을 못 차리고, 금세 또 지치고... 내가 이렇게 일을 못했었나? 간호사 시절에도 스스로 부족한 점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일하는데 스트레스 받을 만큼은 아니었거든. 근데 요즘은 내가 일을 너무 못하는 것 같아서 속상할 때가 많더라고.
왜 그럴 때 있지 않아? 어느 날은 내가 너무 멋져보이는데, 어느 날은 내가 너무 별로인거야. 30이나 됐는데 여전히 게으르고, 여전히 운동 하는 걸 싫어하고, 채소는 안 먹고.. 일은 못하고, 사람과 소통하는 것도 여전히 어렵고.. 10년 전만 해도 30살은 정말 큰 어른 같았거든. 그 나이가 되면 혼자 살아도 아무 문제 없는 너무나도 멋지게 사는! 독립적인 어른이 되는 줄 알았어. 근데 현생은 멋진 어른되고 싶어 하는 꾸꾸까까 어른이일 뿐...
10년 전 나와 차이를 두자면 예전에는 '나는 똥 멍청이야. 근데 그건 내가 환경이 이래서 그래.' 라고 주위를 탓하고 바뀌지 않는 환경에 불평만 했다면, 지금은 나를 중심으로 두고 지금 당장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된 것. 그리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조금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 (별 큰 차이는 없다. 정신적으로 건강해졌다 정도..^^? 그래 이게 제일 큰 변화지 뭐. ㅋㅋㅋ)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의력 결핍 성향이 꽤 큰 편이었거든. 물건을 잘 잃어버리거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기억을 잘 못하거나,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는 성격이었어. 한 가지를 꾸준히 잘 하지도 못하고. 그래서 계속 변화하는 새롭고 창의적인 일을 좋아했던 거고! (사람들을 만나고 활동적인 일을 좋아하는 이유도 결국 내 성향 때문이 아닐까 싶어.)
어렸을 때는 이런 성향 때문에 정말 많이도 혼났어. 자유롭고 틀에 박히지 않다는 게 장점이지만, 어른들 눈에는 그게 장점으로 보이지 않잖아. 다른 애들은 다 동그라미 모양으로 어떤 환경에서도 잘 굴러가는데 나만 별 모양인거야. 뾰족하게. 그래서 부모님과도 정말 많이 부딪혔었어. 어렸을 때 부터 운동과 미술을 하고 싶어했지만, 보통의 아이처럼 피아노와 영어, 수학학원을 다녔고 내가 잘 하는 것보다 잘 하지 못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살아왔었어. 튀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했고, 사람들의 말에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는 게 아니라, 수긍하면서 살기 시작한거지. 모난 돌이 되고 싶지 않았거든. 내가 가진 뾰족한 모양들을 애써 숨기면서 살아왔던 거야.
그러다보니 내 모습이 아닌 나로 꽤 오랜 기간 살아왔던 것 같아. 또 성격이 완전 숨기지는 못해서 어른들이 원하는 내 모습과 진짜 내 모습 사이에서 충돌을 많이 겪었어. 그래서 사춘기 시기에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었고. (많은 사람들은 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데, 나는 지금이 더 좋을 정도로 그때는 방황을 정말 많이 했었거든.) 그렇게 계속 작아졌던 것 같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하루에 10시간이 넘게 그림에 몰두하고, (그림 공책만 30권)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고, 만들기를 잘하고, 운동 신경이 있고,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태우고... 돌이켜 보면 나도 어느 면에서는 정말 반짝이는 사람이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그게 잘 안보였어. 왜 나는 애매하게 이런 재능들만 있을까. 머리나 똑똑하지. 공부나 잘하지. 괜히 애매한 재능이 원망스러웠던 적도 많았고.
근데 재미있는 게 지금 그 모든 재능들을 다 쓰고 있거든.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만족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행사를 짜고, 인스타툰을 그리고, 강연도 하고.. 내가 필요없다고 생각했던 모든 재능들이 좋아하는 일로 살아가는 열정적인 지금의 나를 만들었던거야.
서른이 돼서 그때를 바라보니, 그냥 그때 당시에는 나만의 기준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 어렸을 때는 어른들의 영향을 많이 받잖아. 공부를 잘 해야 한다. 좋은 대학을 가야한다.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 학교에서도 학생의 인성과 상관없이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차별대우 받는 경우도 정말 많이 봤었고, 그런 사회에 불만이 많았어. 이게 과연 옳은 걸까? 근데 그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어른이 아무도 없었어. 그래서 그냥 내가 적응을 잘 못하고, 유별나다고 생각한거지.
그래서 어른이 되고 나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확고히 만드는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어. 안정적인 삶만이 정답이 아니고, 각자 살고 싶은 삶이 다 다르고, 정답이 아닌 선택이다. 근데 그런 생각을 옳게 만들려면 내가 그렇게 살아야 하거든. 그래서 지금의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끊임 없이 스스로 증명해 내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도 있나? ㅎㅎㅎ 그래도 지금의 삶이 더 좋아.
그래서 어느 순간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내가 원하는 멋진 어른의 모습)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 청년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 끌려다니는 삶이 아닌 선택하는 삶을 살아라. 너의 인생의 주인은 너다. 실패해도 괜찮다. 모든 삶은 완벽하지 않다. 이런 이야기들 있잖아.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학생 때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해 주기만 했어도 그렇게 크게 방황하지 않았을 것 같거든.
지금도 그래서 내 나름대로 노력으로 간호사 회사에 들어가서 간호사 적응을 힘들어하는, 혹은 멋진 간호사가 되고 싶은 간호학생들을 위해 상품을 만들고, 좋은 메시지를 전하고, 힘이 되는 활동들을 했고, 나의 성장하는 생각들을 인스타툰으로 공유하고, 지금은 열심히 살고 싶은 & 주체적으로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에 들어왔고, 스스로의 방향성을 잡아 줄 수 있는 셀프디깅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거야. 지금의 일을 언제까지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앞으로도 누군가의 꿈과 미래를 지키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 그거 하나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어.
그래서 결론은, 지금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느 순간 나의 사랑스런 모습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거지. 부족한게 있다는 건 그만큼 잘하는 게 있다는 뜻이니까. 그 잘하는 일에 집중해서, 내가 잘하는 일을 찾아가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 여러가지 경험을 하면서 나에게 맞지 않는 일들을 걸러내고 내가 잘하는 일을 더 잘하게 만드는 작업들을 하는 거지. 그러다보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점점 뾰족해져. 이건 경험담이라 확실하게 말할 수 있따! ㅋㅋㅋ
그래.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요즘 내 부족한 점 때문에 넘모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했는데 (이건 잘하는 것/못하는 것과 별개로 처음 하는 일이라서 어려운 것 같기도 ㅎ...) 좀 더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성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 봐야겠어. 적다보니 내 생각도 정리가 되네. ㅋㅋㅋ 내가 레터를 꾸준히 쓰는 이유인가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