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편이랑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했어. '너는 일을 왜 해?' 남편도 나도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편이라 (일개미) 하루 종일 일을 생각하고, 일을 더 잘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다는 게 공통점이거든.
그런데 이전에 내가 남편한테 이런 질문을 했더니 남편이 '생계 유지'라고 답을 하는거야. 분명 생계유지만으로 저렇게 열심히 하진 않을텐데..? 좀 더 생각해 보라고 남편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 카페에서 그러더라고.
"요즘 일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어. 내가 이 일을 왜 할까? 내가 좋아하는 일인 걸까? 앞으로 10년 뒤에도 나는 지금처럼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
이전에 내가 너는 10년 뒤에도 그 일을 하고 싶어?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 질문 때문에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하더라고. 남편은 아직 답을 내리기 어렵다고 했어. 그래서 계속 생각하고 있다고.
공주는 일을 왜 하고 있어?
내가 다양한 일들을 하면서 느낀 건, (심지어 첫 직장 / 두 번 째 직장 / 세 번째 직장에서 생각한 일의 의미가 모두 달랐어.) 일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돈 외에 어떤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거야. 내가 안정적인 직업에서 좋아하는 일로 업을 틀었잖아. 근데 아무리 좋아하고 잘 맞는 일이더라도 안 힘든 일은 없거든. 처음해 보는 일은 뭐든 어렵고, 내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처음 하던 것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고, 레벨업을 할 수록 업무 강도와 책임이 더 올라가게 되니까. (게임을 할 때도, 레벨이 올라갈 수록 더 어렵고 큰 퀘스트가 주어지잖아?)
그런 어려움이 생겨도 이 일을 하고 싶은지? 그걸 생각해 보면 좋아. 내가 간호사 때를 생각해 보면, 나는 그런 마음이 없었어. 어느정도 연차가 차니 그냥 지금 눈 앞에 있는 일, 주어진 일 정도만 잘 해내면 되지 더이상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거든. 새로운 일을 하면 또 새로운 어려움이 생길테니까. 근데 지금은 잘 해내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워도 계속 어려운 챌린지를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어. 이 차이가 무엇일까? 나는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가 이전에 비해 명확해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나는 사람들이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보는 걸 좋아하거든. 간호사 일에서도 수술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는 걸 볼 때도, 간호사 마케터 때도 예비 간호사들이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좋은 간호사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는 것도, 강연을 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때도, 하이아웃풋클럽에서 사람들이 점점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도. 그냥 그게 너무 좋더라고.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기여하는 일.
그런 일들을 하다보니 내 또래의 청년들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 왜 내 또래 사람들은 이렇게 삶을 힘들게 살아가야만 할까? 왜 이렇게 자신이 아닌 타인의 기준대로 살아가게 되었을까?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 그런 생각들로 인해 여러가지 모임을 열고, 지금의 회사를 만나게 되었고, 이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셀프디깅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고. 그 일들을 통해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들을 보면 너무 뿌듯하고 보람차더라고.
이전에 독일 갔을 때 만난 15년 지기 친구가 '한 번 태어난 인생,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죽으면 좋지 않겠어.'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나도 그런데서 가치를 느끼는 것 같아. 세상이 좀 더 좋은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강점 - 미래지향 4위ㅋㅋ)
이외에도 나는 일이 인간적인 성숙을 이뤄주는 경험이라고 생각해. 인간은 나약해서 어려운 일을 피하고, 안정된 삶을 좋아하고, 게으르거든. 근데 일을 하다보면 내가 생각지도 못하는 챌린지들이 주어지면서, 나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 어른이 되도록 만들어 준다고 해야할까? (물론 인간적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환경에서의 일은 예외지만) 배울만한 사수가 있고, 함께 하는 든든한 동료들과 시너지를 내면서 어려운 목표를 이뤄나가는 과정. 이 과정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내가 잘하는 것은 / 어려워 하는 것은 뭔지,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등 나에 대한 탐구를 도와주거든.
일을 경험으로 치환해 보면 어떨까? 어릴 적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는 말이 결국 경험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는 소리잖아. 일도 결국 경험의 한 종류인거지. 그래서 나는 일을 할 때도 최대한 다양한 경험 -그게 비록 어려운 일일지라도 -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이런 이유로 일을 하다보니, 일에 대한 선택을 하기도 수월해. 나의 인간적인 성숙을 이뤄주는가?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는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 지금은 꿈을 가진 청년들을 도와주는 일인가? 도 포함되어 있지. 이런 기준 속에서 선택을 내리는거야. 이건 단박에 쌓아지는 게 아니라, 서서히 일에 몰입해 나에게 잘 맞고 /아닌 일을 구별해 나가면서 기준이 생기더라고.
공주의 일에 대한 기준은 뭐야? 한번 꼭 생각해봐! (답장에 적어줘도 좋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