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공주! 단발이야. 나는 오늘 낮잠을 푹 자고 일어나 맥주 한 잔 후 노트북 앞에 앉아 편지를 쓰고 있는 상태야. 이번 주에 여러 일정들이 많아서 체력이 거의 바닥이 나버렸지 뭐야? ㅎㅎ.. 공주는 이번 일주일 잘 보냈어? 날이 많이 풀리면서 이제 거의 봄이 완전히 가까워진 것 같더라고! 한동안 흐리다가 또 맑아져서 기분 좋게 일주일을 마무리 한 것 같아. (오늘은 밖에 나가보질 않아서 날씨를 잘 모룸.. ㅎㅎ)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요즘 내 상태와 엮어서 '완벽하지 않을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 볼까 해.
두 번의 퇴사를 거쳐 지금의 일을 하게 되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던 만큼 스스로에 대해 부담을 굉장히 많이 가지게 된 것 같아. 이전 대비 하는 역할도 커지면서 잘 해내고 싶고, 더 잘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를 계속 높히게 되더라고. 그러다보니 무언가 새롭게 시도하는 것에 대해 이전 대비 두려움이 많아진 것 같아.
레터를 오래 간 본 공주라면 알겠지만 사실 근 1-2달 정도 굉장히 힘든 기간이었고, 그걸 이겨내기 위해 지금 애쓰고 있는 상황이거든. 내가 시도한 것들이 그리고 하고 있는 일들이 결과가 좋지 않아 '이 일이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게 된 두 달이었어. 결과가 나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업무에 일이 컨트롤 되지 않다보니 새롭게 무엇을 시도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계속 같은 일만 반복하게 되고, 뭔가 시도를 하고 열심히 하긴 하는데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 지치더라고.
근데 또 그만두기에는 이렇게 포기하면 내 선택에 후회가 너무 많이 남을 것 같았어. 그래서 내가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많이 시도해 보고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 생각을 정리했지. 그렇게 요즘 갈팡질팡하면서 꿋꿋히 나아가고 있는 중이야. 이과정을 겪으면서 스스로 부족한 부분들을 마주하는 경험들을 정말 많이 하고 있기도 하고.
그럼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은 무엇일까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내가 하는 일들을 굉장히 무겁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거야.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나의 부족한 부분을 들키고 싶지 않은 욕심으로 인해 '일단 해 보고 생각하자'의 마인드에서 '이게 과연 될까?'의 마인드로 점점 바뀌고 있는 느낌이랄까. 사실 완벽하게 잘 모르겠어섷ㅎㅎㅎㅎ
이렇게 내 어려움에 대해 답이 잘 내려지지 않는 상황은 처음이라, 요즘 나도 고민이 많은 상태기도 해. 키키. 그래도 뭐 언젠간 찾아지겠지?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이런 답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서 요즘은 시간을 써서라도 마음의 여유를 두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야. 요즘 그런 시간이 너무 없었어.
완벽하지 않을 용기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 보자면, 우리가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 그 일이 어색하고 어려울 수 밖에 없잖아. 잘 모르니까 부족한 모습도 보일 수 밖에 없고. 그게 당연한거야. 근데 참 사람이란 게 자기가 부족한 모습을 보는 게 참 쉽지 않다? 남들은 다 척척 잘하는 것 같은데 나만 잘 못하는 것 같고, 사회 자체도 '열심히 살아야 해. 더 잘 해내야 해'란 분위기지만 '부족해도 괜찮아. 앞으로 조금씩 더 잘 해내면 되지'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은 많이 없잖아. 그러니까 부족한 모습이 잘못된 것 처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거지.
그러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쉽지 않고, 어렵고, 힘든거야. 이미 처음 시작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이걸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생각부터 하고 들어가는거지. 사실 이 모든 건 나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글로 적어두니 더 확 와닿는닿ㅎㅎㅎ 그래서 앞으로는 이 부담감, 잘 보이고 싶고 잘 해 내고 싶은 부담감을 버리려고 해. 못하면 어때, 처음부터 어떻게 다 잘하나 허허.
지금은 그래서 마음이 좀 많이 편해진 상황이야. 일도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지는 것 같고. 여유도 가지면서 살아가고 있어. 확실히 사람은 적당한 여유가 있어야 굴러간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고 있지. (여기서 나에게 여유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정도의 여유야.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 마음의 여유. 일이 바빠지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더라고. 허허)
공주는 '완벽하지 않을 용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생각해 보면 이 레터도 나의 완벽을 부수는 시도 중 하나인 것 같아. 손 가는 대로 쓰기. 마음 내키는 대로 쓰기. 성과에 부담갖지 않고 꾸준함에 의의를 두기. 오늘도 나의 꾸준함에 함께 해 줘서 고마워 공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