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록을 안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어느순간 기록을 나에게 도움되는 행위가 아닌 '해야 하는 일'로 받아들이게 된거야. 레터는 부담없이 쓰자고 해 놓고선 오픈률에 신경쓰고 있고, 남들에게 보여질 멋진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에 알게 모르게 시달렸거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또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글을 쓰거나 만화를 그릴 때 힘을 뽝! 주게 되더라고.)
돌이켜 보면 작년 3월, 두 번째 회사를 그만두면서 내가 꽤 부담을 많이 가진 상태였지 않았나 싶어. 간호사라는 직업을 내려 놓고 새로운 커리어를 쌓겠다 다짐하고 나온거라서 아무도 주지 않았던 '잘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등에 지고 지냈던 것 같아. 간호사를 그만두고 나서는 그냥 좀 쉬자! 하고 싶은 거 찾아보자! 하는 정도의 생각이어서, 쉬기도 푹 쉬었고 들어간 회사에서도 잘 해내야 하는 생각보단 '여기서 뭘 더 배워볼 수 있으려나, 뭘 경험할 수 있으려나' 설렘이 더 컸었거든. 그래서 일을 하면서 어려움이 생기면 바로바로 대표님들과 편히 소통했고, 더 다양한 시도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 망하면 뭐 어때! 하는 생각으로 ㅋㅋㅋㅋㅋ.. (대표님 죄송) 그래도 그 덕분에 배운 것도 많고, 새롭게 시도한 것들이 성과가 좋아 제법 일하면서 뿌듯함도 많이 느꼈어.
하지만 위에 말한 것처럼 두 번째 퇴사는 힘이 빡! 들어간 상태였거든. 내가 하는 일로 돈을 많이 벌고 싶기도 했고, 좋은 동료들과 멋진 회사에서 일해 보고도 싶고. 뭐 하나 그럴듯한 일을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 생각해보면 내 스스로가 나를 인정해 주기보다 '퇴사하고 나서 겁나 잘 산다' 주변에 보여졌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 (부끄럽지만)
그래서 온 몸에 힘이 들어갔던거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었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있으니까. 나만 잘하면 된다! 생각에 괜히 성과가 안나면 혼자 주눅 들고.. ㅋㅋㅋ.. 올해 한창 힘들어 했던 것 같아. 근데 너무 나의 삽질(?)이라. 부끄러우니까 자세한 얘기는 안 할게. 허허헣.. 그래도 지금은 삽질을 잠시 멈추고.. 자책, 좌절 잠시 멈추고.. 조금씩 더 즐겁게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야.
일 외에 또 다른 이유도 있어. 내가 또 결혼을 했잖아? 나는 결혼 전 독립을 한 적이 없거든. 그래서 집안일을 대부분 엄마가 많이 해 주셨는데 (엄마 감사해요.) 이제 결혼하면서 부터는 남편이랑 분담해서 다 해야하고, 집안일 뿐만아니라 밥, 건강, 이사, 보험 기타 등등 이제 모든 일들을 내가 결정하고 책임져서 행동을 해야하는 거야. 뭐 하나 쉽게 하는 게 없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나를 보면서 내가 아직 어른 되려면 멀었구나 싶더라.
어떤 날은 일에 집중이 잘 된다고 일을 몰아서 하느라 밥도 제대로, 잠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피로가 쌓여 해야하는 일들도 제대로 못하고, 지저분해 지는 집을 보면서 막 짜증이 나는거야. 운동을 하지 않아 몸은 쉽게 지치고 PT를 해도 죽을상을 하고 가서 시키는 것만 딱 하고 스스로 뭔가 하는 게 없었어. 몸이 지치니 밥도 챙겨먹기 귀찮아 배달 음식을 시켜먹고.. 인스타툰? 레터? 그게 뭐야. 그냥 만사가 다 귀찮아 쉴 때면 누워서 릴스랑 숏츠만 계속 보면서 -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데.. 또 한탄하고 있고. 악순환의 연속에 연속이었어. 쓰고 나니까 진짜 부끄럽넼ㅋㅋㅋㅋㅋ
그러다보니까 그냥 내가 너무 싫어지더라. 내 삶 하나 컨트롤 못하고 삶에, 일에 질질 끌려 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뭐하나 제대로 된 게 없으니까. 그렇게 한동안 삽질을 계속 해 왔던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