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최근에 인사이드 아웃2를 보고 왔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펑펑 울고 옴) 그 영화에서 '어른이 된다는 건, 기쁨이 줄어드는 건가봐' 이런 대사가 나오거든. 그 말을 듣는데 진짜 가슴 한 구석이 찡한거야.
스물 한 살때, 친구랑 같이 게스트 하우스를 놀러간 적이 있어. 하필 그때가 '근로자의 날'이라 게하에는 우리 빼고 전부 직장인 분들이 많았다? 10살 가까이 차이가 났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서로 회사 생활과 사회 생활 이야기를 하는데 괜히 멋있어 보이더라고. 나이가 들면 다 저렇게 성숙해지는 걸까? 멋있다. 나도 빨리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 갓 성인이 된 나에게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스스로를 책임지며 사는 모습이 정말 반짝거리더라고.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멋져지지 않을까?
그때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직도 작은 실수에도 주눅이 들고, 새로운 도전 앞에서 몸을 사리고, 업무 통화에 바들바들 떨고, 사회 생활에서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어려워하고, 독립 후 이사 문제, 집안일, 공과금 납부, 건강과 돈 관리 등등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익숙해 질거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아직도 다 어렵고 서툴러.
내 줏대 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다가 힘들어한 적도 많고 스스로 부족한 모습을 보며 좌절도 많이 하고. 가끔 사람이 싫어서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싶기도 해.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택하고 살고 있으면서도,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끊임 없이 밀려오는 걱정과 불안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많아. (가끔 울기도 하고)
'어른'의 정의가 뭘까.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아직 채워 나갈 것이 너무나도 많은데 나이만 먹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해.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했을 때, 나는 과연 어른이 되고 있을까?
공주는 '어른이 된다'는 게 무엇을 뜻한다고 생각해?
나는 어른이란 '스스로 책임질 일이 많아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 여지껏 누군가의 보호 아래서,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살아왔다면 어른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살아가는 거지. 이 과정 속에서 실패도 하고, 그 실패를 딪고 일어나 성장하기도 하고, 하기 싫은 일도 해내는 힘을 기르기도 하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스스로의 삶에 대한 답을 확고히 만들어 가는거야.
어떻게 보면 어른은 다양한 경험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걸지도 몰라. 내가 해보지 않은 것들을 혼자 부딪히고 해결해 가면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정신적으로 단단해 지는 것. 큰 어려움에도 이겨낼 힘을 기르는 것.
한편으로는 그게 참 슬프기도 해. 이겨낼 힘을 기른다는 것은 어릴 적보다 슬픔에, 그리고 기쁨에 무감각 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서. 나는 아직도 한결 같이 눈물이 많거든. 작은 것에도 감동 받고, 작은 것에 상처 받고, 작은 것에 행복해 하는 사람. 감정이 다채롭다 보니, 세상을 더 다채롭게 바라볼 수 있지만 그만큼 세상에 상처도 많이 받아.
그래서 어떨 때는 내가 어른 답지 못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 감정에 솔직한게, 어른답지 못한 것처럼 비쳐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거든. 아직까지도 감정에 휘둘리는 것 때문에 힘든 순간이 많지만 그래도 요즘은 이 또한 나의 모습이란 것을 받아드리려 노력하고 있어.
감정의 기복이 심하게 만드는 상황을 최대한 없애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어쩌면 어른이란, 책임을 지는 것 뿐만아니라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되는 걸지도 몰라. 부족한 모습을 깨닫고 그 모습조차 사랑하려는 노력. 부족한 것을 메워가며 더 단단한 사람이 되는 과정.
나는 많은 시간을 '나다움'보다 '부러움'에 살아왔던 것 같아. 나를 보기보다 다른 사람을 눈에 먼저 담은거지. 그래서 앞으로는 더 많은 시간을 나에게 쏟아보려고 해.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떨 때 행복하고, 어떤 상황에서 보람을 느끼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결국 자신을 잘 알지 못하면 자신만의 신념이 흔들려 환경에 휩쓸리기 쉽거든. (인사이드아웃 본 공주라면 무슨 말인지 더 잘 이해할거야 ㅎㅎ) 모든 것의 뿌리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
공주는 어떤 모습의 어른이 되고 싶어? 아니, 공주는 공주를 얼마나 알고 있어? 내가 생각하는 어른이란 어떤 모습인지 한번 상상해 봐.
그 모습이 어떤 모습이든, 현재의 내 모습과 비교하고 좌절하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나는 그런 어른이 되어갈 일만 남았으니. 공주의 멋진 미래를 응원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