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공주! 단발이야. 레터 시작하겠다고 당당히 선포해 두고, 바로 지각해 버리는 바보갓튼 ㄴr... ^^;;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다음부터는 미리 미리 작성해 둘게!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편지가 늦은 이유하고도 연결이 되는데 말이야. 요즘 나 완전 인생 노잼 시기에 빠져버렸지 뭐야. 뭘 해도 그닥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자꾸 몸이 늘어지더라고,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던 내가 사람 만나는 게 귀찮더라고. 이렇게 늘어진 적은 사회 생활 시작하고 처음이라 조금 당황스럽기도 해.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만화로도 그리긴 했는데, 그냥 어떤 날은 의욕이 넘쳐서 아침부터 건강한 하루를 보내기도하고 어떤 날은 정말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 날도 있었어. 그러다보니 소화가 잘 안돼서 더부룩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 살은 물론.. 휴 ᴗ͈̥̥̥̆‸ᴗ͈̥̥̥̆ )
공주도 이런 시기가 있었어?
감정이 가라앉는 시기. 뭔가를 하고 싶은데 몸이 잘 안 따라 주는 상태. 회사를 그만두기 직전에 이런 이야기를 주변 지인한테 한적이 있었어.
🧒🏻 : 요즘 기억력이 진짜 안 좋아요. 이전보다 더 심하게 잘 까먹고, 머리 속이 뿌옇고, 일에 집중이 잘 되지 않더라고요.
👩🏻🦰 : 그거 브레인 포그(brain fog)인 것 같아요. 저도 이전 회사에서 같은 경험을 했어요. 뇌에 과부화가 온 것 같더라고요. 그럴 때는 푹 쉬어주는 게 중요해요. 저도 퇴사하고는 매일 엄청 잤어요. 좀 쉬어주었더니 점점 증상이 괜찮아지더라고요.
사실 그 말을 듣고도 쉬지 않았어. 이 시기를 이겨내고 싶어서, 뭔가를 더 하면 더했지. 모닝페이지를 쓰고, 러닝을 시작하고, 만화를 더 그리기 시작하고. 내가 이전에 했던 것들 중에 나에게 좋았던 것들을 스케줄에 하나 둘씩 더 넣기 시작했어.
그렇게 아침에는 모닝페이지를, 빡세게 일한 후에는 집에 와 만화를 그리고 운동을 하러 나갔어. 잠도 줄이고 회사 외 루틴을 만들기 위해 에너지를 더 썼어.
그러더니 과부하가 오더라. 이미 에너지가 소진되어 있는 상태에서 에너지를 더 쓰려고 한거야. 과부하 상태에서 무슨 일이 잘 되겠어. 하려고 다짐했던 것은 일주일이면 금세 무너지기 일수였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나에게 실망하기 반복이었지.
증상은 계속 지속되었어. 당연하지. 과부하잖아. 나는 내가 질 수 있는 것보다 너무 오래, 많이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던 거야. 나의 증상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을 해야 완화될 수 있었던 거야. 잠시 짐을 내려놓고 재정비 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지.
그렇게 '쉬고 싶어서' 퇴사를 했지만, 쉬는 것도 마음처럼 잘 되지 않더라. 뭔가를 할 힘은 없어서 누워는 있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나와 시간을 막 쓰고 있는 내 자신이 싫은 거야. 그래서 몸은 쉬고 있어도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어.
아무도 나에게 놀고 있다고 뭐라하지 않는데, 내 스스로 놀고 있는 자신이 죄를 지은 것처럼 불편했어.
한 번 무너진 자제력은 회복하기까지 쉽지 않더라. 그래서 계속 시도하려다 주저앉고의 반복 중이야. ㅋㅋㅋ.. 뭐, 사실 쉴 생각으로 그만 둔거라! 게으르게 사는 건 상관없는데 말이지.
가장 걱정되는 건 몸이야. 요즘 내 몸을 너무 막 쓰고 있는 중이라, 그게 걱정이 돼. 운동을 하지 않고, 먹고 싶은대로 먹으니까 신체도 정신도 실시간으로 안 좋아지는 것 같더라고. 건강하려고 퇴사한 건데..! 이럼 안되는데 엉엉.
그래서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어서 다시 상담을 받아보려고 해. 그리고 신체적으로도 이상은 없는건지 내년 초에 건강검진도 받아보려고.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몸이 축축 쳐지기도 하거든)
그래서 그런지 요즘 내 알고리즘 건강(+ 뉴스^^;)으로 도배되었다? 경각심을 가지려고 맨날 혈당 스파이크,, 식습관,, 왜 운동을 해야하는지,, 이런 거 맨날 찾아봐. 근데 사실 혼자하는 건 쉽지 않더라. ^_ㅠ 에휴. 나이가 먹어도 채소 싫어하고, 귀찮아하는 건 어릴 적이랑 똑같다니깐 ~ ^_^
한결같은 나란 사람. 변하지 않아서 참 좋다. (?)
혹시 공주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까? 백수 팸 오카방을 하나 만들어서, 거기서 작게 소통해 볼까봐. (퇴사를 한, 혹은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공주들)
소수로 모여서 퇴사 후 근황 공유도 하고, 같이 운동도 하고, 놀러도 다니고. 등등. 그렇게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함께 하면 힘이 나지 않을까?
혹시 관심있는 사람있으면 아래에 답장에 남겨줘! (어떤 고민이 있는지 + 메일 주소 적어주기 ><)
아직은 엉망진창인 백수 생활이지만, 차차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 이전에 한 번 말한 것 같긴한데, 우리가 회사를 다녀도 1년은 적응 기간으로 우당탕탕 하잖아? 백수 생활도 똑같지 않을까 싶어.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또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모습의 백수 생활을 보내고 있겠지.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ㅋㅋㅋㅋㅋ
앞으로도 건강한 백수 되기, 시행착오 많이 공유해 볼게! ㅎㅎ
오랜만에 돌아왔는데도 레터 챙겨서 봐주고, 답장해준 수연 공주, 수진 공주, 윤지 공주, 영미 공주 정말 고마워.
솔직하게 말하자면... 답장 읽고 나 펑펑 울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해 주는 우리 공주들... ㅠㅠㅠㅠ
요즘 마음이 싱숭생숭 했는데, 덕분에 다시 일어날 힘이 난다💕 계정 시작하기 정말 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