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공주! 단발이야. 이번 일주일은 어떻게 보냈어?
나는 이번 달, 미뤄뒀던 사랑니를 빼고 있어.🦷 회사를 다닐 때는 만사가 귀찮아서 (조금이라도 아프면 일하기가 싫더라고) 계속 미뤄두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치과에 갔다가 사랑니가 썩었다는 말을 듣고 결심하게 됐지. 이왕 뽑는 거 다 뽑아버리자. (나는 사랑니가 세 개였어. 매복 2개, 밖으로 자란 사랑니 1개)
사실 뽑을 생각은 있었지만, 여지껏 무서워서 계속 미루고 있었거든. 매복의 경우 잇몸을 찢어서 뽑아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휴.. 이것 저것 영상을 찾아보면서 더 무서워지는거야. 잇몸에 마취를?? 잇몸을 꼬맨다고..???? ㅠㅠㅠㅠㅠ 진짜 처음 사랑니 뽑는 날에 몸에 긴장을 너무 해서, 뽑고나서 핑 돌더라. 손도 덜덜 떨리고.
근데 웃긴 건 처음에 뽑은 거.. 하나도 안 아팠거든? 그냥 내가 겁을 너무 많이 먹어서 긴장을 너무 했던거야. 매복 사랑니도 아니었어서 뽑고 나서도 통증이 없었어. 조금 허탈하면서도, 내가 너무 많이 겁부터 먹었구나 싶었어. 내가 생각보다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겁을 정말 많이 먹는구나.
그렇게 한 번 뽑고 나니 다음은 좀 할 만한거야. 내가 겁을 먹는 것보다 사실은 별 거 아니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서 통증이 가장 심하다는 매복 & 아랫 사랑니를 뽑고 왔지. 첫 번째 보다 아프긴한데, 내가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고통이더라. 쫄보 단발.. 마지막까지 계속 예약을 바꿀까 고민했었는데 뽑고 오길 잘 했지 뭐야. 다음 달에는 마지막 남은 사랑니까지 뽑으려고 해. (속 쉬원)
너무 웃기게도 사랑니를 뽑는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위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가 처음 하는 시도를 굉장히 무서워 한다는 것'과 '막상 한 번 하고 나면 용기가 꽤 많이 생기는 편'이란 거야. 근데 또 이런 시도는 뭔가 대단한 계획에서 부터 시작되는 게 아니라, 우연한 기회와 경험으로 시작된다는 거지.
이번에 내가 치과에 간 것도, 갑자기 어느 날 떼운 곳이 떨어져서 간거였거든. 근데 사랑니가 썩어서 뽑게 되었고, 그게 시작이 되었던 거야.
우리가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되게 거창하게 생각하다보니 쉽게 겁을 먹는 것 같아. 퇴사를 해도 될까? 내가 다른 일에 도전할 수 있을까?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근데 막상 걱정하는 것에 비해 시작은 정말 작은 우연에서부터 시작이 되거든.
그 작은 우연이 새로운 시도를 만들고, 그 작은 시도가 다음을 도전할 용기를 만드는 것 같아.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거든. 나는 퇴사를 할 때 고민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야. (최소 6개월 정도는 하는 것 같아) 근데 그렇게 고민을 많이 해도, 그만두고 나서 뭘 할지 제대로 정해 놓고 나온 경우는 한 번도 없었거든.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막상 뭔가 하려고 해도 정보가 너무 없어서 계획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어.
그래서 그냥 그만두고 눈 앞에 보이는 것들,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해 본 것들, 조금은 뻔하지만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부터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어. 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제안을 주는 모든 일을 적극적으로 받았어.
이런 과정을 통해 깨달은 것은 하나야. 행동은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일단 뭐든지 작게 시작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더라고. 행동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이 너무 커져서, 더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아.
근데 이 시작이 되게 또 커 보이잖아? 그렇지만도 않아. 정말 작은 것. 예를 들어 인스타툰을 그려본다던지, 블로그를 써본다던지. 아주 작은 것부터 당장 시작해서 조금 꾸준히 해보는 거야. 너무 많은 것을 시작하려고 하면 포기가 훨씬 빨라지거든. 그러니까 내가 퇴근해서, 혹은 쉬면서 부담이 가지 않을 선에서만 시도를 해보는거야.
그렇게 나의 기록들이 쌓이다보면, 내가 다음에 제대로 뭔가를 시작할 때 큰 자양분이 돼.
시작한다고 바로 모두가 눈에 보이는 엄청난 성취를 얻는다고는 말을 못하지만 (나도 몇 년이 걸렸으니) 꾸준히 쌓아온 나의 기록들은 추후 엄청난 힘이 되거든. 나의 기록은 서사가 되고, 나의 서사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보석같은 재료가 돼. (그리고 그때부터 나를 봐 온 소중한 독자들과의 관계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것들이고.)
사랑니에서 새로운 시작까지.. 조금 거창해졌나? ㅋㅋㅋ 나는 원래 내 삶에서 깨달음을 많이 얻는 편이거든. 근데 또 그걸 기록하지 않으면 금세 날라가서 요즘은 가볍게라도 스토리에 남기려고 노력 중이야. 만화는 계속 미루게 되는 건 왜일까 크흠..
요즘 잠깐 세워뒀던 루틴이 와장창 무너져서 왜일까 생각을 해봤어. '모닝페이지를 써야지' 하나의 루틴이 있을 때는 아침에 부담 없이 일어나서 글을 썼거든. 근데 요 루틴을 잘 하니까 욕심히 생겨서 또 스트레칭, 공부, 인스타툰, 운동 등등 아침/저녁 루틴을 너무 많이 만들어 넣은거야. 그러니까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더라.
그래서 다음 주에는 천천히 시도해 보려고 해. 혼자 하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서 내가 들어가 있는 하이아웃풋클럽 커뮤니티에서 만난 세 분과 월-금 아침마다 만나 하루를 시작해 보려고 해. 이게 잘 되면, 울 공주들하고도 한 번 열어볼 수 있게 준비해 볼게 :)
혹시 공주도 새로운 시작과 도전에 앞서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야? 어떤 것을 도전하고 싶고, 왜 고민이 되는거야? 그렇다면 내가 시작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행동은 뭘까? 이게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거랑 직접 적어보는 거랑 완전 다르거든! 여유가 있다면 아래 답장에 한 번 적어보는 걸 추천해! (나도 공주 답장 보고 많이 응원해 볼게. 헤헤)
저번 주에 답장 보내 준 채니, 송희, 민서 공주 고마워! ㅎㅎㅎ 쬐금 찡찡댔나? 싶었는뎈ㅋㅋㅋ 다들 공감해 주고 응원해 줘서 힘을 많이 얻었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나봐.
백수 (혹은 퇴사 고민하고 있는) 팸 오카방은 지금 만들기 보다, 1월에 시작할 때 쯤 소식 전해 볼게. 연말은 또 푹 쉬어줘야 제 맛 아니겠어? ㅎㅎㅎㅎ 1년 동안 열심히 살아낸 나를 칭찬하며 행복하게 마무리 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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