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공주! 단발이야. 2025년이 되고 처음 보내는 편지네. 어때, 한 해는 잘 시작했어?! ㅎㅎ
나는 새해 버프인건지, 무기력했던 감정도 많이 올라왔고 조금 더 부지런하게 편안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어.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백수로 맞이하는 첫 해라 뭔가 마음이 이상하지만, 조금씩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불안도 많이 가라앉았달까? ㅎㅎ
만화에서도, 레터에서도 담았지만 나는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일로서 나의 자존감을 많이 채우던 사람이었거든.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세상에서 나의 쓸모를 확인한 기분이었달까. 회사에서 나름 이렇다할 성과도 내면서 평가도 나쁘지 않았고, 다양한 직업을 가져보고 프리랜서 일까지 성공적으로 가져가면서 내 삶에서 일은 정말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게 되었어.
그러다 보니 지금 일을 하지 않는 이 상태가, 목표와 성과가 불투명한 지금의 이 상황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해. ㅎㅎㅎ. 백수의 삶 증말 어색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두 달 간 정말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돌이켜 보면 당연하지 않나 싶더라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그만둔게 아니라, 쉬고 싶어서 그만둔건 이번이 처음이었거든. 이렇다할 멋진 성과를 내고 싶었는데 나의 퍼포먼스가 내 기대해 못 미치기도 했고. 그래서 마음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 일로서 자존감을 채우던 사람이 일이 힘들어서 (일을 더이상 못하겠어서) 그만둔거니까.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엄청난 무기력 상태였거든. 나 진짜 침대에 누워있으면서 '계속 이렇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면 어떡하지?'. '내가 고장난 거면 어떡하지?' 되게 불안했었다? 다들 쉬어서 부럽다고 하는데, 알지.. 백수가 머릿속, 마음 속 제일 어지러운 거..!ㅋㅋㅋㅋㅋ
근데 이것도 결국 시간이 해결해 주더라. 놀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하다가도 '내가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생각하면서 내 상태를 계속 지켜봤거든. 아침에 일어나서 모닝페이지를 쓰기도 하고, 인스타툰을 그리기도 하고, 다시 레터를 쓰기도 하고, 에너지를 어느정도 채우고 나서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 그리고 난생 처음 용기내어 정신과에 방문해 의학의 도움을 받기도 했고! (이게 도움이 진짜 많이 됐던 것 같아.)
그래서 그런지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무기력 상태에서 두 달 만에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ㅎㅎ 너무 신기하게도 정말 한 순간에 툭툭 털고 일어난 기분이야.
지금의 내 상태를 보면서 내가 러닝을 도전했을 때가 생각이 났어. 작년에 처음 러닝을 시작했을 때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준비 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고, 운동화도 딱딱한 걸 신고 무턱대고 빠르게 뛰기만 했거든. 생각보다 폐활량은 금세 늘더라? ㅎㅎ 몇 번 달렸더니 처음보다 조금씩 더 많이, 더 빨리 뛸 수 있는거야.
그래서 신나서 무리해서 속도를 올려 뛰었더니 어느 순간부터 한 쪽 무릎이 아프더라고. 무릎이 처음 아플 때 그만뒀어야 했는데 욕심 때문에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 뛰기 시작했어. (그놈의 욕심..^///^ 무리하는 버릇,,) 그러더니 어느 순간 양쪽 무릎이 아프더니 뛰기가 힘들어졌어.
정형외과에 방문하니, 너무 무리를 해서 관절이 급격히 피로해져 통증이 왔다고 하시더라. 10km 러닝 대회가 코앞인 상황이었는데 나가면 안된다는거야. 어떻게든 나가고 싶어서 선생님을 졸라봤지만.. 무릎은 한 번 다치면 나중에 고생한다고 내년에나 준비하라고 하시더라고. 그렇게 러닝을 몇 달을 넘게 강제로 쉬게 되었어. 한 세 달 정도 지나니 조금씩 뛸 수 있게 되더라고.
이 때의 경험이 지금 내 상황과 굉장히 비슷한 것 같더라. 내 상태가 어떤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냥 무작정 뛰기만 한거야. 빨리 달리는 것, 일을 잘해 회사에서 인정 받는 것.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고 준비 운동도 없이 급히 달리다 다친 거지.
그렇게 너무 과하게 무리해서 다치면 회복 기간도 꽤 오래 걸리더라. 내가 세 달을 넘게 러닝을 아예 못했던 것 처럼, 두 달 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새롭게 무언가를 할 에너지를 충전을 한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이 시간이 정말 의미있었던거지.
참 재미있는게 좋은 경험이든, 힘든 경험이든 나를 멋지게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되는 것 같아. (오히려 힘든 경험 속에서 더 나를 제대로 알게 되는 듯!) 확실히 내가 다양한 속도로 달리며 일을 해보니 나에게 맞는 속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어떤 상태일 때 휴식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어. 이번 시간을 통해서 일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린거야. 나는 조급하면 심하게 무리하는 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장' 키워드에 완전 꽂혀있었거든? 그 성장이 일을 잘 하고 인정받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성장'이란 어떠한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를 알고 깨달음을 통해 삶을 더 나답게,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었어. 치열하게 산다고, 돈을 매우 많이 번다고, 세상 사람들에게 많은 인정을 받는다고 모든 면에서 성장을 이루는 것은 아니더라. 나에게 맞는 성장 방식을 찾아 내 속도로 더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 그게 건강한 성장의 의미지 않을까?
어느 정도 의욕이 돌아와 2025년 하고 싶은 일들을 계획하는 시간을 가져봤는데, 나의 2025년에는 일은 없더라. 올 해 나는 '나의 심신 안정'을 1순위로 두기로 했어.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서툴렀던 집안일과 생활력을 기르고,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을 발견해 나가는 시간. (일로서는 또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 운동정도의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네.)
나는 내 삶에 일이 전부인 줄 알았거든? 근데 요즘은 남은 인생을 내 마음에 쏙 들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좀 더 고민하게 되더라고. 나는 돈을 엄청 많이 벌고, 사업을 성공 시키고, 엄청나게 유명한, 럭셔리한 삶을 살고 싶은 게 아니거든. 이전의 나보다 나를 더 사랑했으면 좋겠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좋아하는 일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조급함과 불안함 대신 마음의 안정과 믿음이 나를 든든하게 지지해 줬으면 좋겠어. 여유와 귀여움(?), 그리고 유쾌한 무드를 잃지 않으면서! 돈은 많이 벌고 싶지만 결국 이런 내 삶을 살기 위한 부수적인 수단일 뿐이지 돈과 일이 꼭 목적이 되진 않는 것 같아.
그래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금은 나의 건강에 힘을 써야할 때라 생각이 들더라. 좋아하는 일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도, 행복한 삶도 건강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소용 없으니까. 앞으로의 날들을 위해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몸도 마음도 단단해지는 내가 되었으면 해. ㅎㅎ. 그렇게 살다보면 또 돈은 따라오지 않겠어? 나는 오히려 돈돈돈 할 때보다 내가 가장 즐거운 걸 했을 때 자연스럽게 돈이 따라왔던 것 같아.
공주는 어때? 2025년 어떻게 보내고 싶어?🥰 간단하게라도 적어볼 수 있게 아래 버튼을 마련해봤어. 시간이 된다면 한번 스윽 적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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