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굉장히 감정적인 사람인데 말이야. 사회 생활을 하면서 감정적인 성향의 F형 인간은 살기가 너무 고달프다는 생각을 했어. 작은 말에도 상처받고, 타인의 감정이 잘 흡수되고, 느끼는 감정이 온 몸에서 티가 나니까. 너무 투명한거야. 뭔가 치부를 항상 드러내는, 미성숙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눈물이 많고, 사람들에게 공감을 잘하고, 순간의 감정을 너무 크게 느끼는 내가 싫었던 적도 있어. 어른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 알고 언제나 차분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바뀌더라. 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것이, 어느 순간 장점이 되는 것 같은거야. (모든 것은 양면이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거겠지.) 나의 감정도, 타인의 감정도 너무 잘 느껴 부끄러웠던 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잘 공감해 주고 진심을 전하는, 더 나아가 사람들의 유대를 만드는 일을 잘 하더라구. 그리고 감정을 잘 느끼고 표현할 줄 아니까 사람들이 느끼는 미세한 감정을 잘 캐치하고, 글과 그림으로 나의 감정과 생각을 사람들에게 수월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 같아.
나와 다른 성향의 이성적이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친구들을 보면 가끔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잘 몰라 힘들다고 하는 경우들이 있거든. 감정을 항상 통제하다보니 그런거야. 근데 너무 재밌는 건 나는 이런 친구들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친구들 앞에 서면 무슨 인류학자마냥 질문을 엄청 해. 지금 무슨 생각해? 어떤 감정을 느껴? 왜 그렇게 생각해? 나는 이런 사람들의 생각이 너무 궁금하거든. 그러다보면 이 사람들의 로보트 같은(?) 태도가 조금씩 이해가면서, 다름에 대해 좀 더 관대해 지는 것 같아.
이것도 결국 내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감정을 잘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 이전에 어떤 지인 분이 그런 말을 했었어. '감정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감정을 풍부하게 느끼기 때문에 세상을 더 다채롭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대 띵 맞은 기분이었어. 항상 감정적이어서 힘들었던 순간들만 생각해 봤지, 내가 감정적이기 때문에 좋은 점은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 근데 그 말을 듣고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것 같아.
감정적이고 이성적인 건 성향이기 때문에 환경에 따라 조금씩 정도의 차이가 생길 수는 있지만, 그 뿌리가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해. 하지만 무엇이 더 좋은가는 답이 없지.
요즘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라고. (강점 : 미래지향인 사람) 다양한 개인이 모여 서로의 장점을 나누고, 단점을 보완하는 것. 이성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더 똑똑하게 만든다면, 감정적인 사람들은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아. 서로 차이가 있을 뿐, 잘못된 건 없다는 거지.
그래서 감정적 vs 이성적에 우위를 두기보다 이 감정을 어떻게 건강하게 다루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 우리가 어떠한 감정을 느꼈을 때,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 어떻게 건강하게 이를 소통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재미있는게 감정은 되게 복잡하고, 실타래처럼 얽혀있어서 내가 객관적으로 인지하지 않는 이상 내 상태를 판단하기 쉽지 않더라구.
예를 들어 퇴사나 결혼, 이직 등 삶에 있어서 큰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묘한 불안감과 걱정, 설렘 등 다양한 감정들이 섞이잖아. 그러다보면 그게 행동으로 나오게 된다? 한숨이 많이 나온다던지, 없던 두통이 생긴다던지, 잠이 오지 않는다던지. 근데 왜 내가 이럴까 원인을 잘 캐치를 못하는 경우들도 종종 생기더라구. 그대로 얽힌 실타래를 풀어주지 않으면, 계속 그 상태가 유지되는거야.
그래서 나의 감정을 마주하는 시간들이 꼭 필요한 것 같아. (특히 나처럼 감정적인 사람들의 경우는!) 나는 자주 언급했었던 '모닝페이지'가 그 역할을 했었어. 감정의 울렁거림이 심해지던 시점이었는데, 원인과 해결책을 잘 모르겠더라구.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눈 뜨자마자 드는 생각들을 30분간 손으로 적기 시작했어. 보통 일어나자마자 한 시간이 무의식이 움직이는 시간이라고 해. 그렇게 일주일 간 작성해 보고, 일요일에 한번 체크해 보는거야. 그럼 내가 요즘 어떤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는지, 그로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이를 해결하려면 다음 주에 무엇을 해 볼 수 있을지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하더라고.
이렇게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습관이 들면, 감정에 조금 덜 휩쓸리는 것 같아. 만약 상대에 대한 감정이라면? 비슷해. 화가 나면 심호흡을 크게 하고 '나 왜 화가났지?' 한 발자국 떨어져 생각해 보는 거지. 상대에게 잠시 배려를 구하고 그 자리를 피해 감정을 추스리고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는 내가 전하려 하던 말이 비뚤어져 나가게 되기 쉽거든.
그리고 더불어 감정적인 상태로 상대에게 실수를 했다면, 너무 자책하지 말고 감정이 가라 앉고 대화를 통해 먼저 사과를 하거나 이해를 구해 보는 거야.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누구든 실수를 하고, 누구든 완벽하게 살아갈 수 없어. 때문에 한번의 실수로 나는 왜 이럴까 크게 자책하기 보다,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좀 더 현명하게 나의 감정을 상대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거야. 이건 어찌보면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한데! ㅋㅎㅋㅎㅋㅎ 작은 실수도 크게 받아들이고 좌절에 쉽게 빠지는 사람.... 바로 나거든. ㅋㅋㅋ
이렇게 실수도 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면서 좀 더 어른이 되가는 거지 뭐. 내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 감정들에 나의 에너지를 너무 쏟지 말자. 화가 나면 '공주님, 건강을 위해 고정하시옵소서' 혼자 생각해 보는거야. (그렇다고 너무 참을 필요 xxx, 가끔 시원하게 털어내는 것도 중요하더라) 우리의 정신 건강을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