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공주! 단발이야. 이번 주 나의 인스타를 보면 알겠지만, 나는 지금 도쿄에 있어. 2박 3일의 혼자 여행을 마치고 친구들과 합류해 도쿄 일대를 누비고 있는 중이야. 23년도에도 지하철에서 숙소 돌아오며 열심히 레터를 썼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도 이렇게 쓰고 있네 키키. 새삼 레터 쓴지 참 오래 되었구나 싶어. (물논,, 중간에 몇 개월 쉬었지만 ^^)
일본 여행을 워낙 좋아하긴 하는데, 사람 많고 도시도시한 걸 그닥 좋아하진 않아서 말야. (이상하게 도시 여행은 금세 지치는 것 같아. 뭔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나도 쉽게 무리하는 느낌이랄까?) 이전에 도쿄 여행의 기억이 그렇게 막 좋진 않아서 이번에 올 때는 방식을 달리하기로 다짐했지.
👉 단발의 혼자 여행팁은 요 만화에서! (캡션도 정성다해 적었어 후후훟)
여행을 다녀보며 안 사실은,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더라구. 쉽게 찾아오지 않고, 데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우리의 삶도 어찌보면 여행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네 인생은 불안정하고, 예측할 수 없고, 세상에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이 한 가득이니까. 근데 왜 인생은 여행처럼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나는 이전부터 여행으로 스트레스를 풀곤했다? 정신적으로 너무나도 지친 날에는 여행이 더 간절해졌어. 특히 퇴사하고 싶은 시점이 되면 더더욱 심해졌지. 근데 신기한건, 이번엔 퇴사를 하고 나서 그 마음이 꽤 사라진거야. (물론 여행을 많이 다닌 탓도 있겠지..?)
근데 또 막상 어딘가 여행을 가면 뚜렷히 ’가고싶다‘ 하는 게 없다? 그냥 사람 사는 동네 산책하고, 계획없이 돌아다니다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가고 쉬고 싶으면 쉬고 그런 여행이 더 나에게 맞았어.
이런 나의 여행기를 보건데, 그간 나는 여행을 현실을 도피하는 시간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 일이 고되고, 하루가 매일 같고, 오늘도 내일도 그려지니까. 삶을 산다는 것이 별로 설레지 않는거야. 오늘도 어제와 같겠지. 뭐 어떻게. 돈을 벌어야하고, 회사를 그만두기엔 이직도 쉽지 않고, 결정적으로 뭘 해먹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도전하기엔 걸림돌이 너무 많으니 그냥 어쩔 수 없이 오늘을 살았던 거야.
하지만 여행은 내 선택에 의해 시간을 채우잖아. 어디로 여행을 갈지, 어떤 경험을 할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낼지. 내 마음인거야. 평상시에는 어딘가 틀에 갇혀 어쩔 수 없이 걷는 느낌이었다면, 여행은 내 선택에 의한 자유로운 삶인거야. 내 스타일대로. 내 느낌대로. 내 의지로.
여행의 한자를 보면 ‘나그네 여’ + ‘다닐 행’ 자거든? 나그네는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잖아.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떠도니까. 나는 그래서 여행이 좋았던 거야. 어디에 묶여 끌려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가는 길을 선택하니까.
특히 혼자 여행에서는 온전히 내 의지로 움직이다보니 이런 과정을 통해 나의 취향과 기준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더라구. 나는 이럴 때 행복감을 느끼는 구나, 나는 이럴 때 지치는 구나, 나는 이런 경험을 선호하는 구나, 나에게 숙소는, 음식은, 자연은 등등.
이런 나의 취향을 더욱 자세히 보면 그 속에 내면의 나를 발견하기도 해. 나는 ‘내가 이런 방식의 여행을 좋아하는 구나’에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거든. 도쿄 지하철에 앉아서 ‘나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왜 여행을 좋아하는 걸까‘ 생각하고 지금 이 편지를 쓰는 것처럼 말이야.
어떠한 경험을 하든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더라구. 이러한 회고가 내가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준들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 그 기준들이 하나 둘씩 쌓이면서 내 철학이 되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지.
나는 취향은 강하지만, 사람에 잘 휩쓸리는 타입이거든? 내 마음 속에 강하게 원하는 것이 있어도, 사람들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 감추는 경우도 많고 혼자 동떨어지고 싶지 않아 맞추기도 하며 살았구. 이게 좋다, 저게 좋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살아야 한다.. 나는 나의 기준을 만드는데 가장 방해되는 것이 ‘너무 많은 사람의 목소리’더라구.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 탓도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시간을 종종 갖고 있어. 물리적으로! 그렇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느끼면, 나와 같은 결의 사람들을 찾지. 그게 단발모리툰이 된거야.
다양한 직업을 바꾸며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좋아하는 일을 넘어 이제는 나에게 맞는 삶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이런 나의 성장 과정을 인스타툰으로 나누고, 비슷한 고민들을 가진 공주들과 소통하다보면 내 삶의 방식과 기준에 확신을 얻게 되거든. ㅎㅎ 그래서 6년째 인스타툰을 그리고 있나봐 (지금은 인스타툰보다 릴스라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툰이 좋아)
여행 얘기로 시작했지만, 무튼 그렇게 연이 되어 만나게 된 공주,, 넘 고맙다구 하튜🥹❤️ 마음 약한 내가 조금씩 단단해지며 살 수 있게 된데에 공주도 한 몫 했다는 사실⭐️
공주도 지금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다면 꼭 스스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봐. 절대 완벽할 필요 없구, 처음에는 어렵지만 차차 익숙해 질거야. 항상 보면 성장하기 전 가장 큰 혼란을 마주하는 것 같아. 이 시기를 잘 이겨내면 또 한단계 멋진 으른으로 성장했으리라 믿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