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안녕! 2025년에 처음으로 들어온 휘뚤마뚤 고민 상담이야. 공주의 이야기를 보면서 내가 겪어보지 않은 마음이다보니 어떤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구.
그래서 나를 되돌아봤어. 나는 왜 일이 내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을까, 최근에는 왜 무력했을까. 그렇게 질문을 던져보니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생각으로 종결이 되더라고.
왜 나는 일을 하는걸까? 나에게 일은 어떤 의미일까? 어떠한 조언을 주는 것보다 내 경험을 이야기 하는게 공주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한번 적어볼게. 이전에 툰으로도 그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에게 일은 '나를 알아가는 도구'이자 '나를 성장 시키는 도구'라고 생각해.
🧐 단발에게 일이란
1. 나를 알아가는 도구
나는 쫄보라서 새로운 것들을 좋아하지만 안전빵(?)이 없으면 잘 시도를 안하는 편이거든. 심지어 게으르기까지 해서 진짜 꽂히는 것 아니면 잘 움직이려 하지 않아. 이러다 보면 나는 내가 할 줄 아는 것, 쉬운 것들만 하게 되다 보니 내가 뭘 잘하는지, 뭘 못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를 더 이상 알아갈 수 없는거야. 좋은 경험이든 싫은 경험이든 일단 해봐야 그게 나랑 잘 맞는지 알 수 있는데 아예 시도조차 안하는 거지.
근데 일을 하다보면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보다 하기 싫은 것들을 더 많이 하게 되잖아. 그리고 처음해보는 것도 많고. 쫄보인 나에게 회사는 뭐든 시도해 볼 수 있는 안전망을, 일은 게으른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도구인거지. (회사가 아니더라도 어떠한 책임이 주어지면 나를 강제로 움직이게 만드니까.) 그러다보면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고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면서 나도 모르는 나를 새롭게 발견하는 일들이 많은 것 같아.
나 이런 거 잘했었네? 내가 이런 분야 일도 할 수 있네? 여러가지 시도들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는거지. 물론 이건 일이 아니더라도 알게 될 수 있어. 근데 나는 내가 게으른 사람이란 걸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움직이게 하려고(?) 일을 도구로 활용한거야. 덕분에 다양한 일을 하면서 나를 더 잘 알게 되었고.
2. 나를 성장시키는 도구
다양한 분야의 일들을 하다보니 겪었던 실패와 어려움들이 많았어. 나는 생각보다 사람들의 관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거든. 멘탈도 개복치라서 누가 나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면 하염없이 작아지기도 했어. 일이 너무 많아서 울면서 일해 본적도 있고,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살이 쭉쭉 빠지기도 했어. 꼼꼼하지 않은 성격 탓에 작은 실수로 많이 혼나기도 했고.
그때 진짜 힘들었거든? 멘탈이 탈탈 갈려 나가면서 어떻게든 아등바등 했던 경험들. 근데 돌이켜보면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던 상황들 덕분에(?) 나의 일의 취향이나 가치관들이 더 확고해졌고, 물론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파사삭 되긴 하지만 이전 보다 좀 더 빨리 털어낼 수 있게 되었고, 이 경험들을 통해 나에게 잘 맞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지, 내 단점을 보완하려면 어떤 식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조금씩 익히게 되었지.
위에서 말했듯이 나는 호기심이 많지만 쫄보에 게으름뱅이거든. 근데 웃긴 건 나는 새로운 것을 할 때, 그리고 부지런하게 살 때 더 나를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 내가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행동으로 옮기고 힘들어도 완전히 주저앉지 않고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힘을 내는 내 모습이 꽤 사랑스럽거든. 근데 이건 정말 연습이 필요한 일이라, 나는 그걸 일을 통해 해왔던 것 같아. 근데 재미있는 건 사실 이런 것들을 그때 당시에는 몰랐었는데(맨날 욕만함 ^_ㅠ) 이제서 돌이켜보니까 알겠더라구.
정리하자면, 나에게 '일'이란 내가 삶을 좀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었던 것 같아. 게으르고 겁많은 나를 어떻게든 움직이게 만들어서 부딪히게 만들고, 이 과정을 통해 나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고, 그걸 활용해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게 스킬업(?) 해주는 것.
좀 모호한 설명이지 않을까 싶어 게임에 비유하자면.. 퀘스트를 통해 레벨업을 하고, 이전에는 10번을 때려야 퇴치할 수 있었던 슬라임(?)을 이젠 2~3번이면 끝을 낼 수 있게 된거지. 이전보다 어려움을 좀 더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게 된거야.
근데 이렇게 내 삶에 좋은 일..
왜 나는 번아웃이 온걸까? 내가 나약한걸까?🫠
잠깐 이렇게 생각해서 두 달간 무기력하긴 했지만... ㅋㅋㅋㅋ 내가 결론을 내린 건, 내 삶을 지탱하는 것들의 밸런스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지었어.
이것도 게임에 비유하자면, 게임을 하다보면 능력치에도 여러가지 종류들이 있잖아. 공격력, 회복력, 마력 등등. 근데 하나 능력치만 엄청 높은거야. 공격력 올리는데만 몰빵을 해서, 다른 건 키우지 않았던거지. 그래서 회복력이 너무 낮아서 한 대 맞으면 끝.
나는 일로서 나를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것은 어느 정도 올려놨는데 내 삶을 구성하는 요소가 일 뿐만은 아니잖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어른으로서 일 외에 챙겨야 할 것들, 저축, 건강 등등. 내 삶을 지탱하는데 필요한 많은 요소들의 부족했던거야. 그러니까 삶의 균형이 깨지면서 번아웃이 온거지. '나 왜 이렇게 살고 있지..?' 하면서. 그래서 나는 내가 삶을 사는데 중요한 요소들을 채우기 위해 일의 비중을 잠시 내려놓기로 한거야.
근데 이건 사람마다 모두 다르더라. 누구는 삶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가장 중요할 수 있고, 누구는 일이 가장 중요할 수 있고, 누구는 이 모든 요소들이 적절히 섞였을 때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 그래서 결국 '왜 나는 이 모양일까' 타인과 비교하기 보다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보는 게 더 좋더라구.
자꾸 내가 게임에 비유를 하는게, 이거 쓰고 있는데 앞에서 남편이 게임을 하고 있거든..? 근데 남편이 하는 게임을 보면 레벨업에 목숨 걸기보다 그냥 그 게임을 하는 순간 자체를 즐기더라고. 퀘스트를 깨고, 모험을 하고, 타임 보너스를 받고. 그냥 그게 재밌대.
누구는 레벨업이 중요할 수 있지만, 또 누구에게는 그 순간의 나의 행복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거야. 레벨을 몇까지 올리느냐는 그냥 본인의 선택인거야. 내가 Lv.17이어도 현재를 즐기고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거지.
삶의 행복은 무엇을 더 가졌냐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오는 것 같아. 물질적인 것들, 명예, 타인의 인정은 사실 만족하지 않으면 그 끝이 없거든. 남들의 눈에 멋있어 보여도 속은 불행한 사람들도 있으니까.
남편 게임 소리를 들으면서 레터를 써서 그런가,, 자꾸 말이 길어졌는데 최종적으로 공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낄까,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은 무엇일까'
이런 것들을 깊게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공주의 글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것이거든.
1.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 해봐도 좋고 (나는 남편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야)
2. 혼자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스스로 질문을 계속 해보며 글을 쓰거나
3. 혼자 생각하기 어렵다면 상담이나 의학적인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아. (나도 그렇게 하고 있거든!)
공주는 욕심이 있는 편이 아니라, 의욕이 딱히 없다고 했는데 그게 걱정이라고 했잖아. 그럼 지금의 내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건데 그럼 분명 내가 그렇게 느끼는 이유가 있을거야.
나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데 타인의 비교로 인해 불안한 것일 수도 있고, 사실은 나도 의욕적으로 살고 싶은데 용기가 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내 마음 속 불안의 원인이 무엇일까 자세히 마주하다보면 이에 따라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도 나올거야.
타인의 비교로 생기는 불안이라면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잠시 거리를 두고, 나와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고, 용기의 문제라면 아주 아주 작고 쉬운!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볼 수도 있고. (머리 속으로 가볍게 생각만 하던.)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나도 학창 시절 불만이 많고 무기력한 편이었거든. 나는 공부보다 그림 그리는 게 좋은데 부모님은 예체능은 무조건 반대하고, 공부에는 흥미도 재능도 없어 성적은 그저 그랬고, 공부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시스템도 마음에 안들고. 처음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피터지게 공부했던 재수도 망했어. 뭔가를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도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들어본적도 없어서 은연 중에 '나는 뭘 해도 안될 사람'이라고 스스로 낙인 찍었던 것 같아.
근데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나도 어딘가에 필요한 존재고, 잘하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거야. (그때 팀 리더 분을 잘 만난 덕분도 있어. 작은 일도 칭찬을 엄청 하셨거든..ㅎ) 돈도 꼬박꼬박 모으고, 사회에서도 부모님께도 인정받았지.
내가 선택한 사회 생활에서 성장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나를 믿기 시작했던 것 같아.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새로운 직업에 뛰어들었고 너무 바빴지만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걸 보면서 즐거웠어. (그래서 내가 일을 사랑하게 되었나봐 ㅎㅎ)
'나는 게으르니까, 나는 겁이 많으니까. 나는 원래 이래.' 여지껏 나는 베짱이 같은 삶, 게으른 삶이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내 삶을 주체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채우며 살아보니 나는 거기서 행복을 느끼더라구. 나도 할 수 있겠구나. 그러면서 점점 변하기 시작했지.
답은 결국 공주에게 있다고 생각해.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마주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하구. 나는 요즘 가장 어려운 게 '나를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거든. ㅎㅎㅎㅎ 나는 글도 많이 쓰고 회고도 나름 많이 하는 편인데 아직도 내가 나를 모를 때가 너무 많아. 그만큼 노력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
좀 더 깔끔하고 명확하게 정리해서 말해주고 싶은데, 나도 이런 생각들을 정립해 가는 단계라 정리가 잘 안된닿ㅎㅎㅎ 열심히 적긴 했는데..! 나의 마음이 글에 잘 전달되었길 바라. 무튼 가장 중요한 것은 공주의 생각이란 것! 고민이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