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공주! 단발이야. 일주일 잘 보냈어? 난 저번 주 부터 이번 주까지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나고 다녔어. 나의 백수 기간의 첫 번째 프로젝트였던 '백수 전시'를 끝내고,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어떤 것을 해 볼 수 있을까 돌아다니고 있어. 그덕에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들이 정말 많이 생겼지 뭐야! 근데 슬프게도 내가 움직이지를 않아서 아직 시작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
재미있게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좋지만, 사람들을 만나는데 에너지를 많이 쓰다보니 오히려 혼자 생각하고 정리하고 행동할 에너지가 없더라. 알고는 있었지만 나는 사람을 만나는데 생각보다 에너지를 정말 많이 쓰는 사람인 것 같아. 그래서 오늘은 가볍게 회고를 하고 잠을 청해보려고 해.
오히려 일을 많이 벌려놓았다 보니 더 아무것도 할 엄두가 안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빨리 뭔가 해내고 싶은 마음만 앞서서 공주들이랑 사이판 여행 준비,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을 런칭, 청년들의 직업을 탐색해 주는 프로젝트까지 갑자기 세 개가 뙇! 생겼지 뭐야. (그리고 아직 백수 전시 회고를 끝내지 못하기도 했고.. 주룩)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사실 아직 기한이 있는 사이판 트립, 작게 시작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 런칭은 너무 부담 없이 시작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 그래도 너무 많게 느껴진다.(ㅎ) 나는 다 뭐든 빠르게 시작하는 건 참 좋은데, 자꾸 일을 사방으로 벌려서 일에 압도되는 편이거든. 이번에도 또 그러고 있는 듯 하군. 일단 한 주에 한 개씩 부순다고 생각하고 너무 무리하지 않게 준비해 봐야겠어! 참ㄴㅏ..
오늘 내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인 '띱'에서 영상 하나를 봤는데 말이야. ( 제목 : 일하기 싫다) 각기 다른 처지에 있는 친구 네 명이 서로의 힘듦에 대해 털어놓는 이야기였어. 카페 사장의 고충, 매일 야근하는 회사원, 수십키로의 물건을 이고 지는 택배 기사. 자신의 일이 너무 힘들다고 외치는 친구들 사이에서 퇴사한 친구가 한 마디 했어. '나도 일하고 싶다...'
일하는 친구들이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부러운 소리하지 말라고 하는데 막상 그 얘기를 듣고 자신의 일을 달리 생각하게 되더라구. 일이 고되고 힘들지만 그만큼 그 안에서 보람을 느끼는 경험들이 무조건 있으니까. 빡세게 일을 마치고 와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들이킬 때, 고객에게 진심어린 감사 인사를 받을 때, 퇴근 후 친한 동료들과 보내는 추억들. 그런 걸 생각해 보면 결국 우리는 힘든 시간들이 있기 때문에 행복한 시간들을 더 가치있게 느끼는 것 같아.
백수가 되고 나니 알겠더라.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떤 갈등도 어려움도 피할 수 있거든. 그렇기에 어느정도의 평온과 안정, 그리고 그 안에서의 잔잔한 행복은 지킬 수 있어. 그런데 그게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익숙해지는 것 같아. 어려움을 이겨내고 갖게 되는 휴식과, 매일이 반복되는 휴식은 달리 느껴질 수 밖에 없으니까.
퇴사 후 이걸 회고하면서 많이 느껴. 회사를 다니거나, 프리랜서로 빡세게 일을 할 때는 힘든 순간들이 정말 많았거든? 근데 그 많은 경험들이 돌이켜보면 가장 추억이 되더라. 그걸 이겨내는 순간이 얼마나 짜릿한지 몰라. 그런 날에는 글을 미친듯이 쓰고 싶거든.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잊고 싶지 않아서. 밤을 새서 전시 준비를 하고 이틀 간 잘 마무리를 하고 나서 왔던 그 보람과 벅차오르는 마음. 그건 내가 달리는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더 가치있게 느껴진 게 아닐까 싶어.
혹시 공주는 내가 이번 2025년의 목표로 세웠던 게 뭐였는지 기억나? 맞아. 심신안정이었어. 일로만 나를 평가하고 싶지 않아서. 빡세게 사는 삶만이 가치있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일을 관두고 휴식에 중점을 두는 시간. 그래서 이런 마음에 있어 혼란이 와. 여유롭고 평온하게 살고 싶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빡세게 달리고 나서의 그 성취감을 느끼고 싶기도 하고. 그 중간이 어딜까. 나는 무엇을 얼마나 하고 싶은 것일까. 내가 원하는 건 뭘까.
나는 그래도 내 또래 중에서 기록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거든. 일주일에 4-5일은 아침에 10-20분 모닝페이지를 쓰고, 일주일에 세 번씩 인스타 게시글을 올리고, 사진으로 순간을 기록하고, 매주 일요일이면 일주일을 회고하며 레터를 작성해. (더불어 큰 이벤트가 있는 날에는 집에 들어와 새벽에 한-두 시간 글을 쓰기도 해.) 이렇게 보면 나는 기록으로 나를 정말 많이 돌아보고 있는 것 같거든. 근데도 내 마음을 아는 게 정말 쉽지 않더라. ㅎㅎㅎ
일단 지금처럼 기록을 하되, 앞으로는 일주일의 테마를 정해보려고 해. 이번 주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주. 책상 앞에 앉아 일하는 줄이되,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느낀 점은 꼭 기록해 두기. 그 다음 주는 행동에 옮기는 주. 머리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 하루에 하나 씩 실행으로 바로 옮기기. 이런 식으로! 그러다보면 좀 덜 혼란스럽지 않을까 싶어. 빡세진 않아도 쌓이면 그게 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곤 하니까.ㅎㅎ
공주는 어때? 공주는 일을 어떻게 생각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떻고, 일과 삶의 균형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요즘 타인의 생각보다 내 마음에 집중하느라 이런 마음들을 그냥 혼자 정리하곤 했는데, 이제는 좀 누군가와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독서모임을 다시 부활시켜야 하나..? ㅎㅎㅎㅎㅎㅎ (이렇게 또 일을 벌린다지.) 혹시 지금 내 글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면 답장에 남겨줘. 공주 생각 정리에도 도움이 될거야! (나는 매번 그렇더라곻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