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공주! 단발이야. 연휴 잘 보냈어? 레터 지각을 넘어 무단 결석(?)한 사람 바로 나야 나… 많이 기다렸지? 쏴리 ^_ㅠ
핑계를 몇자 적어보자면 많이 회복되긴 했지만 요즘 글쓰는 게 꽤 어려웠어. 나를 위해 하고 있는 글쓰기라고 생각하면서도 누군가에게 보내는 글이기도 하고, 이 기록을 통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잘 그려지지 않아 스스로 동기가 부족했던 것 같아. 근데 또 올해 목표가 ‘나의 심신안정 + 가슴 떨리는 일’이다보니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들에 손이 잘 가지 않더라. 그래서 글 쓰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 지금 내가 나를 썩 마음에 들지 않아한다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고.
그래서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 나는 뭘 하고 싶은건지 제주도에서 그리고 연휴를 보내며 생각하게 되었어. 내가 퇴사하고 했던 말 기억나? 올해는 쉬는 기간을 갖겠다고. 일을 하지 않으면서 일로 나의 쓸모를 판단하는 나의 못된 습관을 없애겠다고.
그렇게 말한지 벌써 7개월 차. 뭔가 특별하게 한건 아니었지만 나에게 쓰는 투자는 아낌없이 한 시간들이었어. 일주일 여행도 세번이나 다녀왔고, 해보고 싶었던 공부나 취미생활에 돈을 아낌없이 쓰기도 했고, 화려한 백수 데뷔를 위해 (정말 내 만족을 위한) 난생 처음 전시를 열어보기도 했지. 연 초에 세웠던 목표처럼, 가슴이 동하는 일이라면 돈이 되지 않아도 일단 뛰어들었어. 두 달 무기력하게 누워있어 보기도 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놀러다니기도 했고 그러다 좋은 기회로 제주도에서 취업 강연도 하게 되었고.
처음으로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쉬고 싶어서 한 퇴사였기에 그간 나는 확고했어. ‘돈 안벌어도 돼. 돈 버는 삶만이 너의 인생이 아니야. 돈이 뭐길래. 너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봐.’
이전에 나는 항상 재미있어 보이는 일, 타인에게 인정 받을 수 있는 일이 생기면 그 일에 몰두하곤 했거든. 하지만 이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지 못하고 몸만 달리다 보니 나중에는 쉽게 지치고 쓰러졌어. 그러다보면 나는 왜 이렇게 쉽게 지칠까. 왜 하나를 꾸준히 못할까. 나는 도대체 왜이럴까. 스스로를 자꾸 자책하게 되더라고. 그래서 돈을 버는 것보다 ‘진정으로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찾기 위해 시간을 썼던 것 같아. 나는 어떤 속도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가. 그 안에서 성공적인 경험도 있었고, 시간과 돈만 날린 경험도 있었어.
그렇게 지내다보니 내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점점 잡혀가는데, 대신 통장에 모아두었던 돈이 떨어지더라. (얼마를 써야겠다 명확히 정하고 한 퇴사가 아니었기에 돈을 계획적으로 쓰지도 못한 탓도 있고..ㅎ) 나는 아직 완전하게 하고자 하는 걸 찾은 게 아니거든. 근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본격적으로 하려면 ‘돈’이 필요했어. 어디를 가거나, 배우거나,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어느정도의 ‘돈’이 필요했던 거야.
그리고 작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건 나는 누군가에게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으로 가치를 전달하고, 이걸로 돈을 벌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같아. 그래 내가 이럴려고 일하지. 나에게 일은 내가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수단이고, 돈은 내가 행복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구 중 하나인거지.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일로 나의 쓸모를 정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로 돈 벌 때 행복한 사람이었던거야. ㅋ_ㅋ 근데 그 ’정도‘를 몰라서 (일 외의 스스로의 기준이 없으니) 매번 무리하고 고꾸라지고의 반복이었던거지.
그래서 찾아보기 시작했어. 가볍게 할 수 있으면서도, 내가 재미있게 돈을 벌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여담 : 사실 툰을 그리는 게 나에게 그랬는데, 막상 이걸 업으로 가져가는 건 싫더라구. 나는 내 계정에서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면서 자유롭게 소통하고 싶거든. 근데 광고는 또 그렇지 않으니까, 내가 계정을 운영하는 게 힘들어질 것 같았어. 그래서 돈은 잘 되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려놨던 것 같아.)
그렇게 택하게 된 게, 내가 매일 집에서 취미처럼 하고 있는 ’모루인형‘이야. 회사를 다닐 때도 모루인형을 만드는 걸 굉장히 좋아했거든. 나는 게으른 편이긴 한데 누워서 뭐 그리고 만드는 걸 좋아해서 (인스타툰도 그랬지) 한시도 손을 가만히 안 두는 편이라 - 심심해서 만들기 시작한 모루인형이 집에 한참 쌓이게 된거야. 이제 더 만들고 싶어도 집에 쌓인게 너무 많아진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