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공주! 일주일 잘 보냈어? 요즘 거의 입에 달고 사는 말인데, 진짜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_ㅠ 내가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좋아하는데, 날이 좋아서 일수도 있고, 내가 지금 쉬고 있어서 더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고.. 작년 10월 말 퇴사 해서 뭔가 제대로 이룬 게 없는 느낌인데 벌써 8개월 가까이 지나간게 믿어지지 않아. 나.. 잘 살고 있는거겠지? 🫠
그만 둘 때만 하더라도 나는 이쯤 해외에 있을거라 생각했었거든. 근데 막상 그만두고 나니 경제적인 것 & 함께 사는 남편이 걸려 결정을 미루게 되더라. 그렇게 여유는 갖되, 지금 내 상황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어. 그렇게 백수를 주제로 전시도 하고, 제주도로 출장도 가보고, 작게 플리마켓도 열어보고, 팀으로 같이 일을 해보는 경험도 했어. (+근육도 1kg 늘었지!) 남편하고 보내는 시간도 넘 행복하고, 마음도 많이 편안해졌지.
일을 그만두면서 제일 1순위가 심신안정이었거든. 그래도 쉬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뭔가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거야. 나는 잘 쉬고 있는걸까? 사실 그만두고 몇 달은 아무것도 안하고 싶었거든. 근데 자꾸 뭔가 불안한 마음에 찔끔 찔끔하게 되더라 ㅋㅋㅋ 그렇다보니 막 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열심히 무언가를 한 것도 아니고 애매한 상태로 계속 시간을 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지금까지 한 경험들은 모두 즐겁고 가치있는 시간들이긴 했지만! 끝나고 나면 다시 묘한 불안감이 찾아오더라.)
요즘 혼자 가만히 있으면 머리 속이 복잡해서,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늘었거든. 왜 복잡할까? 생각을 하면서 적어보니 내일이 잘 그려지지 않아서, 내일 무엇을 해야할지 스스로 잘 모르겠으니 그게 막막해서 &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폰을 보는 시간이 더 늘어난 것 같더라.
그래서 자기 전 혼자 거실에 누워 앞으로 나는 왜 지금의 시간을 갖게 된 걸까, 앞으로 뭘 하고 싶은 걸까, 나에게 솔직해 지는 시간을 가졌어. 지금 내 상태에 대해서 그리고 3개월 간 내가 무엇에 집중하고 싶은지 등등 한 번 쭈욱 적어봤지.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다음 날 나는 뭘 하고 싶은지도 간결하게 적어봤어. 그렇게 눈에 보이게 나의 상태와 미래를 시각화 하니 마음에 불안이 가라앉더라. 분명 초반에는 이 시간을 갖는 이유가 명확했었는데, 어느 순간 잊혀졌다가 다시 한 번 상기하는 시간을 가진거지.
사실 대단한 결론을 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당분간 뭐에 집중하고 싶은지는 깨달은 것 같아. 이제 앞으로는 새로운 업을 찾기 위해 배움을 쌓아가는 시기를 가져보려 해. 배운 걸 정리해 콘텐츠로 만들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 이전에 내가 인스타툰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 것 처럼 또 그런 방식으로 새로운 업과 기회를 찾아보기로 마음 먹었어. 대신 무리하지 말고!
한동안 내 인생에 일이 가장 우선순위었던 시기를 보내고 나니, 일 생각만 하면 몸에 두드러기가 났거든. 왜 나는 일을 시작만 하면 무리를 할까, 나는 내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일을 하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막상 이렇게 쉬어보니 '일'은 내가 나를 자랑스럽게 만들어 주는 행위 중 하나였던 것 같아.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함이 아니라 일을 열심히 함으로써 내가 나를 멋진 사람으로 인정해 줬던거지.
최근에 나는 '지킬앤 하이드' 뮤지컬을 보고 왔어. 어릴적부터 홍광호 배우의 '지금 이 순간'을 꼭 직접 들어보고 싶었는데 그걸 이룬거야. 노래를 듣자마자 온몸에 전율이 오르면서 눈물이 쏟아졌거든. 극에 몰입해서 미친듯한 연기와 노래 실력을 보여준 홍광호씨 덕분에, 그 날 감격에 겨워 밤을 샜지 뭐야.
갑자기 왠 뮤지컬 얘기? 싶을 수도 있는데! ㅋㅋ 홍광호씨의 무대를 보고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던 것 같아. 자신의 분야에 열정을 다해 힘을 쏟고, 자기 관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거든. 내가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일이 100%면 안되지만, 일이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 줄 수도 있구나. (본업을 잘 하는 사람들은 참 섹시하다.) 그런 생각들. 그래서 나도 본업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것 같아.
나는 무엇을 본업으로 가져가고 싶을까? 물론 좋아하는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잘 하는 일을 본업으로 가져가고 그 일로 좋아하는 일을 여유롭게 즐기는 삶을 가지는 건 어떨까? 내가 잘하는 일, 그리고 좋아하는 일은 뭐지? 그럼 나는 무엇을 더 공부하고 싶은가? 그런 것들.
20대에는 다양한 직업과 일, 도전을 했다면 30대에는 좀 더 오래간 지속 가능한 일, 나의 정체성이 될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공부하는 걸 지독히도(?) 싫어하는 나지만 내가 원하는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시기일 수 있겠다 싶더라. (진짜 공부 좋아하는 공주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꿀팁 좀...ㅋㅋㅋㅋㅋ... - 실전에 못 써먹으면 바로 까먹는 1인.) 그래서 지금은 내 가진 능력들을 산발적으로 쓰는 것보다 집중할 한 곳에 힘을 모으는 시간을 가져보려 해.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해지더라.
(아래 이미지는 내가 쓴 것 중 3개월 계획 페이지! 고민들 쭈욱 나열한 것들도 몇 장 더 있어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