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나의 공주, 혹은 왕자👸
: 오랜만이야 >__< 오늘 레터 인트로는 사부작 만든 내 겸댕이 모루 인형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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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공주! 오랜만이지? 잘 지내고 있었어? 2주 간 도망(?)가 있다가 드디어 3주차에 등-장...🌞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서 툰을 그리기도, 글을 쓰기도 어려워 기간이 좀 길어졌지 뭐야. (그간 레터 플랫폼 연간 결제도 끝나서 다시 갱신했어,,,,💸)
내가 외부에 보여지는 글을 쓰기 어려운 이유를 자세히 보면, 내 생각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을 때 그런 것 같아.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글이다 보니 어느정도 부담이 있는데, 거기에 내 생각도 혼란스러우니 더 글을 쓰기 어려워지는거지.
이번에 '이제 뭐해먹고 살지?' 툰을 그렸는데, 그때 마지막에 '이제 돈을 벌어야겠다' 다짐하고 글을 마무리 했는데 말이야. 분명히 생각이 다 정리되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선포를 했으니 내가 움직일 줄 알았거든? 근데 전혀 아닌거야.
앞선 두번의 퇴사 때는 물론 불안하고 고민도 많고, 막막하긴 했지만 그 상황에서 금세 빠져 나가곤 했거든. 환경을 바꾸고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겨 빠르게 결과를 만들었지. 그래서 간호사를 그만두고 병원이 아닌 마케터도 일해보기도 하고, 프리랜서로 회사 밖에서 N잡러로 살기도 했고.
근데 이번에는 아닌거야. 일에 알레르기가 돋은 기분이랄까?
솔직히 너무 답답했어. 나 도대체 왜 이러지? 혼자 고민도 해보고, 글로 정리도 해보고, 사람들을 만나 고민상담도 했지만 나의 이 변덕스러운 마음은 해결이 안되더라. 늘어지는 내 모습이 마음에 안들어서 새로운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지만, 또 막상 '일을 시작한다' 생각하면 자꾸 미루게 되는거야. 이전처럼 순수하게 '하고 싶은 일'이 없어졌달까?
이전 경험들이 있다보니 사실 돈을 벌려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거든. 내가 잘하는 모임을 기획해서 열거나, 광고를 받거나, 인스타툰을 가르치거나, 강연을 하거나, 콘텐츠 마케터로 프리랜서 일을 하거나.... (감사하게도 이 시기동안 함께 일해보자고 지인 분들께 일을 제안받기도 했어.) 지금 당장 하려면 뭐든 할 수 있을텐데 왜 아무것도 안하고 이러고 있는건지 정말...^^.. 맨날 누워서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내가 너무 꼴보기 싫다가,, 또 막상 뭔가 하려고 맘 먹으면 도망가는 나를 보며 2차 꼴보기 싫음,,, ㅇㅏ휴 ^^///
너무 답답해서, 주변에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어. 최근 미국에서 커리어 코치를 하고 계신 셀리나님을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셀리나님 간단 소개 : MIT 졸업 -> 미국 월스트리트 뱅커 -> 국제 변호사.. 미국 엘리트 코스를 밟다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이 들어 모든 일을 포기! 지금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코치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야. 나중에 인터뷰 내용 정리해서 만화 & 레터로 한번 풀어볼게 ><) 끝에 현재 내 고민을 이야기 했거든. 그 때 이야기 한 내 고민과 셀리나님의 답변을 정리해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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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발의 고민
🤦🏻♀️ : 셀리나님, 요즘 저 휴식 vs 일 사이에서 완전 고민 중이에요. 일을 시작하면 너무 일에만 몰두해서 쉽게 무리하고 번아웃에 빠지는 타입이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일 외에도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건강, 가족, 일상) 갭이어 시기를 가지며 느슨하게 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보내다 보면 '이 느슨한 삶에 너무 안주하진 않을까, 나는 아직 더 커야하는데.' 싶다가도 막상 일을 하려 마음 먹으면 또 무리하게 될까봐 도망가요. ... 사실 지금 좋거든요. 매일 저녁 남편을 맞이할 수 있고, 주말에 함께 보내고, 가족들에게 신경쓰고, 느긋하게 보내는 삶. 일을 하지 않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긴 하지만, 올해 목표했던 것 처럼 체력도 많이 좋아졌고 가족과 시간도 많이 보내며 관계가 더 좋아졌어요. 그러다보니 혼란스러운 것 같아요. 저는 어떻게 하고 싶은걸까요? 제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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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리나님 답변
👩🏻🏫 : 단발은 지금 가치관이 충돌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일을 열심히 하며 성장하는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가족과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는거죠. 그러니까 혼란스러운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단발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순 없어요. 둘 다 삶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가치이고 결국 선택의 문제이니까요.
일단 일의 경우는 내가 얼마나 일을 했을 때 즐겁게, 부담없이 할 수 있는지 그 정도를 한 번 체크해 보시면 도움이 될거예요. 그렇게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두고 나면 일이 들어오거나,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때 그 기준에 따라 정할 수 있으니까요. 그게 없으면 계속 행동하기 애매해져요.
그리고... 저는 삶에는 여러 시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때는 일에 불태우고, 열심히 살고 싶은 시기가 있고 또 어떨 때는 지금의 단발처럼 느슨하고 여유롭게 보내고 싶은 시기도 있는 거니까요. 지금 당장은 '너무 많이 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지만, 인생을 길게 보면 이 시기도 또 한 때일 뿐이에요.
그래서 저는 그냥 단발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그냥 푹 쉬었으면 좋겠어요. 쉬겠다고 마음 먹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했을테고, 분명 이유가 있을거잖아요. 아까 '휴식을 위해 올해는 쉬려 했다' 했으면 그렇게 보내보세요. 아마 이런 시기는 쉽게 다시 오지 않을거예요. 올해를 돌아봤을 때 후회 없는 해로 보내려면 단발이 뭘 하면 좋을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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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나의 이야기를 듣고 '가치관이 충돌하는 시기'라는 표현이 내 마음에 꼭 와닿았던 것 같아. 약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책 제목 처럼 '쉬고 싶은데, 일하고 싶기도 해' 이런 느낌이랄까? ㅋㅋㅋㅋㅋ 일 외에 요리도, 집안일도, 가족과 나를 돌보는 일도 다 못하는 내가 마음에 안들어서 지금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건데 일까지 탐내고 있는거야. ^_^..
그리고 그 이후에도 커리어를 많이 바꿔왔던, 혹은 나와 비슷한 선택을 한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거든. 근데 두 분 모두 '지금 시기를 즐기세요. 아마 나중에 쉽게 오지 않을 시간들일 거예요.'라고 하시더라고. (그리고 한 분이 내 고민을 듣고 너무 욕심히 많다며,,, ㅋㅋㅋㅋ 충분히 휴식하지 않으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아쉬움이 많이 남을거라고 하시더라고.) 세 분 다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며 생각이 많아졌어.
그러다가 우연히 읽게 된 책에서 또 한 번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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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언가를 원할 때, 당연히 그 욕망이 나의 욕망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타인들과 세상이 바라는 것에 불과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사람들의 기대와 인정에 부응하기 위해 애쓴 삶일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 - 책 [파리의 심리학 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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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인정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해. 아가였을 때 부터 엄마와 하나가 되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되고, 엄마가 좋아하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고. 그렇게 엄마에게 인정 받고 싶은 욕망은 사회의 인정을 바라는 욕망으로 확장되어 돈, 성공, 명예, 존경 등 마치 원래 내가 바라고 있었던 것처럼 느낀대. (칭찬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ㄴㅏ자신...)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집중해야 하는데, 이를 알기가 쉽지 않다더라.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일에는 많은 훈련이 필요한 법. 특정 순간에 느껴지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파악하고, 자신의 성향이 어떤지 알아가는 것. 그렇게 연습을 하다보면 나만의 신념이 만들어지고, 나만의 삶의 기본 원칙들이 생긴다고. (인사이드아웃 2에서 나오는 신념 저장소,,) 그 신념과 원칙들이 삶을 살아가면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거야.
그래서 지금의 내가 혼란스러운건, 나의 신념들이 흔들리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 '일을 잘하고 인정 받는 삶이 가치있는 삶이다.' '삶은 열심히, 열정을 태워 살아야 한다.' '발전하는 삶을 추구하자' '도전이 나를 성장시킨다' 등등... '일의 성장'이 내 20대 삶의 가장 큰 축이었다면, 그 축 안에 '가정'과 '안정'이 새롭게 자리잡고 있는 거지.
책을 보면서 '내가 돈을 진짜 벌고 싶은건가?' 생각하게 되더라. 나는 사실 돈보다 지금은 내 심신 건강을 더 단단하게, 그리고 남편과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삶을 살아가기 위한 스킬들을 익히는게 나에게는 더 우선순위거든. 근데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보면서, 야근하는 남편을 보면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불안했던게 아닐까 싶어.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게 아닌 '해야만 하는 일'로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게을러진게 아닐까 싶고....
그래서 그냥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올해 목표한거나 잘 이루자. (돈은 아끼면 되지..? 금전 감각도 생기고 오히려 좋아) 그렇게 다시 생각을 바로 잡았어. 내가 정한 목표인데도 자주 안보면 자꾸 까먹고 불안&걱정이랑 싸우게 되더라.. 아효^///^
말로 설명하지 못하던 모호한 감정들이 조금씩 그려지고 있는 걸 보면서 앞으로 내 생각을 정리할 시간들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 싶어. 근데 이건 나 혼자서 백날 정리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내 고민을 객관적으로 바라봐 줄 사람이나 책으로 간접 경험을 통해 나의 고민을 더 투명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한 듯 해. (그게 위에서 말하는 '자신을 정확히 아는 일'이 되겠지?)
아무튼 결론은 운동 열심히 하고 책 많이 읽겠다는 소리.. (+ 외부 소음 차단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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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의 고민 기두리는 중 )))
함께 나누고 싶은 고민이 생겼다면
아래에 남겨줘.
일주일에 한 고민씩 가져와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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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반응이라 민망하지만, 저번 레터에 답변 보내 준 혜림 공주, 채연 공주 고마워! ㅎㅎ 나도 맨날 내 앞날 캄캄했다가 빛났다가 난리도 아닌데(?) 이런 이야기가 힘이 되었다니,, 민망하면서도 좋구 그렇다. 히히.
레터를 미루고 미룬 덕에(?) 채연 공주의 답장을 정말 늦게 보게 되었는데, 보고 울뻔했잖아..? ^_ㅠ 나는 내 한 몸 건사하기도 이리 흔들리는데, 엄마로서 그리고 나로서 단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채연공주 넘 대견하고 멋져,, 나 실행력 좋다고 적어줬는데, 나 진짜 게을러서 어떻게든 스스로 멱살 잡아서 움직이려고 하는거라 넘 머쓱한거 있ㅉㅣ..? ㅎㅎㅎ 하고자 하는 것들 차근차근 잘 해내길 바래. 공주라면 잘 해낼거야 ❤️
P.S. 최근에 머리 뽀글뽀글 뽜마 + 뿌리 염색해서 자랑하려 했는데, 사진 찍어둔 게 하나도 없네 ^////^ 지나가다 찍은 고맴미 사진으로 마무리... (울 동네 고양이 짱 많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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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오카방 관심있는 공주들은 요기로 컴 ^___^*
단발처럼 갭이어를 보내고 있는 공주들과 함께 놀고 싶어 만든 방😌 요기서 공지할게요옹📮
(갭이어 끝날 때까지만 운영한다고….) 하반기에는 같이 '나를 찾는 여행'을 해볼 예정이야.
들어와서 상단에 공지사항 꼭꼭 읽기! 닉네임으로 이름 바꾸고, 자기소개 남겨주기 ~~~ ❤️
비밀번호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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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마워, 단발모리!'
혹시 단발의 이야기가 공주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커피 한 잔 선물해 주기! 울 공주, 왕자들의 응원들은 단발이 오래오래 레터를 쓸 수 있게 도와준답미다 >_< 헤헤헿💞
그럼 다음에도 힘나는 이야기로 찾아올게. 그럼 앙뇽!❤️
FROM. 단발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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