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나의 공주, 혹은 왕자👸
:최근에 모루인형으로 두더지를 만들었는데, 사진이 너무 귀여워서 넣어보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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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공주! 잘 지냈어? 요즘은 매번 2주에 한번씩 돌아오는 것 같네. 저번 주에는 날씨가 그렇게 덥더니, 이번 주는 비가와서 그런지 더위가 살짝 한풀 꺾인 것 같아. (아침에도 집 온도가 32도 찍히던 저번 주.... 으악)
오늘은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서 + 최근 무기력과 관련된 영상을 봤는데 힘이 너무 많이 되어서, 오늘은 나의 무기력과 그 영상의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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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퇴사를 하고 사실 엄청 큰 좌절감을 느꼈어. 좋아하는 일을 찾겠다고 간호사를 그만둔 이래로, 의욕이 없었던 적이 없었거든. 일하는 게 즐거울 수 있구나, 새로운 일을 배우고 도전하고, 그 일로 돈을 벌 수 있는 행위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어. 나는 뭐든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굶어 죽진 않겠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그래서 더 일을 잘 하고 싶었던 것 같아. 나의 23년도 게시물을 보면, 일을 잘하는 방법, 마인드셋과 관련된 글들이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22년도에는 좋아하는 일로 돈 벌기였음) 일을 잘하는 내 모습이 좋고, 내가 되게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어.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자고 다짐하고 퇴사한지 1년 만에 목표를 이뤘으니까. 그래서 나중에는 더 더. 더 일을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고, 인정 받고 싶었지.
나는 원래 되게 게으르거든? 자극에 취약하고, 집중력이 금세 흐트러지고, 조금만 힘들어도 겁먹고 포기하는 사람이었어. 근데 어느 순간 주변 사람들이 나를 도전적이고, 즐겁게 일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보고 있더라. 처음에는 물론 좋았지. 나도 그런 모습이 되고 싶었으니까. 근데 어느 순간 내가 원해서라기보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이더라.
그래서 번아웃이 왔던 것 같아. 머리도 몽롱하고, 일은 손에 안잡히고, 지각은 더 잦아졌어. 내 스스로도 예전같지 않다고 느껴졌지. 그렇게 엄청난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휴식의 시간을 갖기 시작했어. 근데 정말 힘들더라. 솔직히 지금도 매일이 혼란스럽고, 매일 감정이 오락가락 해. 오늘은 무언가를 하고 싶다가도 다음 날에는 아무것도 안하고 싶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가도 또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싶고. 8개월 간 그렇게 시간을 가졌는데도 나는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고 있는 기분이야.
무기력은 참 무서운 것 같아. 내가 나를 너무 싫어지게 만들거든. 쉽게 회복이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요즘은 '이 정도로 쉬었는데도 아직도 답을 못찾는단 말이야?' 자책하게 돼. 처음에는 충분히 쉬게끔 해야지 했다가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나를 탓하게 되더라.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해? 이제 움직일 때도 됐잖아. 언제까지 그럴 거야.
그래서 더 혼란스러운 것 같아. 일을 시작하고 단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으니까. 새로운 것에 작게라도 도전할 때 즐거움을 느끼던 내가 이제는 뭔가를 시작하는게 너무 두려운 거야. 하겠다고 해 놓고 또 무기력해지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나에게 실망하면 어떡하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 나 왜 이러지........ (나는 결혼을 해서, 남편이 나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면서 무언가를 작게 시작하고 있지만, 제대로 시작해야 하는 순간에는 다시 발을 빼더라. 주변에서는 바쁘게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백수 맞냐 하지만 실상은 텅빈 껍데기처럼 느껴지는 적이 많은 걸. 삶에서 일이 빠진 나는 초라했고 방향을 쉽게 잃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 쉬겠다고 그렇게 다짐해 놓고, 나는 괜찮아지고 있는 걸까? 건강하게 살다가도 어떤 주는 완전히 무너져 아침 저녁으로 폰만 붙잡고 있고, 또 어떤 날은 하기로 . 한 일을 계속 미루기도 하고... 살은 빠지긴 했는데, 체력이 좋아진건지는 잘 모르겠고. 이게 진짜 괜찮아지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일을 할 때는 내가 하는 만큼 수치적인 성과가 빠르게 나왔는데 이 시기는 그렇지 않아서 더 답답하고 힘들었던 것 같아. (쓰면서도 눙물 줄줄 흘리는 중....ㅋ_ㅋ..도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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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을 찰나, 어제 영상을 하나 봤거든. 책 저자님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영상이었는데, 주제는 무기력이었어.
여기서 작가님(교수님)이 그런 말을 해. 무기력은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약 하나 먹고, 운동을 하고, 뭔가 노력을 했을 때 즉각적인 변화가 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내 상태를 잘 관찰해야지 그 변화가 보인다고 하더라.
작가님을 인터뷰한 정희원 교수님도 번아웃이 엄청 심하게 왔었대. 과로로 인해 잠을 잘 자지 못하고 건강이 안 좋아지고, 건강이 안좋아져서 운동을 했는데도 근육이 빠지더라. 작가님은 사람들은 무기력이 오면 자꾸 무언가를 하려고 한대. 근데 이때는 무기력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과로로 인한 것이라면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하다고.
그리고 위에서 말한 것 처럼 좋아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려서, 단박에 일이 하고 싶어지고 그렇진 않대. 그래서 기준을 '이전보다는 조금 좋아졌다'로 두어야 한다고. 이전에는 이 일을 시작도 못했는데, 이제는 시작은 했네. 이전에는 사람들 만나는 것도 힘들었는데, 사람을 조금씩 만나기 시작하네. 지금도 일을 하는게 쉽진 않지만 이전보다는 낫네, 이렇게.
내가 이 갭이어 시기를 보내면서 느끼는 것은 세상에 가치있는 것들은 오랜 기간 서서히 시간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야. 체력이 자꾸 떨어지니까 운동을 시작했는데, 사실 초반에는 너무 가기 싫었거든.. ^/////^ (물론 지금도 그닥 즐기지는 않아ㅎ) 체력이 좋아지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인바디를 재도 큰 변화가 없어서 더 재미가 없었어. 그렇게 4개월 정도 하다보니 근육량은 그대로 2kg 정도 체중이 빠졌고, 이전보다 오래 걸어도 좀 덜 힘들더라. 최근에는 물구나무 서는 법을 배웠는데 거기서 선생님도 체력이 꽤 좋다고 하시더라구. 나는 운동도 그닥 열심히 하지 않았고 변화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느리게 조금씩 쌓아올라가고 있었던 거야.
또 작년 12월 부터 1-2주일에 한 번씩 보컬 수업을 받고 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야. 처음에는 지르는 창법때문에 목이 많이 상했는데 요즘은 그래도 목이 편한 감각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어. 선생님도 많이 좋아졌다고 하고. 일주일에 한번 밖에 안하고, 특별히 열심히 노력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실력이 느는 걸 전혀 못 느끼고 있었는데 이것도 아주 천천히 좋아지고 있었던 거야.
지금의 시기가 나에게는 '열심히'보다 '힘빼고 꾸준히'를 배워가는 시기인 것 같아. 스스로에게 브레이크를 걸 줄 몰랐던 나는 매번 일만하면 번아웃 직전까지 갔던게 다 '힘빼고 꾸준히'가 안되었기 때문이겠지. 아직도 돈을 제대로 벌지 않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는 날들 투성이지만 그래도 이런 것들을 보면서 조금씩 잘 나아가고 있구나. 조급하지 말자.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은 것들(내 마음이 아직 답답한 것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들이 꽤 있어서 올 해 하반기는 또 다른 선택을 내려보려고 해. 그건 또 레터로 틈틈이 담아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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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의 고민 기두리는 중 )))
함께 나누고 싶은 고민이 생겼다면
아래에 남겨줘.
일주일에 한 고민씩 가져와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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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 공주는 요즘 어떻게 지내? 공주도 무기력을 겪었던 시기가 있었으려나? (혹은 겪고 있거나) 공주는 이럴 때 어떻게 극복했어? 혹시 경험이 있다면 혼돈의 카오스 중인 단발에게 이야기를 나눠줘. ㅎ_ㅎ...
뭐 지금은 혼란스럽긴 해도 이 시기를 잘 보내면 또 한층 단단해져 있겠지? 인생 롱런이고 장기전이니까, 지금은 천천히 조금씩 뛰는 연습을 하는거라 생각해. 내 모든 삶의 길들을 함께 해주고 있는 공주에게 새삼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후후후,,,
그럼 좋은 일주일 되길 바래. 다음에 만나 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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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오카방 관심있는 공주들은 요기로 컴 ^___^*
단발처럼 갭이어를 보내고 있는 공주들과 함께 놀고 싶어 만든 방😌 요기서 공지할게요옹📮
(갭이어 끝날 때까지만 운영한다고….) 하반기에는 같이 '나를 찾는 여행'을 해볼 예정이야.
들어와서 상단에 공지사항 꼭꼭 읽기! 닉네임으로 이름 바꾸고, 자기소개 남겨주기 ~~~ ❤️
비밀번호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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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마워, 단발모리!'
혹시 단발의 이야기가 공주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커피 한 잔 선물해 주기! 울 공주, 왕자들의 응원들은 단발이 오래오래 레터를 쓸 수 있게 도와준답미다 >_< 헤헤헿💞
그럼 다음에도 힘나는 이야기로 찾아올게. 그럼 앙뇽!❤️
FROM. 단발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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