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주와 상황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고,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하는 말들이 정답이 되지는 못할 것 같아. 공주 말대로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있어서, 처음에는 혼자였고, 두 번째는 결혼은 했지만 아기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마음의 결정을 내렸고, 퇴사 후 내 갈 길 찾아다니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느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몇 자 적어봐!
퇴사 이후 퇴사한 걸 후회한 적이 없었냐는 질문을 꽤 많이 받곤 했어. 특히 간호사를 그만둔 이후에. 아무래도 안정적인 직장이기도 하고, 꽤 대우가 좋은 직업이니까. (힘든 직업이긴 하지만, 돈은 잘 버는 직장. 이런 인식이 있으니까.) 근데 그 질문에 나는 매번 '한 번도 없었다' 대답하곤 해.
이건 내 성향이기도 한데, 나는 고민을 꽤 오래 하는 편이거든. 후회를 하지 않는 성향이냐 하면 그건 아닌데, 큰 결정에 있어서는 후회를 잘 안하는 편이야. (메뉴 잘못 고른 후회는 맨날 함..)
왜 후회가 없을까? 돌아보면, 고민하던 그 시기가 꽤 길었고 고통스러웠거든. (보통 1년에서 6개월 정도 고민하는 편...^^) 그래서 다시 돌아간다해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내릴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아. 그만큼 충분히 고민했고 내가 회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다 시도해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았기 떄문에 퇴사를 한 거니까. 그리고 후회를 한다고 해서 뭔가 바뀔 건 없잖아. 나만 고통스러울 뿐...
그래서 퇴사 이후를 생각해 보면 일을 그만둔 것에 대한 후회보단 환경이 바뀌고 불투명한 미래로부터 오는 불안의 감정이 더 컸던 것 같아. 근데 그 감정은 겪어보니 내가 바삐 움직이고 작은 결과들이라도 내지 않으면 계속 따라오는 감정인 것 같아. 또 내가 행동하는 동기가 나에게 있지 않고 타인에게 있을 때 결과가 잘 나도 불안은 없어지지 않지.
예를 들자면 내가 지금 하는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잖아? 그럼 결과가 빨리 나지 않으면 엄청 초조하고 불안해져. 빨리 다른 사람들에게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야하니까. 그래서 수치와 속도에 목을 매게 돼. 내가 원하는 속도와 내가 원하는 정도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로. (두 번째 회사를 그만두고 홀로서기를 할 때의 내가 그랬었어. 돈을 잘 벌어도, 하는 일들이 잘 되어도 불안했거든. 그래서 계속 나를 태워 일을 했고 쉽게 심신이 지쳤던 것 같아.)
회사 밖을 나와서 느낀 건 내가 나를 정말 모른다는 거야. 누군가가 만들어둔 시스템 안에서 쳇바퀴 돌리듯 나를 계속 끼워맞추다가 그 틀이 사라지니 어디로 가야할지도, 무엇을 해야할지도 내 스스로 하나하나 다 택해야 하더라. 한 번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본 적 없이 살다가, 내 스스로 모든 걸 다 해야하니 혼란스러웠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인지, 뭘 잘 하는지, 어떨 때 지치는지, 어떤 템포로 뛰는 사람인지,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게 잘 맞는지. 진짜 아는 게 하나도 없었거든. 그래서 계속 새로운 환경에 부딪혀 보면서 나를 알아가보는 시간을 가졌어.
근데 그게 꽤 오래 걸리더라. 이전에 비해 당연히 돈을 적에 벌 수 밖에 없고, 무능력한 내 모습을 마주하기도 해야하고, 자주 실패를 겪으며 이겨내는 과정을 겪어야 해. 이 과정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같아. (물론 이 과정을 겪으면서 음! 나는 회사 취향이군! 이걸 더 제대로 알게 되는 사람도 많고ㅎㅎ 그럼 더 만족하면서 다닐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회사 밖에서 생활하면서 그때부터 나도 '나다움', '나의 인생 철학'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게 된 것 같아. 삶을 살아가면서 나만의 철학이 없으면 나처럼 타인의 말에 쉽게 팔랑거리는 사람은(?) 내 줏대를 가지고 살기 너무 어렵거든. 타인의 말을 듣기보다 기록을 통해 스스로와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거의 세뇌 식으로) 나의 인생 철학을 주입시켜.ㅎ.
이런 시간들이 나는 참 재미있기도 해. 진짜 나와 마주하는 것 같아서.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내가 최근에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시리즈에 빠져서 주말에 다 몰아봤거든. 거기서 스윙스가 나오는 편이 있었는데, 스윙스가 연기에 도전하고 싶어 일일 인턴 역할로 나오는 화가 있었어. 잘 나가는 래퍼이자 사업가가 인턴이 돼서 멤버들에게 말로 후드려 맞는(?) 모습을 보며 좀 짠하면서도 대단하더라.
이미 잘 나가는 커리어가 있는데 또 새로운 시작이라니. 분명 비웃고 놀리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을텐데 당당하게 '부끄럽지만 어릴 적 꿈이었던 배우를 하고 싶어 도전하고 있어요' 말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모습이 멋있었어.
거기서 스윙스가 그러더라. 래퍼 스윙스로는 센 이미지가 너무 굳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센 사람으로 본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더 세게 행동하게 된다고. 근데 연기를 하면서 진짜 나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거야.
우리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 특히 이미 내가 가진 게 꽤 되면 더더욱 그걸 내려놓기 쉽지 않지. 누구든 처음은 부족하지만,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사람은 없잖아. 무언가를 깨내려면 이 부끄러움, 부족한 내 모습을 마주하고 이겨내야 하는 것 같아. 사람들의 시선과는 상관 없이.
근데 이게 정말 쉽지 않잖아?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인간을 좋아하는 만큼 사람들의 시선 의식을 꽤 많이 하는 편이거든. 그래서 걍 내 도전 응원 안해줄 사람이라면 연을 끊는 편이야.(극단적 - 거리를 둔다는 표현이 맞겠다) 홀로서기 시기에는 진짜 나를 찾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여기에 방해되는 사람들은 다 처단 멀리 하는 게 좋더라구. 나는 아예 부정적인 기운을 풍기는 사람들 하고는 거리를 많이 뒀어.
짜피 내 인생인데 뭐 어쩔거야?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 ^^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응 내가 부러운가보다.. 짠해라' 혹은 '아는 세상이 그것 밖에 없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야.
다행히도 잘 거른 탓인지(?) 주변에 그런 오지랍 넓게 말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부모님도 지지보단 걱정이 우선인 분들이라 그냥 다 결정하고 이야기했어... 허허) 아무래도 삶이 달라지니 멀어진 사이는 자연스럽게 생기더라. 근데 뭐.. 다들 시절 인연 아니겠어.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졌다면 멀어질 수도 있는 거지. 곁에 남편이 있어서 그런가. 나이를 먹을 수록 멀어지는 인연에 옛날처럼 엄청 연연해 하진 않는 것 같아.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하는 이야기들이겠지만 그게 나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과감히 멀리 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 나를 지키기 위해서!
주저리 주저리 했지만, 정리하자면....
1. 이미 나는 정답을 알고 있다. 결정만 내리면 될 뿐.^^..
2. 벌어진 일에 후회해 봤자 시간만 아깝다. 수습하자(?)
3. 내 마음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 잠시 이별
4. 짜피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다. 정해지지 않은 것에 불안해 하지 말기.
요렇게 적어볼 수 있을 것 같아. 나에게 하는 소리기도 하고 ^^;; 적어놓고 보니 퇴사 응원 글이 되어버린 것 같다만,,,^_____^* 나를 믿기 보단 앞으로 뭐든 잘 해낼 공주를 믿어 줘. 내가 나를 믿어주는 만큼 큰 힘이 되는 게 없더라. (거울보면서 할 수 있다 외치거나, 나처럼 글쓰기 추천)
공주 덕분에 나도 내가 왜 지금 이런 인생을 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리마인드 할 수 있었어. 답장해 줘서 고맙구, 화이팅이야!!!!! 히히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