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일을 시작할 마음을 먹게 되었을까? 돌이켜 보면, 조금씩 다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서서히 올라왔던 것 같아.
레터에서도, 만화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지금 갭이어 시기를 갖는 것은 '솔직한 나'를 마주하기 위해서 였거든. 타인에게 인정받으려고 일하는 것 말고, 온전히 나를 위해 일을 하고 싶었어. 나는 지금 전 회사를 퇴사한지 1년이 넘었거든. 중간 중간 일을 해 보려고 이것저것 시도했는데, 결국 다시 이전처럼 무리하게 될까봐 지속하지 못한 경우들이 생기더라.
그래서 그냥 쭉 쉬었어.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고, 돈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아껴서 쓰고, 틈틈이 알바 같은 걸 하면서 소소하게 돈을 벌고.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게 아니라 나를 그냥 내버려 둔거야. 그러다보니 조금 마음 편히 쉴 수 있었어.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니 슬슬 일이 하고 싶어지더라. 근데 아직도 마음 속에는 두려움이 남아서, 이전에 했던 일(내가 부담을 느끼는) 말고 아예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어. 그래서 시작한 게 모루인형이야. ㅎㅎㅎ 회사 다닐 때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면 인형을 만들곤 했거든. 그게 실력이 꽤 많이 늘어서 주변에서 한번 팔아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팔아봤어. 9월 동안 스토어도 만들어보고, 새로운 인스타그램도 만들어 보고, 플리마켓도 나가보고. . . 이전에 많이 해보지 않았던 일들이라 부족한 점들이 많았지만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더라. 작은 도전들을 통해 작은 성취들을 얻다보니 그게 그렇게 행복한거야. 백수 기간 동안 마음이 그리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더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나서는 꽤 마음이 충만해졌던 것 같아.
그래서 한 달을 조금 바삐 보내보고 일본 여행을 다녀왔어. 막상 다녀와서 인형 브랜드를 제대로 키울 생각을 하니, 또 그건 주저하게 되었어. 과연 이게 내가 원하는 방향인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맞는가? 너무 웃긴게, 그래서 인형 브랜드 계정이 하기 싫어 한 달 간 단발모리 계정에 툰을 와방(?) 많이 올리게 되었는데 (단발 툰이 딴짓이 된거지) 그게 더 잘 되더라. ㅋㅋㅋㅋ 솔직한 나의 심정과 내가 많이 느끼는 것들을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그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 나는 그게 너무 즐거운 것 같아.
그래서 조금의 방황 끝에 다시 나는 하고 싶은 방향을 찾은 것 같아. 나는 이전에 하던 일을 하기 싫었던 게 아니라, 너무 좋아해서 더 잘하고 싶고 그 부담으로 인해 도망치고 싶었던 거야. 그걸 인정하고 나니 그렇게 부담스럽던 일에서 다시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어.
참 사람이 신기한게,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를 때는 그냥 일단 뭐든 해보면 진짜 마음을 알게 되는 것 같아. 특히 별로 안 좋아하는 걸 하잖아? 그럼 그걸 하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걸 찾게 돼. 내가 간호사 시절 깨달았던 진리(?)기도 해. 답답한 수직 구조에 부정적인 마인드가 가득했던 곳에서 일을 하다보니, 내가 그런 곳에서 버티는 걸 정말 힘들어 한다는 걸 알게 되더라. 물론 좋아하는 것도 많이 발견했지. 환자들과의 대화, 마음과 손이 잘 맞는 동료들과의 팀 워크, 본보기가 되어 준 나의 귀한 선배들, 동료들과 함께 한 추억들 . . . 그래서 그게 다음 회사를 선택할 때나 내가 다른 일을 선택할 때 어느정도 기준이 되어준 것 같아.
인간은 참으로 복잡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걸 스스로 캐치하지 못하는 것 같아. 근데 또 그게 당연한가 싶기도 하고. 우리가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좋아한다고 표현하진 않잖아.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다양한 경험들을 하며 이걸 걸러내는 작업들이 꼭 필요한 것 같아.
그렇게 나도 작지만 새로운 시도 속에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한거야. 그래서 한 번 제대로 해보기로 했어. 사실 23년도에 마케터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독립을 하겠다 마음 먹었지만, 그때 진짜 너무 불안하고 내가 너무 부족하게 느껴져서 다시 조직을 찾았던 것도 있거든. 하지만 이제는 어떤 환경에 의존하는게 아니라 나 혼자,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이루며 일들을 해 나가 보려고 해.
나는 나와 같은 청년들이 자신이 일을 사랑하며 내 삶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어. 그렇기 위해서는 '나'를 아는 작업이 정말 꼭 필요하거든. 그게 내가 제일 관심있는 분야기도 하고. 지금도 내 유튭 알고리즘의 많은 영상은 인지심리학, 뇌과학, 청년 취업 등의 주제가 많다는 것 . . .
한국에는 마음이 힘든 청년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 근데 그게 너무 보편적이고 당연해서, 스스로 힘들다 인지하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지. 나도 그런 청년 중 한 명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안에서 내가 잘하는 것들을 하며 작은 성취들을 쌓았을 때 삶의 행복감을 느끼게 되었언 것 같아. 1등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자유롭게 선택해 사는 것.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짜 내 삶을 사는 것. 그래서 내가 깨닫고 경험한 이 삶을 이전의 나처럼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앞으로 내가 할 도전들은 그런 나의 비전과 연결되어 있을 거야. ㅎㅎ. (글로 적으니까 또 많이 설레는 거 있지 키키)
갑자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빠지긴 했는데, 결국 이 과정들을 겪으면서 나는 '일'의 정의를 다시 내리게 되었어. 누군가가 나에게 일을 왜 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나를 사랑하는 수단 중 하나니까'라고 답을 할 것 같아. 내가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버는 내 모습이 꽤 믿음직스럽거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것 같아. 거기에 사명감을 가지고 누군가를 돕고 싶어한다니 . . . 진짜 기특하지 않아?
나를 사랑하는 행위는 정말 다양하지. 잠을 잘 재우고, 맛있는 것을 먹이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키고, 스스로 예쁜 말을 해주는 것. 근데 그 중에서 일을 잘 했을 때 스스로가 제일 기특한 것 같아. 이 험한 세상에서(?) 자신을 책임지려고 애쓰고 있잖아. ㅎㅎㅎ 그래서 나는 일이 좋은 것 같아. 일을 열심히 하는 내 모습이 사랑스럽거든.
그렇게 일에 대한 생각이 새롭게 바뀌면서 다시 일을 할 의욕을 찾았어. 이게 참 신기한게 한 순간에 갑자기 딱 할 마음이 생긴게 아니라 서서히 마음이 피어오른 것 같아. 이전에 번아웃에 대한 영상을 보는데 의사 선생님이 사람들이 번아웃, 우울증 오면 약 한번 먹고 나아지는 줄 안다고 하시더라고. 그리고 '언제 이전처럼 돌아가 생활할 수 있냐' 물어보며 조급해 한대. 근데 이게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라 서서히 변화가 찾아오는 거라, 내 작은 변화들을 인지하고 나아지고 있는 나를 잘하고 있다 응원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셨어. 그걸 내가 1년 동아 열심히 겪어온 것 같아.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작년 말, 올해 상반기가 가장 마음이 힘들었던 것 같거든? 근데 이렇게 잘 이겨내고 씩씩하게 또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노력하는 내가 참 . . . 기특해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내년에는 또 어떤 삶을 살고 있으려나. 진짜 내년에는 또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어. (내가 요즘 영어를 열심히 하는 이유도 그것 . . .) 하지만 돈을 버는 데 있어서 '콘텐츠'가 나의 전문 분야가 되지 않을까 싶네.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들을 나의 이야기나, 나의 지식과 스킬들로 도우며,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새로움을 놓치지 않고 사는 삶.
작년 이맘 때 쯤에는 마음이 너무 힘들어 정신과를 찾았었는데, (매일 진짜 불끄고 침대에 누워있었던 것 같아) 이제는 내년이 점점 기대되기 시작한다. ㅎㅎㅎㅎ 내년에는 어떻게 살고 있으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