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잘 돼서 나를 만나러 오겠다니! ㅎㅎ 무척 감사하면서도, 나도 막 또 엄청 유명하고 성공했나? 하면 그건 또 아니라 쬐끔 민망하기도 하고 그렇닿ㅎㅎㅎㅎ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단계에서 차근 차근 부딪혀 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공주가 나를 좋게 봐줘서 고마울 따름이지.
오늘은 '자기 확신'에 대한 부분에 대해 물어봐 줬는데, 글쎄. . . 사실 나도 내가 항상 스스로를 믿어주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아.
나는 어릴 적부터 불만이 정말 많은 사람이었다?
학교는 공부를 잘 하는지 못하는지에 따라 등수가 나눠지잖아. 나는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거든. 오히려 예체능 쪽을 좋아했는데, 부모님도 학교도 공부를 잘 하는 것만이 정답인 것처럼 여겨지는 게 너무 힘들었어. 내가 보기에 공부는 잘해도 마음이 못된 애들이 있었는데, 그런 애들이 칭찬 받는 걸 보면서 불만이 많았던 것 같아. 또 내가 좋아하는 게 이렇게 뚜렷하게 있는데, 왜 공부를 해야하는 걸까?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 근데 또 막상 예체능을 하기에는 내 능력이 그렇게까지 뛰어나진 않았고, 부모님의 반대도 심해서 그냥 저냥 사회에 불만만 가득 안고 살아가는 학생 중 하나였어.
그렇게 19살 겨울, 나는 수능 성적표를 쥐고 내 인생에 대해 처음으로 깊게 고민을 했던 것 같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뭘 하면서 살고 싶지? 나는 어떤 것을 배우고 싶지? 대학 선택을 앞두고 이제는 진짜 내가 나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이런 고민 끝에 부모님을 설득해서 재수의 기회를 얻게 되었고 (아쉽게도 미술 쪽은 반대가 심해 가지 못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날 위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 가고 싶은 학교에 혼자 가서 동기부여를 하기도 하고, 늦잠보에 지각쟁이인 내가 재수 할 때는 학원에 1~2번째로 일찍 가고, 제일 늦게 퇴실하는 삶을 살기도 했어. 면역력이 떨어져서 풍성했던 머리숱은 반으로 줄고 장염으로 고생해 병원에 실려가기도, 몸무게도 10키로 가까이가 빠질 정도로 울면서 공부했던 것 같아.
그때의 나는 정말 간절했었거든. 단 한 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걸 해보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걸 잘 하게 만들고 싶었어. 이렇게 좋아하는데, 공부를 하면 얼마나 더 즐거울까. 내 빛나는 미래들을 생각하며 1년을 버텼던 것 같아.
근데 너무나도 비극적으로, 수능 날에 너무 긴장한 탓에 시험을 말아먹었지 뭐야. 마지막 모의고사까지도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예상도 못한 일이었거든. 인생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또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싶은 게 . . . 재수하기 전 합격했던 학교에 가게 된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ㅎㅏ. . .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1년 전과 변함 없는 성적표를 보면서 '나는 노력해도 안되는구나' 진짜 좌절을 많이 했던 것 같아.꿈이고 뭐고 다 갖다 버리자. 걍 취직 잘 되는 곳 가서 대충 살자. 짜피 내 인생 지금까지 그래왔잖아. 그렇게 생각지도 않은 간호학과에 지원하게 되었고, 그렇게 선택한 학과는 역시나 맞지 않더라. 교양 점수는 다 A, A+었는데, 생물은 공부를 열심히 해도 C, 안해도 C . . . ^_ㅠ 학교가 왕복 4시간으로 통학하는 게 힘들어서 정도 크게 못 붙인 것 같아.
그러다가 3학년 때 병원 실습을 나가게 되었는데, 일을 (구경)하는 게 제법 재미있더라. 그때 아주 조금 간호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된 것 같아. 막상 간호사가 되고보니 기대치가 낮았는지 나름 버틸만 하더라. 일을 배우는 게 재미있어서 선배들한테 엄청 적극적으로 물어보러 다니고, 일이 끝나면 배운 걸 다시 공부하면서 신규 생활을 빡세지만 열심히 보냈던 것 같아. 일하면서 우는 날도 있었고, 멘탈도 자주 깨졌지만 어떻게든 버텼지. 3년 2개월을 말이야.
되게 주절 주절 적었는데 말이야. 재수를 실패한 것도, 대학에 적응을 잘 못한 것도, 좋아하는 일을 택하지 못한 것도. . . - 결과만 보면 뭐 하나 이룬 게 없는 것 같은데 . . . . 어쨌든 내 선택을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본 시간들은 남더라.
이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결과가 어떻든 '나는 내가 한 선택에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아.
이후 안정적인 직장과 돈을 포기하고 꿈을 선택했을 때도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노력을 꽤 많이 했던 것 같아. 회사에서도 어떤 일이든 기회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일들에 많이 부딪혀 봤고 퇴근하고 나서는 내 계정을 키우면서 N잡을 하기도 했어. 그게 또 작은 성공들로 이어지면서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더 크게 생긴 것 같아.
정리해 보자면,
1. 내 선택에 책임을 지기 위해 열심히 살아본 경험
2. 그 삽질의 시간들을 버티고, 열매를 성취해 본 경험
이 두 경험들을 통해 스스로가 기특해지고, 그 기특한 마음이 곧 나를 믿는 힘이 되는 것 같아. (인생에 후회가 남지 않기도 하고.) 여기서 '열심히'라는 것은 개인 차가 있거든? 그러니까 이 '열심히'는 다른 사람과 비교한 게 아니라 내 인생 안에서 비교해 봐야하더라. (예를 들어, 나는 6시간 미만으로 자면 머리가 진짜 안 돌아가거든? 그래서 재수할 때도 6시간은 무조건 잤어. 밤 절대 안샘...)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게 있어! 작은 시도에 칭찬을 무한대로 해 주는 것. 그리고 다음 시도를 더 잘하기 위해서는 뭘 해볼 수 있는지 회고하는 것.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없어. 다 쌓아지는 거지. 운이 좋게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해도, 내가 그걸 버틸 그릇이 되지 못하면 언젠간 무너지기 마련이거든. 그래서 운이 나를 찾아왔을 때 내가 그걸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들을 쌓아놓아야 하는 것 같아.
은솔 공주도 이리저리 부딪혀 본 경험들이 있을거야. 결과가 나지 않아 막막한 순간도 있을거고. 하고 싶은 일에 공주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봐. 그 경험들이 공주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거라고 믿어. 스스로 자주자주 칭찬도 많이 해주고!
30살이면 우리 아직 인생의 절반도 안 살았잖아! 좋아하는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체력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 ㅎㅎㅎ 공주 인생이야. 공주가 하고 싶은대로, 대신 최선을 다해봐! ㅎㅎ 화이탱 ! ! ! !
FROM. 단발모리 |